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12. 7.불날. 맑음

조회 수 394 추천 수 0 2021.12.31 03:27:08


아들과 도시를 가로질러 걸었다치과를 다녀오는 길.

지난달 치료를 끝냈으나

어금니가 음식물을 씹을 때 오는 통증이 커서

치료 전처럼 한쪽으로 몰아 써왔다. 벌써 달포다.

더는 미룰 일이 아니어 이번 주 말미를 둔.

계자 전에 걸리는 일들을 하나씩 처리하는 흐름 따라.

12월이면 자동차보험에서부터 화재보험이며 학교에 걸린 일들이 여럿.

실제로 그것이 계자에 미치는 영향이 있는 건 아니지만

마음 쓰일 일들을 하나라도 더 처리해두면 계자에 온전히 집중할.

 

6km를 걸었다.

도시 한 구석에서는 길가에 나와 있는 헌책방 구경도.

이런 책이 천 원에 나와 있는 건 정말...”

당대 최고의 책으로 더러 거론되는 프로스트의 책 하나를 쥐고 안타까워하자

아들이 읽겠다고 사기도 하고,

이제는 작고한 혹은 나이든 분들의 문학평론 두어 권을 샀다.

흔한 출판물의 시대라지만 좋은 책의 가치는 사라지지 않는다.

제법 시간을 들이며 책 사이에 서 있자

주인장이 반가웠던지 커피를 뽑아오기도 하고,

메모라도 하는데 요긴하지 않겠냐며 노트를 몇 권 주시기도.

자신이 하는 일에 가치를 담아주는 이가 누구라도 반가운 법일.

 

아들이 이맘때 생일인 엄마에게 운동화를 사 주었다.

낡은 운동화가 바닥이 떨어져 접착제로 붙여 신고 있었더랬다.

젊은이들은 물건을 사는 데도 눈이 밝다.

어디서 잘 사는지, 어떻게 싸게 사는지 잘 아는.

어제부터 같이 뜀박질도 하고 있으니 더 필요하게 된.

어제는 등산화를 신고서 뛰었거든.

 

저녁밥상을 차렸다.

이 도시는 칼국수가 유명하단다.

그깟게 무슨 유명 음식이냐 싶지만 또 그렇지가 않다네.

칼국수 한 그릇 합시다, 라는 인사가 차 한 잔 합시다 처럼 쓰인다는.

칼국수 가짓수도 스물이 넘는다고. 칼국수축제도 있다지.

기본 칼국수는 사골 국물에 끓여 내놓는.

매운 고춧가루를 푼 얼큰이 칼국수(공주 칼국수라고도), 팥칼국수, 어죽칼국수, ...

호남선과 경부선 철도가 만나는 철도운송의 중요 거점이 된 대전역이

구호물자의 집산지 역할을 했다.

1960~70년대 대규모 간척사업 등 국가산업에 동원된 근로자에게

노임으로 돈 대신 밀가루를 지급하게 되면서 대전은 밀가루 유통의 거점이 됐다.

대전의 대표 제과점인 성심당이 성장한 데에도 이런 지리적 배경이 있다.’

덩달아 우리도 두부두루치기에 칼국수면을 사리로 하여 먹었다.


밤에 물꼬 옷방으로 가져갈 옷가지를 얼마쯤 정리했다.

대학을 졸업만 하면 취직이 어렵지 않던 시절을 보냈던 한편

여전히 아끼는 게 미덕인 시대를 나는 살았다.

이제는 절약의 관점을 넘어 환경 생태 지구온난화 문제로 더 면밀하게 물건을 보게 되고

마찬가지로 쓸 때까지 쓰고 산다.

어제 옷상자를 정리한 아들이 입지 않는다고 꺼내놓은 옷들이었다.

, 저걸 다 산 거란 말이지?”

보세도 있고, 물꼬 옷방에서 찾은 것들도 있지만 대개는 샀을 것이다.

저렇게 많은 옷더미에 살다니.

몇 벌로 한 철을 나는 엄마로서는 참...

그런데, 시절이 다른 걸.

라떼는하는 순간 꼰대가 되고 세대가 단절된다.

지금은 우리가 살던 시대가 아니다. 무엇보다 물질 풍요의 시대라. (한국이 좀 더 지나치기는 하지.)

저들은 저들을 둘러싼 환경에서 살고, 우리 세대는 또 우리 세대의 뜻대로 살.

다툴 일도 아니고, 다만 서로 이야기는 나눌 수 있을.

들을 만한 이야기라면 귀를 기울이고 내 삶에 보태는 것도 지혜일.

일하며 입기 쉬울 것들을 담고

나머지는 재활용 상자로 보내기로 한다.

 

학교에서는 도끼로 나무를 쪼개는 중.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이름 날짜sort 조회 수
5842 2005. 12.26.달날 / 교사는 무엇으로 사는가 옥영경 2005-12-26 1384
5841 2005.12.27.불날.날이 풀렸다네요 / 해갈이 잘하라고 옥영경 2005-12-28 1251
5840 혹 다른 삶을 꿈꾸시나요? (2005.10) 옥영경 2005-12-28 1315
5839 지금, 당장, 평화롭기, 정작 나도 자주 잊어버리지만! (2005.10) 옥영경 2005-12-28 1284
5838 2005.12.28.물날.맑음 / 할아버지의 봄맞이처럼 옥영경 2005-12-29 1199
5837 2005.12.29.나무날.맑음 / 젊은 할아버지가 내신 밥상 옥영경 2006-01-02 1268
5836 2005.12.30.쇠날.맑음 / 우리들의 어머니 옥영경 2006-01-02 1258
5835 2005.12.31.흙날.맑음 / 잊고 있었던 두 가지 옥영경 2006-01-02 1165
5834 2006.1.1.해날.맑음 / 계자 샘들미리모임 옥영경 2006-01-02 1184
5833 2006.1.1.해날 / 물구나무서서 보냈던 49일 - 둘 옥영경 2006-01-03 1224
5832 108 계자 첫날, 2006.1.2.달날.맑음 옥영경 2006-01-03 1280
5831 108 계자 이틀째, 2006.1.3.불날.맑음 옥영경 2006-01-04 1199
5830 108 계자 사흘째, 2006.1.4.물날.흐림 옥영경 2006-01-05 1385
5829 108 계자 나흘째, 2006.1.5.나무날.얼어붙은 하늘 옥영경 2006-01-06 1451
5828 108 계자 닷새째, 2006.1.6.쇠날. 꽁꽁 언 대해리 옥영경 2006-01-08 1429
5827 108 계자 엿새째, 2006.1.7.흙날.저 청한 하늘 옥영경 2006-01-08 1289
5826 108 계자 이레째, 2006.1.8.해날. 아직도 꽁꽁 언 얼음과 눈 옥영경 2006-01-10 1399
5825 108 계자 여드레째, 2006.1.9.달날. 녹아드는 언 땅 옥영경 2006-01-10 1335
5824 108 계자 아흐레째, 2006.1.10.불날. 맑음 옥영경 2006-01-11 1593
5823 108 계자 열흘째, 2006.1.11.물날. 맑음 옥영경 2006-01-14 1269
XE Login

OpenID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