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7시 아침뜨락에 들어갔다. 여름날이라면 06시였을 것이다.

말씀의 자리에서 가족들은 서로에게 건네고픈 말을 주었다.

밥못에 닿아 돌아섰더니 해가 떴다.

원이 완전히 산을 빠져나올 때까지 지켜보았다.

바다에서 보는 거랑 완전히 다르네요. 눈이 엄청 부시네요.”

당장 온몸이 데워졌다.

아침이 오르는 달골을 가족들이 걸어 내려왔다.

같이 걸어본 게 오래전이라 했다.

수행방에서 해건지기.

몸을 풀고 대배 백배를 같이 하고 명상하고.

한 가족의 화목과 건강을 기원하였네.

 

오전에는 실타래 두 번째 시간, 숙제검사였다.

아버지가 준비해온 시를 돌아가며 모두 소리 내어 읽었다.

어머니는 당신 삶을 들려주었고,

아이는 자기가 읽었던 책 가운데 가장 마음에 남았던 구절을 말했다.

그리고 시와 삶과 책 사이에서 우리에게 가지를 뻗었던 생각과 마음을 따라

말을 나누었다.

가족으로서는 서로를 더 들여다보는 시간이 되었다.

 

오후에는 일을 하러 갔다.

아침뜨락 옴자 사이 마른풀을 뽑았다.

여기 대나무 울타리에서 저 대나무 사이까지, 그리고 이 동그라미까지!”

너무 적은 분량 같다고 했다. 해보시라 했다.

대나무 울타리 안쪽으로 맥문동이 있었고,

그 사이 풀을 뽑아내는 일이었고,

풀더미인 붓꽃 동그라미 사이와 그 안의 자주달개비 무데기를 남기고 나머지 풀을 검는.

지난달에도

기온이 좀 높으면 자주달개비는 계절을 잊은 듯 꽃 두어 개를 피우기도 했더랬다.

부부가 풀을 뽑는 동안

아이와 함께 옴자 바닥을 긁어놓았던 잔돌더미 몇을 치워냈다.

가족들이 손을 모으고 있을 때

한편에서 바위 하나 둘레와 또 다른 동그라미의 풀을 긁어냈다.

가족들은 맡았던 일을 넘어 맥문동 전체 사이를 다 맸고,

내가 뽑고 있는 자리까지 와서 손을 보탰다.

같은 일을 해도 맡은 만큼만 하는 이들도 있고,

거기 미치지 못하는 이들도 있으며,

더 마음을 내 움직이는 이들이 있다.

저녁에도 가족들이 해가 지는 달골을 뒤로 하고 마을로 걸어 내려왔다.

엄마는 오며 민들레를 캐왔다.

그걸로 엄마가 겉절이를 하여 밥상에 놓았더랬네.

흑룡강에서 잘 먹던 거라고, 부천에서는 어림도 없는 일이라고.

 

일터에서 아비를 급히 찾는 전화가 왔고,

내일 일정을 서둘러 끝내기로 했다.

해서 저녁에 남은 이야기들을 다 하기로.

실타래 세 번째 시간이었다.

우리는 자신의 삶에서 가장 슬펐던 한 지점으로 가기도 하고

가장 아름다웠던 한순간으로 가 있기도 했다.

내일에도 갔다. 내가 가장 가고 싶은 곳으로.

그러는 사이

서로에게 하고팠던 말들을, 못다 했던 말들을, 피했던 말들을 했다.

서로에게 다가가기였다.

마지막으로 서로 응원하기를 잊지 않았다.

마음에 꿈으로 소중하게 안기도 했다.

 

빈들모임 구성원이 한 가족 달랑이라 움직이기 좋았다.

어젯밤도 오늘밤도

(짧은 날이 아쉬워 자정까지 곧잘 넘어가는 빈들 일정인데,

물꼬를 오가던 이들이 오랜만에 물꼬에 모여 우정을 쌓는 시간이기도 하여)

일찌감치 하루를 맺었다.

그래서 충분히 잘 잔 잠이 다음 일정을 편안하게 진행하는 데도 도움이 컸다.

내일 밥도 안 먹고 나가겠다는 걸 굳이 붙잡았다.

못 먹고 사는 시절도 아닌데 물꼬는 그리 밥을 멕이려 한다.

로봇이 어쩌고 하는 시대여도 여전히 사람은 밥으로 사는 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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