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11.12.쇠날. 비 근 오후

조회 수 355 추천 수 0 2021.12.22 23:51:14


밤에 햇발동 앞 데크 위 화분들을 베란다 안으로 들였다.

영하로 떨어진다는 밤이다.

 

시래기무를 뽑았다. 무잎을 자르고.

이름처럼 무가 목적이기보다 시래기가 더 맛나다는.

그래도 무가 무라 무로도 잘 쓰일.

무가 노란 컨테이너 세 상자나 되었다.

무말랭이도 해야지.

 

, 빠지링이 까만 게 있어!”

큰 도시의 치과를 갔다가 철장식 가게도 갔다.

문고리 등 사이집 툇마루에 필요한 것들을 샀다.

검은 빠지링도 있었다.

door catcher을 가구업계에서 빠찌링으로 굳혀져 쓰고 있는데, 뭐라고 해야 하나?

가구문짝을 닫았을 때 문이 딱 달라붙게 하는 장치.

검정색이 없다고 알고 있어 스텐 빠찌링에 검정라카를 뿌려 설치했는데,

곧 라카는 벗겨지고 흉물스러워졌더랬지.

그래도 다시 잘 뿌려서 쓰겠다고 뽑아두었더란 말이지.

밤에 돌아왔는데도 얼른 달았다. 툇마루 바깥현관에 문고리도 달고.

문틈 사이 문풍지도 덜 단 곳들 달고.

 

헌책방에도 들렀다.

70년대 30여 개에 이르던 대전의 헌잭방이

이제 육일서점을 비롯 영창서점 고려당서점 성실서점 대여섯 곳만 남아있었다.

과거 원동이었고 지금 중앙동이다.

서너 평이었던 지상의 육일서점이 지하 50평 규모로 이사한 건 서너 해 전.

책을 거의 읽은 적이 없다는 오십대의 한 아비가 책꽂이를 마련하고

책 몇 권을 꽂고 싶다고 말했다.

가까이 아는 사람이 썼다고,

그나마 내 책 <내 삶은 내가 살게 네 삶은 네가 살아>(2019/한울림)

당신 생애 읽은 몇 안 되는 책 하나라고 했다.

그가 아니었어도 들릴 헌책방이었다.

다른 나라를 가서도 그 도시의 헌책방은 좋은 참새방앗간이다.

그네의 책꽂이를 위해 내가 안면있는 얼마쯤의 책을 샀다.

<무량수전 배흘림기둥에 기대서서>, 최순우 선생이 우리에게 준 큰 행복이었던 책.

선생의 무리하지 않은 아름다움이라는 표현을 나는 사랑했다.

80년대 강진 사당리 가마터에서, 문헌으로만 전해지던 고려청자를 세상에 알렸고,

간송미술관의 가치도 당신이 알렸더랬지.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1,2,3

<노무현 >

<접시꽃 당신>,80년대 중반 서정윤의 <홀로서기>와 함께 양대 판매 기둥?

그것으로 도종환을 알았다.

<나는 걷는다 1>, 베르나르 올리비에의 실크로드 여정이었다.

2권까지만 읽고 3권을 사야지 하고 시간만 흘렀던.

<어떻게 살 것인가>, 유시민의 대체로 근작. 그가 산 시대를 나도 알아서 그의 어떻게가 궁금했던

지식의 범주야 미치지 못했지만 생각의 범주가 비슷했던.

책장 주인에게 비교적 최근 글이기 때문에도, 읽을 이가 동년배에 가까운 때문에도,

외려 읽기가 쉬워서도, 이 책부터 읽으십사 했고,

그리고 시집도 읽기 편하니, 어쩌면 감수성이 비슷할 수도, 또 읽기 편해서도, 읽을 만 하실 거라 했다.

나머지 책들은 대략 어떤 책이라 소개하고 서문 정도는 보십사 하였더라.

 

나는 1974년 초판본 김수영의 <거대한 뿌리>1982년 중판본을 샀다.

코바늘뜨기를 좀 해볼까 하고 두어 권도 샀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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