아침뜨락까지는 아직 마른 풀을 그대로 보고 있고,

사이집부터 둘레의 풀을 검네.(*)

푸른 풀은 그들대로, 마른 풀은 또 마른 것대로 손이 필요하다.

너른 곳은 하얀샘이 기계를 돌리고,

기계가 닿지 못하는 곳은 내가 엎드려 손으로.

아래 학교에서는 학교아저씨가 운동장 가장자리를 정리 중.

 

어제 인근 도시에서 한 어르신이 나무뿌리로 만든 다탁을 가져가겠냐 했다.

말이 들어온 것은 몇 달 전이었고, 어제 보았다. 가져오기로.

오늘 하얀샘이 실어 왔다. 장정 셋이 2층에서 내렸다 했다.

다탁이 왔으나!

볕에서 보자 안으로 들어올 물건은 아니었다.

사이집 툇마루를 염두에 두고 들였는데.

무척 컸고, 복잡한 나무뿌리, 거기 칠해졌던 니스는 흉하게 벗겨져 있었다.

나무공예를 하는 이가 보더니

몇 날 며칠 작업을 하자면 못해도 200여만 원 작업비를 생각해야 할 거란다.

그렇게까지 할 일이 아니다. 여기는 물꼬이니 더욱.

그런 거라면 이곳에선 사치니까.

달골 느티나무삼거리의 바로 그 느티나무 아래 두기로 했다.

나무라 보호도료는 바라주어야겠지.

 

면으로 된 그리 얇지 않은 원형매트도 하나 왔다.

학교에 깔기에는 얇으니 이거야말로 사이집 툇마루에 놓기로.

볕이 많이 드는 곳이라 바래기도 쉬울 테니

낡았다고 그리 흉할 것 없는 공간이라 거기 두기로.

멋진 조형물로 놓였다.

 

거참...

벗이 잠옷을 하나 보내왔는데,

인터넷 돌아다니다 싸길래 언니한테 보냈고

언니가 좋다길래 내게도 보냈다는데,

그 물건은 내가 그와 시장을 지나다 눈길 한 번 주었던 물건이었다.

잘 입겠어?”(굳이 사서 그만큼 또 잘 입을 수 있을까 하는 부정적 어투)

시장길에 가게 바깥 옷걸이에 주르륵 걸린 물건들이었고

스치는 걸음으로 스윽 만지며 지났던.

나서거나 주목받기를 극도로 꺼리는 성격 대신

그는 눈을 날카롭게 키웠고, 그것이 결국 늘 사람을 잘 살피게 하는 거라.

작년에는 두툼한 파카를 보냈더랬다. 내 입성이 그리 따습게 보이지 않았던 거라.

멧골 내 추위를 걱정해주던 그였다.

작년에 학부모가, 샀으나 입지 않는다며 긴 패딩을 보냈고,

집안 식구가 하나 보내면서 갑자기 겨울이 너무 든든해져 버렸던.

사자고 들면 못 샀을 것도 아닌데

뭘 잘 개선하지 못하는 느림이 있는지라,

이 모진 추위 속을 조금 허술하게 보낸 바 있었던.

사람 잘 살필 줄 모르는 내게 그가 가르치는 한 마디이기도 하였네.

 

(*) 오랫동안 경상도 사투리로 알아 왔다.

어느 날 국어사전을 찾아보고 외가 어른들이 하던 그 말이 표준어임을 알고 놀랐더라.

검다 타동사

흩어진 물건을 손이나 갈퀴 따위로 긁어모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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