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1. 7.쇠날. 맑음

조회 수 412 추천 수 0 2022.01.12 02:55:14


 

수행을 하고,

계자 기간 동안 들여다볼 일 없을 달골 공간들을 둘러보다.

햇발동에서 내릴 물건 하나 챙겼다.

재훈샘이 작년에 마련해준 것이었다.

그간 물꼬에는 헤어드라이어가 없었다.

겨울에 젖은 머리로 밖으로 나가 꽁꽁 얼기도 했다.

전기기구를 덜 쓰는 것도 탈산소 운동에 기여한다고 고집스럽게 생각해 온.

젖은 머리는 그냥 바람에 말리는 거지, 그런 생각.

그런데, 아이들이 너무 고생한다, 샘들도 오랫동안 너무 고생했다, 이런 한파에선 짠한.

하여 오늘 또 하나의 타협을 했다.

최근 작은 규모의 모임에서 써왔던 헤어드라이어를 계자에서도 쓰기로.

달골 햇발동에 있던 것도 학교로 내리게 된 까닭이다.

겨울 산오름에서 핫팩을 쓰게 된 것과 같은 지점의 타협.

 

학교아저씨와 PCR검사를 받고 왔다.(음성이었다.)

계자 참가 부모들도, 샘들도 속속 결과를 전해왔다.

들어오며 윤호샘과 만나 장을 봤다.

계자 준비위에 윤호샘이 더해져 다섯이 되었다.

휘령샘과 하다샘이 비록 밖에 있으나 계자를 같이 준비하고 있었다.

옷방을 정리하고그건 그 살림을 안다는 이야기.

여름옷을 올리고, 겨울옷을 내리고,

올리는 옷은 신문지을 덮고, 내리는 옷은 덮었던 신문지을 떼어내는.

정수기도 물을 비우고 씻고 살균했다.

물꼬가 대형 스텐 물통으로 만든 정수기.

안에 있던 맥반석도 뜨거운 물로 튀겨 말리고,

행주며 수세미며 팍팍 삶았다.

설거지 바구니며 통이며도 싹싹 솔질하고

뜨거운 물로 부시고 바짝 말렸다.

계자 내내 쓸 마늘도 빻았다.

10시에 끝내자 했으나 역시나였다.

11시에야 둘러앉아 와인을 한 잔 할 수 있었네.

윤호샘이 알바를 하고 사온 것이었다.

윤호샘편에 인교샘이 아이들 먹일 사탕도 보내주었다.

이용샘은 택배로 귤을 두 상자나 보내셨단다.

늘 계자는 학교 안에 있는 이들만 아이들을 돌보는 게 아니다.

밖에서도 마음들을 보태는.

아이들을 그리 키우는 물꼬라.

 

자정이 지나서야 달골에 올라 계자에서 움직일 개인 짐을 챙겼다.

아쿠, 김이 서려 무릎에 잠시 뺐던 안경을 잊고

차에서 내려서다 툭!

밟았다. 밟는 순간 알았다. 그랬더라도 등산화 아래서 살아남기 힘들었겠지.

유리는 괜찮았다. 한쪽 쇠테가 완전히 꺾였다.

바루다가는 부러지겠다.

물부터 끓였다. 담갔다. 얼어있던 테가 좀 누그러졌겠지.

그제야 살살, 아주 살살 폈다.

만족스러운 정도까지 아니어도 당장 안경을 고치려 나가지 않아도 될 수준.

이런 것도 계자를 앞둔 물꼬의 기적인 것만 같은.

평소에도 마을 밖을 나가는 일이 일인데, 계자 앞두고 이 잰 걸음에 거기까지 가야 한다면...

나는 기적이라고 말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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