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11.26.쇠날. 맑음

조회 수 316 추천 수 0 2021.12.30 12:02:01


“29일 월요일에 까고, 금요일쯤 포장을 하면 2주쯤 소요된다고 봐야죠...”

결국 보름 일정이네요.”

달골 이르는 길, 대문 앞의 막바지 길의 보수공사를 맡은 측으로부터 연락이 왔다.

이제나저제나 기다리다가 올해 못 하나 보다 하던 참.

지난해 9월 큰비에 길이 쓸리고 패였던.

그날 작은 계곡으로 물이 흘러넘쳐 차도 사람도 발이 묶였더랬다.

민원을 넣었으나 더 심각한 곳도 못하고 있다며 예산이 문제라 했다.

그래도 여러 경로로 말을 넣었더니 가을에 해보자는 면사무소의 답이 있었던.

현재의 포장도로를 깨고 걷어내고 다시 포장하는 과정이 될 것이었다.

레미콘 물량이 안 돼서...”

쏟아지는 공사들로 최대한 믹스트럭을 확보한 게 쇠날이란다.

차는 다닐 수 없어도 사람은 다닐 수 있게 한다지.

큰 짐이야 미리 내리거나 올리거나.

좋은 때를 다 보내고...”

그럴밖에. 다른 데 공사를 하고 조금 남겨 이곳에 쓰겠다고 했으니까.

그렇다고 내년에 하기는 어렵겠지요?”

그 역시 그럴밖에. 예산을 해 안에 써야 할 테니까.

다음 주말에 하려는 김장 일정이 걸린다.

어쩌나...

 

학교에서는 창문에 비닐을 쳤다.

오늘은 교무실과 모둠방 앞.

낡은 건물을 비닐을 둘러서라도 겨울을 막아보려는,

월동을 위해 해마다 하는 일 하나.

다음은 창 안쪽에다 보온비닐을 붙일.

 

대처 나와 아파트에서 머무는 밤.

안에서 모든 게 다 된다.

화장실이 몇 걸음에, 부엌도 몇 걸음에 있는.

밥을 하러 다른 건물로 건너가지 않아도 되고,

이 끝에서 저 끝까지 복도를 걸어 책상에 가지 않아도 되고,

따뜻한 물이 철철.

머리를 감아도 춥지 않다.

사람들이 일상에서 너무 편하니까 오히려 행복감 같은 게 낮을 수도 있어요.

물꼬에서는 난로, 따뜻한 물에도 고맙고 감동하고 그러니까 성취감이 커서...”

아들이 말했다.

연탄난로가 고맙고, 그 위에 끓는 물이 고맙고,

장작이 고맙고, 석유난로가 고맙고,

잘 닫히는 문이 고맙고, 아랫목이 고맙고,

얼지 않는 수도가 고맙고, ...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수sort
5834 2021. 9.18.흙날. 맑음 / 공사 여드레째 옥영경 2021-11-14 381
5833 2022. 8.14.해날. 갬 / ‘우리끼리 계자’ 이튿날 옥영경 2022-08-25 381
5832 2022. 9. 3.흙날. 실비 내리는 오후 / 9월 집중수행 여는 날 옥영경 2022-09-17 381
5831 2023. 2.20.달날. 맑음 옥영경 2023-03-17 381
5830 2023.12.22.쇠날. 맑음 옥영경 2023-12-31 381
5829 2020. 5.10.해날. 비가 묻어 있는 흐린 날 옥영경 2020-08-08 382
5828 2020.10.23.쇠날. 흐림, 상강 / 일단 책상에 가서 앉기 옥영경 2020-11-29 382
5827 2022. 3.20.해날. 흐림 옥영경 2022-04-20 382
5826 2022. 4.10.해날. 맑음 옥영경 2022-05-07 382
5825 2022. 7.29.쇠날. 맑음 옥영경 2022-08-07 382
5824 2024. 1.13.흙날. 맑음 옥영경 2024-01-29 382
5823 2019.12.27.쇠날. 맑음 옥영경 2020-01-17 383
5822 2020. 9.26.흙날. 상현달로도 훤한 옥영경 2020-11-15 383
5821 2020.10.24.흙날. 맑음 / 민주지산 산오름 옥영경 2020-11-29 383
5820 2021. 7. 1.나무날. 맑음 옥영경 2021-07-26 383
5819 2021. 7. 2.쇠날. 맑음 옥영경 2021-07-30 383
5818 2021. 8. 6.쇠날. 저녁답의 소나기 옥영경 2021-08-12 383
5817 2021.12.30.나무날. 눈과 바람 옥영경 2022-01-11 383
5816 2022. 8. 5.쇠날. 흐림 옥영경 2022-08-08 383
5815 2023. 3.16.나무날. 맑음 / 황태덕장 이틀째 옥영경 2023-04-04 383
XE Login

OpenID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