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꼬가 뭐길래

조회 수 858 추천 수 0 2004.03.16 14:33:00
오래도록 분주해서 봄이 오는지 눈치도 못해고 시간을 보냈다.
내가 사는 곳은 다른 곳 보다 추운곳 이라 더더욱 알아채지 못했다.
그러나 문득 바라본 나무가지에 봄은 아우성 치고 있었고, 그 아우성이 내게로 옮겨와 괸히 신이나고 헤죽거리며 웃는다.
태정이가 다녀온 물꼬 봄맞이 캠프가 생각났다.

태정이는 물꼬를 꼭 가야 한다고 했었다,
날짜가 맞지 않아 이번은 거르자 해도, 난 꼭 가야 한다고 단호하게 말 했었다.
물꼬에 다녀오면 마음이 맑아 진다고 했다.
어찌 안된다 하겠는가?
마음이 맑아 진다는데.
참 묘한 말도 쓴다 생각하며 하루늦게 물꼬를 향해 떠났다.
새벽 4시30분에 일어나 언제나 처럼 새벽예배를 함께 보고 5시 30분경 물꼬를 향해 떠났다.
잠이 부족할 텐데도 물꼬가 불러 즐거운지 마냥 조잘댄다.
말도 없고 조용한 편인 태정이가 이리 종알 거릴때는 기분이 무지 업 되어 있을때다.
7살 때 부터 좋겠지 싶어서 보낸 물꼬, 난 처음 가본다.
매번 서울역 까지만 갔었다..
간간이 들리는 휴게소 에서 아침을 먹으라 해도 태정이는 그저 빨리만 가자고 한다.
마음은 벌써 물꼬에 보내 버렸지...생각이 들었다.
그래 이 엄마 난폭운전 함 해보자,하며 그야 말로 쌔리 밟아서 10시 넘어 도착했다.
도착하니 태정이는 뒤도 안 돌아보고 사촌언니인 지윤이를 찾으며 어느 문 으론가 사라져 버린다.
지지배, 애쓴 엄마 한테 고맙다 말도 안하고 ,잘가시라 인사도 안하고.
물꼬가 사람 정신을 쏙 빼놓는 재주가 있나 싶어, 히죽 웃었다.

내가 느낀 첫 느낌은 누추함 이었다.
그나마도 많이 수리하고 고치고 애써서 아주 많이 좋아 졌다고 했다.
화장실도 많이 고쳐서 이제는 참 편고 좋다고,
이제는 더이상 바랄것이 없다고 부엌에서 희정샘이 그러신다.
그말이 내게는 참 이상했다.
더이상 바랄것이 없다!
난 부엌 아니라 집을 새로 지어도 바라는 것이 많다.
그런데 희정샘은 너무 이쁜얼굴로 더이상 바랄것이 없다고 한다.
행복해 보인다.
부러웠다.
저런 소박함과 편안함이 태정이를 맑아지게 하는건가 싶어진다.
잠시후 옥영경샘이 들어 오신다.
나와 비슷한 연배의 이웃집 아줌마 같다.
이말 저말 나누다 보니, 아이들 사랑함이 남다르시고, 이해하기를 내몸이다 싶게 이해 하시고, 가르치시기를 참되게 하시는 큰분 임을 알아챈다.
내가 좋아한 물꼬는 그저 내딸 교육상 좋겠다 싶은 물꼬 였는데,
다가가 바라본 물꼬는 날 참 부끄럽게 하는, 삶이 제데로 살아지고,나눔과 섬김이 평이한 일상이 되는 아름다운 곳 이었다.
이곳에서 아이가 자란다면 물꼬의 큰 틀 처럼 그렇게 자라겠다 싶은 생각이 든다.

오늘 늦었지만 물꼬 홈피에 들어와 옥샘이 쓴 아이들 캠프 내용을 보니 난 자꾸 눈물이 난다, 나도 덩달아 맑아 지려고 이리 눈물이 나나?
내 자식 잘 키우고 보려고 다른아이를 자세히 보지 않던 나를 후회한다.
내자식 능력있게 키우려 매일 매일 욕심내어 상처주고 아프게한 나날들을 후회한다.
자식사랑 내가 젤이다 싶은 오만으로 이것저것 너무나 참견해서 제힘으로 서지 못하게한 그 시간들을 참으로 후회한다.
생각하고 생각하니 아이에게 잘한것이 하나도 없구나 싶다.
왜 그렇게 되었을까?
태정이를 놓고 참 많은 꿈을 꾸었고 노력했는데, 헛된 꿈만 꾸었나?

물꼬가 영원하고 정말 이세상에 물꼬가 되기를 바란다.
내게도 내 아이에게도 또 다른 아이와 그 어머니 에게도 물꼬가 되어서 한곳에 갇혀 머무는 것이 아니라 흐르고 흘러서 바다에 모여 제모습 똑바로 가진 하나하나가 큰 하나가 되는 그런 세상의 물꼬가 되기를 바란다.



정근이아빠

2004.03.16 00:00:00
*.155.246.137

물꼬는 어른들이 생각하는 곳이 아닙니다. 아이들의 천국이지요.아이만 생각 할수 있는곳이지요.내년에 입학을 생각해 보십시요.저는요번 입학생들의 부모님 총무입니다.

옥영경

2004.03.16 00:00:00
*.155.246.137


저는 정작 어머님의 글을 읽으며 눈시울이 붉어집니다.
4월 21일 학교문여는 날을 위해 이곳저곳에 도움 좀 주십사하고
읍내나갔다 들어오던 밤길,
태정이 어머니를 생각했더랬습니다.
그런데 이리 글을 남겨주셨네요.
참되게 살아야겠다 또 다짐하는 하루입니다.
고맙습니다.

태린엄마

2004.03.17 00:00:00
*.155.246.137

저는 주변에서만 맴돌다 봄맞이때 처음 두아이를 보내보았습니다. 태정어머님의 글을 보면서 저를 꾸짖는것같아 뜨끔한 마음으로 아는척좀 해보려고요. 저도 처음이지만 계자에 다녀온 아이들을 통해 막연하나마 그곳에서 아이들이 행복했었구나 하는 느낌이 들더군요. 저도 한번 가보고 싶네요. 반갑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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