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11.28.해날. 맑음

조회 수 400 추천 수 0 2021.12.30 12:03:54


머리로는 김장 움직임을 잡고,

손으로는 코바늘뜨개를 했다.

그제부터 도일리를 하루 하나씩, 세 개 내리 떴다.

아주 오래전에 해본 일이었다.

한곳을 틀리면 그 줄을 내리 다 틀린 그대로 반복하니 그것도 하나의 무늬가 되었다.

마지막 테두리 피코뜨기도 둘씩 잡은 걸 두어 개 빼먹은 게 있었지만

굳이 들여다보지 않으면 그리 문제가 되지 않는다.

누구는 성질 버린다고 뜨개질 못 하겠다는 이도 있더만

성질을 무난하게 만들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들더라.

잘 못 뜬 걸 풀지 않고 봐주면서 말이다.

 

고구마샐러드를 만들어두는 밤.

이맘때 간식으로 퍽 좋은.

고구마를 쪄서 껍질을 벗겨 으깨고

마요네즈에 꿀과 겨자, 그리고 건포도와 아몬드와 호두와 옥수수알에

조금 묽도록 우유를 넣고.

아이들 밥상에도 곧잘 올려준다.

 

대처 식구들네에 갔다가 저녁 밥상을 물리고 산책들을 했는데,

길모퉁이 잉어빵을 굽는 처자가 있었더라.

겨울밤 찹쌀떡을 외치던 소리가 있던 시절을 살았다.

집으로 돌아오는 저녁 길 군고구마 장수도 심심찮게 보이던 시절.

배가 부르다고 나간 걸음인데 그걸 또 먹고 싶었네.

먹고 싶은 게 잉어빵이었는지, 그 시절의 그리움이었는지.

그런데, 지갑들 없잖어.”

, 그런데 다 되는 거였다.

요새는 사람들이 지갑 잘 안 갖고 다니니까...”

계좌번호가 적힌 안내문이 있었다. 세상이 그렇더라.

가끔 도시로 나오면 문명쇼크가 있는.

사거리 다른 모퉁이에 훤한 가게를 향해 아들이 말했다.

저기 무인가게예요. 저기 아이스크림가게도.”

그런 세상이었다.

갈수록 일자리는 줄어들고,

오늘 식구들과 밥상머리 주제는 청년고용문제.

사회학자인 기락샘은 최근 청년일자리 일로 각 영역에서 사람들과 만난 이야기를 전했다.

누구는 좋은 일자리가 없는 게 문제라 하고,

누구는 대학교육이 직업인을 제대로 양성하지 못하는 게 문제라 하고,

또 다른 누구는 지역과 수도권의 격차가 문제라서 다들 서울로 간다 하더라는.

류옥하다가 전한 바로는 의사들이 임금을 두 배 준다 해도 지방에 가지 않는다는데,

그걸 경제적 관점으로 보자면

10년 뒤 아파트 상승으로 결국 서울 일자리를 더 선호하게 된다는.

지방은 그렇게 죽어가고 있었다.

 

김장 일정 수정.

달골 길 공사와 트럭 일정과 주말 방문상담들을 두루 맞추다 보니.

1245일 주말에 잡아두었던 일정이었더랬다.

올해는 양이 많지 않으니, 60포기나 될까, 따뜻한 남도 집안 어르신의 너른 마당에서 하기로.

광평농장에서 우리에게 나눠줄 배추를 뽑아 보관하는 것도 일이셨을.

내일 배추를 실어 그 길로 남도로 내려가기로.

갑자기 무척 바빠졌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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