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 바람!
야삼경 몰아치는 바람이다.
대해리에 한 번씩 부는 그 바람은
덤프트럭 열다섯 대가 밤새 이 골짝을 열두 번도 더 지나다니는 소리로 온다.
내일부터 여러 날 비가 잡혀있던데,
비를 몰고 오는 바람인가 보다.
꽃잔디가 한 판 들어왔다.
아침뜨락 들머리 계단에 또 심었다.
달못 물이 홀쭉해졌다. 물도 흐리고.
하여 밥못에 물을 채우며 달못으로 더 많이 흘려보내다.
다 저녁에 지하수를 끌어올리고 밤에 잠갔다.
밤이지만 물 수위를 확인하러 간 걸음에
팻말 세 개도 안고 갔더랬네; ‘지느러미길’과 ‘무한’과 ‘대나무기도처’.
엊그제 글씨와 그림을 얹었던.
그리 크지 않아 다가가야 보이는.
방부목 각재가 있어 세 개를 자르고, 아래쪽을 뾰족하게 잘라
땅에 박기 수월하게 만들어 붙였다.
쇠막대로 먼저 땅에 박고, 돌이 많은 땅이니,
빼낸 뒤 팻말을 박다.
“무슨 소리래?”
아침뜨락 저 위쪽에서 바람이 휘도는 소리.
그렇게 바람 기세 세기도 한데, 아침뜨락 안은 바람 한 점 없어
일하고 나오기 딱 좋았을세.
고마워라, 오늘도 날씨는.
이맘때는 낙엽을 쓰는 게 일.
한 번에 하지 하지만 그게 또 그렇지가 않다.
교문이며 사람들 드나드는 곳은 하루 한 차례는 쓸어내야지.
한 번에 하면 일이 되지만 조금씩 해내면 힘도 덜 드는.
아홉 살 자폐아를 둔 엄마와 상담.
물꼬에서 수행을 하거나 아이 치유를 돕거나,
또 계자를 보내고 빈들모임에 함께하고프다는.
무엇을 할 수 있을 것인가 안내했고,
글로 쓰며 아이의 상황과 부모의 마음을 정리해보시라 권했고,
언제 결합이 가능할지 서로 가늠하다.
벌써 물꼬의 동안거가 시작되는 11월 15일이 가까운데,
올해 다녀가기는 어렵지 않을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