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11.23.불날. 흐림

조회 수 343 추천 수 0 2021.12.29 00:23:12


눈발 다녀간 간밤이었다.

마당에 놓인 의자에 아침까지 눈이 앉아있었다.

흐린 종일이더니 저녁에도 눈발 날렸다.

이 밤 새벽 3시부터 6시까지 눈비가 잡힌 일기예보인데.

 

시래기를 위한 종자였지만 무도 굵었다.

마트에서 보는 커다란 무만큼은 아니어도.

수학해서 무청을 자른 뒤 컨테이너에 담아 책방에 두었던 것을

어제 가마솥방으로 옮겼다.

언 무는 먹어도 바람 든 무는 못 먹는다고들 하지만,

얼고 난 뒤 바람 드는 거니까 따순 곳으로.

오전에는 무말랭이를 위해 무를 씻고 물기를 빼고 자르고,

저녁답에는 모과를 씻고 잘라 씨를 빼고 얇게 썰어 설탕에 절였다.

바람 많고 찬 날이라고 안에만 있었던 학교아저씨가 일을 다 했더랬네.

 

달골에서는 하얀샘이 들어와 두어 시간 기계를 돌리다.

도라지밭 경사지 쪽이며 아침뜨락 아래 묵정밭 가 개나리 심었던 길을 따라

마른풀들을 베어낼 때,

나는 햇발동 앞 블루베리들을 둘러싼 마른풀들을 뽑고

가지들 사이 감아올린 채 말라버린 풀들을 떼어냈네.

훤해진, 세수한 얼굴이 된 햇발동과 창고동과 사이집 둘레!

밤에는 욕실 세면대 하나 물빠짐이 시원찮아

아래 배관을 풀어 털어내고 씻고.

 

전두환 사망. 참회와 사죄는 없었다. 마지막까지 학살자로 남은.

80년대를 거리에서 보낸 젊음들 곁에서 보낸 시절이 비로소 간다 싶었다.

광주 하늘에는 무지개가 떴더라지.

오늘 또 한 사람의 부고가 있었다.

5.18 당시 부상자들을 구조하다 계엄군이 쏜 총에 맞아

하반신이 마비돼 평생 후유증에 시달리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5.18유공자였다.

삼가 명복을 빕니다.”

 

일이란 자주 한 번에 밀려오지.

대처 다녀올 일도 생겼고,

면소재지 농협에 농기계 관련 직접 가야 할 일이,

그리고 교무실에서는 교육청에 보낼 서류를 챙겨야 하고,

그것 때문에 은행에 가서 직접 인쇄물을 받아야 하기도.

학교 임대 대부료도 이번 주에 처리해야 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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