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의 어떤 순간이 우리를 후려칠 때가 있다.

큰 결심을 하고 조심하지만 등짝을 때리면 별수 없다.

그것이 번번이 얼굴을 달리한 같은 문제라는 걸 알고 보면 더욱 기가 막힌다.

사실 사람 참 안 변한다. 쉬운 일이 아니다.

어떤 문제가 그의 삶에 큰 뒤통수, 커다란 철퇴가 되어 정신을 차릴지라도

어느 순간 보면 결국 제자리로 돌아와 있다.

굳은 결심을 하고 얼마쯤 생활이 변하지만

또 같은 문제에 변함없는, 어리석은 자신을 보게 된다.

그런데 그것이 부정만 있는 건 아니다!(그렇다면 내일을 사는 일이 얼마나 허망하겠는지!)

어째도 자기 자신이 되더라는 긍정일 수도 있다.

그것은 어쩌면 어떤 경우일지라도 자신을 지켜낼 수 있다는 의미가 될 수도 있단 생각이

오늘 들었던 거라.

 

젊은 친구 하나가 사고의 중심에 섰다.

도움을 청해왔다.

권력이 있거나 돈이 있거나 사회적 명망이 있는 곳도 아니지만

물꼬도 쓰일 데가, 쓰일 때가 있다.

?”

그런 거라면 물꼬에 연락하지 않는단다.

저도 아는 게지, 여기 사는 형편을.

탄원서를 써주십사 하는 거였다.

탄원서라는 게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건 아니겠지만

그래도 영향을 미칠 수는 있나 보다.

내 소개를 포함한 물꼬 소개, 사건 당사자를 지켜봐 온 세월, 그의 반성,

그리고 그에게 어른으로서 내가 다하지 못한 역할에 대한 책임을 통감하는 내용을 담았다.

선한 사람들에게 오는 그런 기적처럼 사람이 다치거나 기물파손이 되는 일은 없어 다행하다고,

검사님도 그 기적 하나 되어 주실 수 있기를 간절히 부탁드린다 했다.

당신이 살린한 생이 이 사회에 또 어떤 밑거름이 될지 내일 일을 누가 알겠느냐고,

한 젊은이가 행한 순간의 실수가 평생을 나락으로 밀어 넣게 되지는 않을까 애처롭다고,

부디 선처를 바란다는.

 

벗의 아버지가 세상을 떠났다.

한국 사회에 미친 영향이 컸던 분이다.

그것이 어떤 방향이었든간에 돌아가셨다.

노쇠했고 병상이었으니 당신도 가족들도 준비하고 있었다.

그래도 죽음은 늘 뜻밖이 된다. 그건 전혀 다른 시공간의 문제이니까.

역사적 평가가 어떻든 내겐 자연인, 벗의 아버지다.

당신이 져야 할 짐은 당신의 것으로,

나는 내가 가져야 할 도리를 생각할 뿐이다.

삼가 명복을 빕니다!”

우리 모두 결국 죽을 것이다.

그러므로 오늘을 또 잘 살기로.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수sort
6334 2023. 4.10.달날. 맑음 옥영경 2023-05-09 334
6333 2023. 4.27.나무날. 맑음 옥영경 2023-05-31 334
6332 2023. 4.30.해날. 맑음 옥영경 2023-06-03 334
6331 2023. 5. 7.해날. 비 옥영경 2023-06-09 334
6330 2023. 5. 9.불날. 맑음 옥영경 2023-06-13 334
6329 2023. 6. 6.불날. 맑음 옥영경 2023-07-20 334
6328 2020. 4.30.나무날. 맑음 옥영경 2020-08-06 335
6327 2020. 5.25.달날. 안개로 시작해 살풋 흐린 / 내 학생의 집은 어디인가 옥영경 2020-08-12 335
6326 2020. 7. 2.나무날. 흐림 / 학교를 다시 묻는다 옥영경 2020-08-13 335
6325 2020. 7. 4.흙날. 흐리다 겨우 두어 방울 비 옥영경 2020-08-13 335
6324 2021. 3.30.불날. 뿌연 하늘 옥영경 2021-05-05 335
6323 2022. 5.30.달날. 민달팽이처럼 소문 안 나는 걸음으로 다녀간 비 옥영경 2022-06-24 335
6322 2023. 4.24.달날. 흐림 옥영경 2023-05-30 335
6321 2023. 5. 5.쇠날. 비 옥영경 2023-06-09 335
6320 2023. 5.11.나무날. 흐림 옥영경 2023-06-13 335
6319 2022. 5.29.해날. 맑음 옥영경 2022-06-24 336
6318 2022. 8. 2.불날. 흐림 옥영경 2022-08-08 336
6317 2022.10.24.달날. 맑음 옥영경 2022-11-12 336
6316 4월 빈들 여는 날, 2023. 4.21.쇠날. 맑아가는 옥영경 2023-05-29 336
6315 2023. 5.20.흙날. 맑음 옥영경 2023-07-04 336
XE Login

OpenID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