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12. 5.해날. 맑음

조회 수 371 추천 수 0 2021.12.31 03:05:29


사이집 남쪽 마당에 새가 누워있었다.

가까이 보니 누운 게 아니라 쓰러진.

툇마루 유리창에 머리를 부딪혔던 것.

아주 가끔 햇발동과 창고동 구름다리 유리창에도 그런 일이 있었다.

사이집 마당에 놀러 오던 새들이

없던 유리창이 생긴 걸 미쳐 알지 못하고 하던 대로 날아들었을 것이다.

투명한 유리벽에 충돌해 죽는 새가 해마다 어마어마하게 늘고 있다 했다.

밖이, 혹은 안이 들여다보여 좋지만

또한 도로의 소음이 유리벽으로 막아지기도 하지만

새들에게는 죽음을 부르는 투명 유리창.

새들의 눈은 사람처럼 앞에 있지 않다.

옆이나 뒤에서 쫓아오는 천적을 빨리 보기 위해 옆에 있으니

가뜩이나 앞을 잘 보지 못한다.

비행을 위해(평균 50km) 뼈도 비어 있고 두개골도 스펀지 구조로 되어 있는 새들에게

유리창에 부딪히는 사고는 대부분 죽음으로 끝나고 마는.

어떻게 해야 하나...

맹금류 스티커를 붙이라고도 하던데, 그건 거의 효과가 없다고.

유리에 자외선을 반사하는 불투명 테이프를 붙이거나

아크릴 물감을 붓으로 점을 찍거나

줄을 늘어뜨리거나 자외선 차단 시트지를 붙라는데

연구해야겠다.

 

기락샘과 습이들을 한 마리씩 데리고 산책을 시켰다.

제습이네 집 들머리에 떨어진 은행알이 오도독오도독 밟혔다.

한 번 쓸어야지, 그러고 또 지나고지나고.

개들을 몰고 나갈 때 마침 학교아저씨가 보이기 쓸어 주십사 했네.

 

저녁, 대해리를 나와 대처 넘어왔다.

동계훈련 합숙 시작? 같이 쓸 책에 대해 머리를 좀 맞대야 한다.

아들이 옷상자를 죄 꺼내 정리를 시작하고 있었다.

큼직큼직하니 입지 않을 것들은 물꼬에서 작업복으로 쓰기도 좋겠다.

버리는 것은 아파트에서 내버리기가 더 좋을 테고.

방에 책장도 들였으면 했다.

아비 서재에 같이 책을 두거나 책상 곁에 눕혀 쌓아둔 책들이었다.

아파트를 한 바퀴 돌았다.

유달리 가구가 많이 나오는 건지 늘 버려진 가구들을 만난다.

온전한 책장 두 개를 발견해서 들였고,

이음새가 좀 약한 부분은 경비실에서 망치를 빌려 고쳤다.

시험공부를 앞두면 꼭 안 하던 옷장 정리, 책상 정리를 하듯.

다음은 저녁을 먹고 운동을 했다.

강변을 달렸다. 걸으며 몸을 풀고 달리고 또 걸으며 몸을 정리했다.

이제 시작이다.

우리는 재작년 10월에 출판사와 한 계약을 아직 이행하지 못했다.

공저로 독서관련 책을 내기로 했던.

각자 읽고 같이 이야기하고 각자 쓰고. 그런 과정쯤으로 생각하고 있다.

이번 주는 같이 움직이고, 다음은 또 어찌할지. 물꼬 일정도 있고...

 

~ 생신 축하드려요.

하늘이 청명하니 기분이 상쾌하네요. 오늘 하루도 행복하세요~^^’

이런 뜻밖의 선물을!

이즈음이긴 한데 오늘은 아닐세. 올해만 기억하고 잊으시라. 무슨 생일까지 챙긴다누.

날마다 태어나니 날마다 생일이기로:)

덕분에 더욱 행복한 하루! 김장도 다 했고:)’

해마다 물꼬에서 보는 얼굴을 이태째 보지 못했던 그니였네.

생일이 대수라고 꼭 한 연락일까, 당신을 잊지 않고 있다는 응원이리라.

나도 그대를 응원하나니.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이름 날짜sort 조회 수
5854 2005. 12.26.달날 / 교사는 무엇으로 사는가 옥영경 2005-12-26 1385
5853 2005.12.27.불날.날이 풀렸다네요 / 해갈이 잘하라고 옥영경 2005-12-28 1254
5852 혹 다른 삶을 꿈꾸시나요? (2005.10) 옥영경 2005-12-28 1316
5851 지금, 당장, 평화롭기, 정작 나도 자주 잊어버리지만! (2005.10) 옥영경 2005-12-28 1285
5850 2005.12.28.물날.맑음 / 할아버지의 봄맞이처럼 옥영경 2005-12-29 1200
5849 2005.12.29.나무날.맑음 / 젊은 할아버지가 내신 밥상 옥영경 2006-01-02 1268
5848 2005.12.30.쇠날.맑음 / 우리들의 어머니 옥영경 2006-01-02 1259
5847 2005.12.31.흙날.맑음 / 잊고 있었던 두 가지 옥영경 2006-01-02 1167
5846 2006.1.1.해날.맑음 / 계자 샘들미리모임 옥영경 2006-01-02 1185
5845 2006.1.1.해날 / 물구나무서서 보냈던 49일 - 둘 옥영경 2006-01-03 1226
5844 108 계자 첫날, 2006.1.2.달날.맑음 옥영경 2006-01-03 1282
5843 108 계자 이틀째, 2006.1.3.불날.맑음 옥영경 2006-01-04 1199
5842 108 계자 사흘째, 2006.1.4.물날.흐림 옥영경 2006-01-05 1385
5841 108 계자 나흘째, 2006.1.5.나무날.얼어붙은 하늘 옥영경 2006-01-06 1453
5840 108 계자 닷새째, 2006.1.6.쇠날. 꽁꽁 언 대해리 옥영경 2006-01-08 1429
5839 108 계자 엿새째, 2006.1.7.흙날.저 청한 하늘 옥영경 2006-01-08 1290
5838 108 계자 이레째, 2006.1.8.해날. 아직도 꽁꽁 언 얼음과 눈 옥영경 2006-01-10 1399
5837 108 계자 여드레째, 2006.1.9.달날. 녹아드는 언 땅 옥영경 2006-01-10 1335
5836 108 계자 아흐레째, 2006.1.10.불날. 맑음 옥영경 2006-01-11 1593
5835 108 계자 열흘째, 2006.1.11.물날. 맑음 옥영경 2006-01-14 1269
XE Login

OpenID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