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90일수행 49일째.

몸을 풀고 대배를 하고 호흡명상을 한다.

거하는 곳이 물꼬라.

 

흐린 하늘로 눈발이 날리는 아침이었다.

아쿠, 길이 미끄러운데 다닐 일은 아니겠다.

숙소에서 창으로 보이던 강은 더 꽁꽁 단단해졌다.

그 위로 눈이 덮었다.

길을 나설 때도 멎지 않았던 눈이었으나 예정한 곳에 이르자 하늘이 걷혔다.

해까지 나와 겨울 호수에 부딪혀 흩어졌다.

 

단양 깊은 숲속에 있는 헌책방에서 새해를 열었다.

깊은 멧골 사는 이가 어딜 가서도 산골로 또 깃들게 되는.

물꼬가 꾸는 꿈 하나가 거기 닿아있기도 한.

물꼬가 헌책방이 되든, 헌책방 하나를 꾸리게 되든.

그 길로 단양8경 가운데 4경을 걸었고, 오늘 남은 4경을 걷는다.

언 강에 도봉삼봉이 있었다.

조각배가 얼어붙어 풍경을 완성했다.

사람들이 던져본 돌도 강 표면에 꽝꽝 얼어있었다.

웬만큼 걸어 들어가 본다. 삼봉에도 닿겠다.

하지만 중간쯤에서 접었다. 누군가 그렇게 시작하면 길이 되어버릴까 봐.

들어가지 말라는 경고를 봤거든.

안내를 하면 그 안내대로 따르기로.

바람이 만들어놓은 바위문을 보러 올라갔다.

길이 잘 만들어져 있었다.

사람이 귀했다.

충주호 장회나루에서 배를 타고 구담봉과 옥순봉을 가까이서 보고

청풍나루에서 돌아왔다.

행정구역이 제천에 속하는 옥천봉 출렁다리는,

미어터지는 주차장과 다리 위를 오가는 사람들만 구경했다.

코로나19 확산세로 거리두기를 강화하고 있지만 사람은 어디나 많다.

관광버스도 여러 대가 서 있었다.

2022년 국내관광 트렌드에 따르면

코로나19가 불러온 개인화파편화현상이 여행에도 반영될 것이라며

여행 트렌드 키워드로 해빗-어스(HABIT-US)’를 내놨다.

개별화·다양화(Hashtags), 누구와 함께라도(Anyone), 경계를 넘어(Beyond Boundary),

즉흥여행(In a Wink), 나를 위로하고 치유하는(Therapy), 일상이 된 비일상(Usual Unusual), 

나의 특별한 순간(Special me)7개 키워드 앞 글자를 조합한 거라고.

그런데, 여행 정도는 떠나줘야 한다는 강박이 사람들을 내모는 때도 있는 듯.

여행이 사람의 품격을 결정하지는 않지.

0.75평 감방에서도 우주를 유영할 수 있고,

온 세계를 다녀도 제 안에 갇히기도 하던 걸.

 

사택 된장집 난방을 위해 학교 해우소 뒤란 창고에서 연탄 올리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수sort
5634 2007.12.17.달날. 맑음 옥영경 2007-12-31 1331
5633 5월 3일 불날 짱짱한 하늘 옥영경 2005-05-08 1331
5632 2008. 7. 2.물날. 갬 옥영경 2008-07-21 1330
5631 2007. 3. 9.쇠날. 아주 괜찮게 맑은 / 생명평화탁발순례단과 함께 걸었다 옥영경 2007-03-21 1330
5630 2006.9.1.쇠날. 맑음 / 2006년도 달골포도를 내다 옥영경 2006-09-14 1330
5629 2011. 2. 9.물날. 딱따구리 나무 찍는 소리 옥영경 2011-02-23 1329
5628 4월 몽당계자 갈무리글 옥영경 2010-05-10 1329
5627 2007.11. 9.쇠날. 맑음 옥영경 2007-11-19 1329
5626 4월 13일 물날 마알간 날 옥영경 2005-04-17 1329
5625 12월 30일 나무날 맑음 옥영경 2005-01-03 1329
5624 132 계자 사흗날, 2009. 8. 4.불날. 맑음 옥영경 2009-08-09 1328
5623 8월 27일 흙날 맑음, 공동체 식구나들이 옥영경 2005-09-11 1328
5622 7월 19일 불날 맑음 옥영경 2005-07-27 1328
5621 7월 10-11일, '우리' 준형샘 옥영경 2004-07-20 1328
5620 136 계자 사흗날, 2010. 1.12.불날. 아침에 밤에 눈싸라기 옥영경 2010-01-20 1327
5619 2008.10.19.해날. 가라앉아가는 하늘 옥영경 2008-10-28 1327
5618 2007.11. 2.쇠날. 바람 옥영경 2007-11-13 1327
5617 2006.5.11.나무날 / 110 계자 미리모임 옥영경 2006-05-13 1327
5616 5월 26일 나무날 맑음, 봄학기 끝 옥영경 2005-05-27 1327
5615 5월 17일 불날 흐리더니 밤엔 비바람이 옥영경 2005-05-22 1327
XE Login

OpenID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