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11.20.흙날. 가끔 구름

조회 수 366 추천 수 0 2021.12.24 00:00:32


강을 끼고 일을 했다는 이의 문자가 있었다.

강가에서 보낸 흐린 오전은 움직이고 있는데도 떨게 했다고.

어디나 사느라고 욕본다.

오늘 하루도 애쓰셨다, 모다!

 

아침뜨락에서 마른 풀들을 정리하다.

옴자의 눈썹 모양이 가을장마에 여러 곳 풀리고 헝클어졌더랬다.

모양을 잡아주고 골을 더 파고 흙을 다졌다.

시간을 정하고 하는 바쁜 움직임이 아니니 슬슬.

이런 움직임이면 천 날도 쉬지 않고 하겠네.

큰 일정을 앞두고 움직일 땐 푸닥푸닥 호흡이 힘이 든.

샤스타데이지 마른 꽃대도 이제야 벴다.

생기를 진즉에 잃은 원추리 꽃대도 이제 꺾었다.

아가미길의 벽돌길 위 어지러운 흙들도 이제 쓸었다.

잔디를 심을 때 흙발이 여기저기 남겨두었던 흔적이었다.

샤스타데이지는 옴자를 벗어나서 새끼들을 많이 쳤다.

마구 걸어 나와 있던 그들이었다.

일부를 떼어다 남쪽 측백 두어 그루 사이에 옮겨 심었다.

학교에서는 옥상 위의 낙엽을 쓸어내렸다.

복도 뒤란으로 돌아가 위에서 내려와 있던 낙엽들을 검었다.

 

어제 들어와 있던 은행나무 한 그루 있었다.

준한샘이 들어와 아침뜨락 장군바위 곁에 세웠다.

심고 났더니 너무 쑤욱 들어간 느낌이 좀.

다른 나무들과 간극이 벌써 답답다 싶기도.

무거운 엉덩이를 벌써 앉힌 걸 서라 할 수는 없을.

키우며 가지를 잘 다듬어주면 되리니.

 

내일부터 이틀을 아홉 살 아이를 데리고 엄마 한 분 들어오신다.

올해의 마지막 방문객이겠다.

1115일부터 겨울90일수행동안에는

잡혀있는 일정 말고 끼어드는 일정은 만들지 않지만,

서로 사정이 잘 맞아떨어진 바 일이 그리 되었다.

햇발동에 바람도 들여야 하고 청소도 하고,

하루 전부터 보일러도 돌려야 한다.

거풍한 이불도 들이고.

계자에서도 샘들이 그렇듯이

물꼬는 이곳의 불편을 사람의 손발과 마음으로 메워왔다.

마음을 다 써서 만날 수 있기를,

그래서 그가 찾는 무언가를 줄 수 있었으면.


"뭐야? 구름이야? 보름달이 왜 저렇데?"

아! 오늘 붉은 달을 보았다; 부분월식!

580년 만에 가장 긴 월식이란다.(3시간 30분?)

주는 것도 많은 자연이 가끔은 또 이렇게 깜짝 선물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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