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11.23.물날.맑음 / 교육이 서 있는 지점

조회 수 1285 추천 수 0 2005.11.25 00:39:00

2005.11.23.물날.맑음 / 교육이 서 있는 지점

달골에선 아이들집 막바지 공사가 이어지고
부엌에선 밥을 하고
교무실에선 늦은 소식지를 편집하고
배움방에선 아이들이 바쁘고
젊은 할아버지와 열택샘은 우두령에서 나무를 내립니다,
머물고 계신 이지은님 장인천님이랑.
아주 느리고 별 것 없는 이 일상이
물꼬의 처음과 끝이다 싶습니다.

한 쪽 변이 백 오십여 미터인 종이벽화 갈무리로
아이들은 오늘의 손풀기를 대신했습니다.
스스로공부도 하고 국선도도 하고,
아이들끼리만 삼십 여분을 연습하던 장구가락 끝에
새로운 장단을 넘기러 고래방을 들어갔다 나오니
산골의 해는 훌러덩 넘어가버렸습니다.

두 사내 아이들이 고래방에서 싸웠지요.
온풍기 기름통의 유량계가 싸움의 중심에 있습니다.
"잠깐 보여줬는데도 그러잖아요."
"왜 안보여주냐구요?"
한 녀석은 손으로 계속 가리고 있고
다른 한 녀석은 그 손을 떼느라 다툽니다.
한 살 차이의 어린 두 아이는 늘 그렇게 싸웁니다.
마침 깊이보기를 하는 '호숫가나무'가 이어져있어
모두가 함께 그 문제를 다루어봅니다.
"보여줬는데도 자꾸 보여 달라잖아요."
"금방 보여주고 가리잖아요."
영락없이 말도 안되는 일이라며
유량계를 가린 아이를 나무랍니다.
"그게 뭐라고 안보여주냐?"
"그게 니꺼냐?"
"그리고 바깥샘들이 계신데 그 분들 마음이 얼마나 불편하겠어?"
"그런 걸로 싸워야겠어?"
참말 날마다 이리 싸우며 살수는 없는 노릇이지요.
우리가 타고나는 '성정'에 대해 골똘히 생각해봅니다.
얼마나 많은 것을 이미 가지고 나오는 지요.
그렇다면 교육이 무슨 의미일까 절망하게 됩니다.
"성정은 어쩔 수 없더라구요."
대개들 그러지요.
그런데 바로 절대 피할 수 없다는 그 성정에 대해
손을 써보는 게 교육 아닐까 싶데요.
긍정적이지 못한 것을
보다 바람직한 품성을 키워 그 그늘로 덮어가는 게 교육이 하는 일 아닌가 말입니다.
'교육', 그래서 참 할 만한 것 아닐 지요.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수sort
1214 2007.10.16.불날. 맑음 옥영경 2007-10-26 1287
1213 2009. 1. 3.흙날. 맑음 / 129 계자 미리모임 옥영경 2009-01-09 1287
1212 10월 10일, 가을소풍 옥영경 2004-10-14 1288
1211 2006.9.4.달날. 가라앉은 맑음 / 가을학기 첫날 옥영경 2006-09-15 1288
1210 2006.12. 4.달날. 맑음 옥영경 2006-12-07 1288
1209 2007.10.30.불날. 맑음 옥영경 2007-11-09 1288
1208 2008. 7. 3. 나무날. 아침비 옥영경 2008-07-21 1288
1207 2008. 7.21.달날. 갬 옥영경 2008-07-30 1288
1206 2008.10.19.해날. 가라앉아가는 하늘 옥영경 2008-10-28 1288
1205 2월 빈들 닫는 날, 2009. 2.22.해날. 눈 옥영경 2009-03-07 1288
1204 2009. 3.15.해날. 맑음 옥영경 2009-03-28 1288
1203 2012. 4.11.물날. 비 옥영경 2012-04-17 1288
1202 9월 25일 흙날 맑되 어스름에는 흐려진 옥영경 2004-09-28 1289
1201 7월 27일 물날 꺾이지 않는 더위 옥영경 2005-08-01 1289
1200 2007. 4. 2.달날. 옅어진 황사 옥영경 2007-04-16 1289
1199 2008. 4.25.쇠날. 맑음 옥영경 2008-05-11 1289
1198 [바르셀로나 통신 4] 2018. 3.19.달날. 잔비 내리는 밤 옥영경 2018-03-20 1289
1197 12월 22일 물날 흐림 옥영경 2005-01-02 1290
1196 2006.11.25-26.흙-해날 / ‘찾아가는 하우스예술파티’ 워크샵 옥영경 2006-12-05 1290
1195 2009. 1.29.나무날. 흐림 옥영경 2009-02-06 1290
XE Login

OpenID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