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는 청계를 끝내고 남긴 갈무리 글입니다.

올겨울 들어 가장 춥다던 날 아랫목의 유혹을 뿌리치고 길을 나선 이들입니다.

늘처럼 맞춤법이 틀리더라도 고치지 않았으며,

띄어쓰기도 가능한 한 원문대로 옮겼습니다(그게 아니라면 한글 프로그램이 잡아주었거나).

괄호 안에 ‘*’표시가 있는 것은 옮긴이가 주()를 단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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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학년 안성빈:

그동안 다소 지쳤었습니다. 앞을 보고 계속 달리거나 걸어쏙, 한 번 높아진 기댓값은 낮아질 기미조차 보이지 않았습니다

불과 어제까지만 해도 노는 걸 좋아하던 아이가 하루 아침에 학교에 손꼽히는 학생이 되는 건 참으로 고된 일입니다. 그러나 

홀로서기를 연습했고 이내 조금은 단단해졌습니다. 나의 견고함을 확인하고 목표를 설정하기 위해 물꼬에 온 것 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렇게 영동해 무궁화호에 올랐습니다.

24시간 동안 좋았습니다.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으나 개인적 감정은 배제하고 항상 보던 가족, 친구, 주변인을 마주치지 않고

쉬는 시간이 이렇게나 편안할 줄은 모르고 있었습니다. 이 글을 엄마가 본다면 매우 어이없어하겠지만, 잊었던 익숙함을 찾고 

되뇌이는 과정이 저에게 정차신호를 건네어 한숨 돌린 듯합니다.

활동 중 겉치레에 대한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계절마다 옷을 두 벌 정도 사는 부모님은 저를 이해하지 못하고, 10년 넘게 

목 늘어나고 때가 탄 옷에 집착하는 부모님을 이해하지 못했었습니다. 분명 낭비라고 생각될 수 있는 부분이 존재하겠으나,

바쁘고 혼란스러운 현대사회에서 를 우직하게 만들지 못하는 동안엔 아직은 어리고 세속적인 나에겐 필요한 것 같습니다

하지만 앞으로 나를 세우는 과정을 겪고 넘어지는 일편의 과정을 계속해서 시도해볼 예정입니다.

갑자기 느낀점은 고3이라는 이름값입니다. 이 책무에 대해 부담감을 별로 느끼진 않았지만, 남들이 느끼는 부담감을 빌려 유세를 

떨었던 것 같습니다.

이외에도 이런저런 일들에 대해 생각하고 반성하는 시간을 가져서, 그동안의 숙제를 해결한 기분이 듭니다. 홀가분하게 영동을 떠나

다시 많은 짐을 갖고 돌아오겠습니다. 무탈과 건강과 행복을 기원합니다.

-안성빈 드림-

 

10학년 이건호:

이번 청계는 유난히 남달랐다. 영동역에서부터 발목을 다치고 물꼬에 들어와 아픈 상태로 했었다.

채성, 성빈이형, 옥샘, 나 이렇게 4명이서 진행했었다. 처음 보는 사람도 없는 친한 사람들만 있어서 더욱 편하게 진행되었다

성빈이형이 맏형님이 되어 우리를 이끌어주는 모습이 듬직하고 멋있었다. 채성이는 마냥 어린 아이라고 생각했는데 이번 

청계에서의 성실한 모습을 보고 생각이 바뀌었다. 이 추운 겨울 속에도 옥쌤은 여전히 뜨거우셨다. 옥샘이 해주신 물꼬 밥은 

물꼬 밥이 그리웠던 내 마음도 따뜻하게 해주었다. 실타래 시간도 좋았다. 학업활동을 하면서 이번 학년은 스트레스가 유난히 

많아 실타래가 필요했는데 딱 알맞은 시간에 물꼬가 찾아봐주셔서 고마웠다. 마음 속 이야기를 풀 곳이 필요했다. 몸이 아프면 

병원을 가듯이 내 마음도 아파서 물꼬라는 공간이 필요했던 것 같다. 아침 해건지기에서는 아침뜨락을 가보는 것이 첫째 마당이었는데 

발목이 아파 참여하지 못한 게 너무 아쉬웠다.

이번 청계는 정말 특별했다.

옥샘 예쁘다.(* 하하, 이 말은, 계자-초등-를 마치고 갈무리를 쓰는 아이들이 쓸 말이 없어요 할 때 

정말 할 말이 없으면 옥샘 예뻐요, 그 말이라도 쓰라고 했던 말에서 유래함.)

 

7학년 임채성:

이번 청계가 내 첫 청계였다. 첫 참가라서 설레기도 하였고, 조금 긴장도 되었다. 첫날, 영동역에 도착했는데 버스 정류장을 

못 찾아서 조금 긴장도 되었다. 첫날, 영동역에 도착했는데 버스 정류장을 못 찾아서 옥샘께 전화를 드릴까?” 잠시 고민했다

그래도 혼자 찾아가고 싶어서 정류장을 찾았는데 같이 청계에 참여하는 두 형이 보여서 뿌듯하고 기분이 좋았다.

그렇게 물꼬에 도착해서 오랜만에 옥샘도 보고 하다샘도 봐서 반가웠다. 반갑게 인사하고 먹은 밥이 너무 맛있었다.

밥을 먹고 물꼬 투어를 했다. 물꼬 투어를 마치고 갈무리에서 이렇게 투어만 했는데도 이렇게 살 수 있구나를 알려준다는 

건호샘 말이 인상깊었다. 투어를 마치고 페트병으로 꽃을 만드는 예술활동을 했다. 성빈샘이 주도해서 꽃을 만들었는데 

주도해주는 모습이 되게 멋있고 고맙기도 했다.

사과잼을 만들었다. 내가 사과를 조금만 더 잘 했으면(* 잘 깎고 잘 잘랐으면) 더 수월했을 것 같다. 아쉽다.

밥을 다 먹고 케이크를 먹었다. 물꼬에서 금지된 맛이었다.

다 먹고 달골로 올라가서 실타래 시간을 가졌다. 두 형의 이야기도 듣고 옥샘 이야기도 들으며 진지한 뜻깊은 대화를 나눌 수 

있어서 매우 좋은 시간이었다. 실타래가 끝나고 다음날 아침에 아침뜨락을 걷다. 날씨는 추웠지만 좋은 햇살과 바람을 맞으니 

행복했다. 해건지기 시간에 처음으로 대배를 해보았다.

옥샘께서 계자 오라는 말씀은 직접 안하셔도 청계에는 나를 불러주신 이유를 조금은 알 것 같다. 이 좋은 자연에서 좋은 사람들과 

뜻깊은 시간을 보낼 수 있어서 정말 행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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