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어 시간 작업 하나.
아침뜨락의 ‘무한; ∞; infinity’ 공간 앞에 놓을 팻말 하나 만들기.
300*100mm 직각 나무에 그림 그리기.
에고, 먹은 마음에 하자 싶어 그려놓고 나니 야외 놓기엔 너무 작은.
그래도 손쉽게 나무 잡혔을 때 한 것도 좋은 방법이었다.
오랜만에 정성스레 그림 하나 그렸네.
치과 치료 때문에 대처에 있는 아들의 자취집에 있었는데,
양념장이 든 찬장의 문을 열다가 깜짝 놀라다.
파는 조미료 봉지가 보인 거다.
어렸을 때부터 집에서 그런 걸 본 적이 있을 리 없는데
세상 나가 사니 참...
“이게 웬 거라니?”
“(제가 음식을 하면) 맛이 안 나서... 멸치국물 내는 것보다 간단하고...
제가 산 건 아니구요, 어디서 굴러다니던 건데...”(* 엄청 강변함, 하하)
인체에 유해한 것도 아니고
값싸게 맛을 낼 수 있고,
환경문제에도 결국 기여하는 것 아니겠냐는.
물꼬만 해도 국물을 내는 데에
굵은 멸치, 뒤포리, 북어대가리, 건새우, 다시마 대파 양파 무 마늘,
냉장고에 보이는 야채 뭐든, 거의 열 가지 재료는 기본으로 들어간다.
오랜 세월 물꼬에 한 다리를 담그고도 결코 물꼬적이지 않은 한 청년,
언젠가 계자에서 보글보글방의 한 꼭지를 맡았는데,
아이들이 맛있다고 난리였다.
“흐흐흐 사실은 약을 좀 쳤지!”
라면스프를 살짝 썼다는 비법을 내게만 말해준 게 떠올랐네.
오늘 등장한 조미료 덕분에 오랜 MSG논쟁을 살펴보게 되었다.
1907년 도코대 교수가 발견.
다시다의 성분을 물에 녹여 여타 물질을 제거하고 유기산을 얻는 데 성공.
한국 미원의 원조였던 아미노모토(맛의 정수)가 그것이었다.
한국에서는 1956년 미원이 나왔고, 이후 제일제당이 다시다를 내놓았다.
언제부터인가
MSG(L-글루타민산나트륨; 아미노산인 글루타민상의 나트륨염; 향미증진제)는 해라는 오랜 인식이 있었다.
한 유명 PD의 먹거리 프로그램에서 대결구도를 양산한 것이 한몫하여
MSG를 쓴 식당과 그렇지 않은 식당을 착한식당과 나쁜식당으로 양분하게 되었다고도.
인공조미료로 생각하지만 천연식품에도 존재하고 그 양도 적지 않다고.
아미노산이므로 단백질로 구성된 동식물에서 쉽게 찾을 수 있는.
낮은 가격에 뛰어난 맛을 내고,
그래서 더 적은 재료로 간편하게 요리,
소금의 나트륨보다 질량 비율이 낮아 나트륨 제한이 필요한 환자에게 꼭 필요하기까지 하다고.
그러나 자연스러운 형태의 MSG와 그것을 추출 분리한 건 다르지 않을까.
그리고 아들에게 문자 한 줄 넣어놓았다.
‘유해하지 않다는 것이 좋다는 의미는 아님.
좋기로야 천연재료만 할까!
감칠맛이 다른 재료의 맛을 죽이거나(맛의 획일화, 일종의 미각 손실?),
혀가 갈수록 더 강한 맛을 요구하거나,
질 낮은 재료의 해를 그것으로 덮어버림.
그 고유의 재료 맛을 살리는 게 좋은 음식인 듯. 나아가 건강한 음식 아닌가 싶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