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이 랩탑에 쓰고 있는 마우스를 손목보호용으로 나온 최신형을 사주었다.

고맙다.

있어도 굳이 안 쓰던 이런 물건들을 이제 찾아서까지 쓰게 된다.

나이는 결코 비껴갈 수 없다.

우리가 노인복지를 생각해야 할 중요한 까닭 하나이다.

누구나 거치는 시기이기에 아이들을 생각해야 하는 것과 같이.

그러면 모든 나이대에 결국 다 복지를 생각해야만 하는 것 아닌가.

그렇다. 내가 주장하는 보편적 복지의 배경도 바로 그것이다.

 

개인 메일에 쓰고 있는 서명 문구가 있다.

정확하지는 않은데 아마도 그 문장을 빅터 샤우버거의 <살아있는 에너지>에서 옮겼을 것이다.

번역서였다.

잊었지만, 옮기면서 아마도 내가 담을 의미를 더 명확하게 하기 위해

문장을 좀 손대지 않았을까 짐작한다.

만약 너의 삶이 무너져 내릴지라도

이를 관조하며 그것을 다시 일으켜 세울 수 있다면...’

도서관에서 책 한 권을 집었는데,

이름난 작가들이 자신 인생의 책읽기에 대한 강연록을 묶은 것이었다.

강연을 풀어쓴 것과 말하기와 쓰기는 참 다른 문제이구나,

소설가는 소설로 시인인 시로 이야기하는 게 훨씬 낫다 싶기도,

시를 쓰고 소설을 써도 정작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데 있어서 다소 서툴다는 생각도.

동시대의(나와) 두 작가에 대해서는 그들의 삶을 엿본 즐거움이 없잖아 있기도 했다.

별 감동 없이 유명 작가에 기대 만든 책 정도로, 다소의 실망스러움으로 책을 덮었다.

그런데 바로 거기 루디야드 키플링의 시가 하나 인용되고 있었는데,

만일(IF) 전문이었다.

그리고 만일 너의 전 생애를 바친 일이 무너지더라도

몸을 굽히고서 그걸 다시 일으켜 세울 수 있다면,’

이 구절을 읽으며 원문을 찾아봐야겠다 싶었다.

 

Or (if you can) watch the things you gave your life to broken,

And stoop and build them up with worn-out tools.

생애를 바친 일이 한순간에 무너짐을 보더라도

몸을 굽혀 낡아빠진 연장을 가지고 다시 일으켜 세울 수 있다면,

 

1910, 열두 살이 된 아들을 위해 아비의 바람을 적은 시였다고.

1907년 영어권 작가로 처음으로 노벨문학상을 받았고,

<정글북>이 바로 그의 저서였다.

내가 서명처럼 쓰고 있는 문장은 바로 이것으로부터 출발했던 것.

책의 즐거움 하나가 이런 것일.

그 책을 통해 다른 곳으로 가고,

이미 알았던 세계가 바뀌기도 하는.

 

어깨가 탈이 났다. 심하게 흔든 운동을 한 탓에.

정형외과를 갔다. 엑스선으로는 이상이 없었다. 통증이 심한데.

보험도 안 되는 비싼 무슨 검사를 하라고 했다. 그냥 왔다.

잘 다스려보기로 했다. 한방으로 가서 물리치료를 받았다.

 

자판을 두드리는 게 조금 불편하지만

띄엄띄엄 되는 대로 몇 자를 쓰기로.

지난 달 다녀간 이가 후원금을 보냈다.

책은 서로 선물이었거니 했는 걸 책값도 얹은.

또 다른 아이가 올 때 그를 위해 잘 쓰겠다 했다.

아이 자료를 보고 다시 우편물로 보낸 편에 몇 자(일부)를 옮겨놓는다;


장애아든 특수아든 그것을 무엇이라 부르든

결국 특수아 교육은 장애를 대하는 우리들의 태도 문제라고 생각해요!

우리 모두 어떤 의미에서 특수자들이지요. 누구든 개별적 존재라는 뜻에서.

 

발달장애를 가진 아이들도 성장을 하지요, 자연스럽게.

자연스러운 성장에 기대는 것도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모든 걸 문제적으로 접근하고 고치려드는 게 다가 아니라는.

쓰다 보니 원론적인 얘기이군요.

 

길이 머니 아주 절박하게원할 때 집중수업을 해보시기를 권합니다.

특수아 부모들이 더러 물꼬 수업을 막장이라고 표현할 때가 있어요.

여러 곳을 전전하다 결국 물꼬 수업을 만나게 된다는.

선재가 특정 문제를 만날 때

, 다른 곳에서 치료를 하다가 더한 어떤 것을 해보자고 오시는 것도 좋은 방법일.

당연히 약물치료는 할 수 없구요, 대신 저희는 건강하고 정성스런 밥을 준비하구요,

대화나 놀이를 통한 심리적 치료, 언어치료, 소근육 대근육 활동, 자조기술, 사회성, 인지, 의사소통들을 쪼개지 않고

전면적이고 전방위적으로 아이에게 적합한 교과통합적 개별화된 수업을 하는데,

대체행동(긍정적행동지원)을 기계적으로 익혀 습이 될 수 있도록 하기도 하지만

아이의 자발적 의사표현, 자발적 의도를 끌어내는 내는 것과

대개들 가지고 있는, 아이에게 특별히 발달된 영역을 찾아내는 것에 목표를 두어요.

대단히 획기적인 진척이 있는 경우는 아주 드물지만

(아이의 변화에) 분명한 진전이 있다고들 해요.

이곳의 자연이 아이를 성장시키는 것도 아주 크겠지요.

 

아시겠지만 엄마가 힘이 있어야 해요.

강건하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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