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이다!’ 휘령샘이 날적이에 그리 쓰고 있었다.

‘2021학년도 겨울, 백예순아홉 번째 계절자유학교-나뭇가지로 하늘을 날자’,

우리는 또 한 세상을 모신다.

 

간밤에 자꾸 깼다.

아침이면 아이들이 들어올 거라 긴장 때문이었을 수도.

아무리 오래해도 아이들을 맞는 일은 어렵고 귀한 일이니까.

계자에 접어들면 두어 시간 겨우 확보하는 잠인데, 아깝게도 서너 차례를 깼으니...

지난겨울부터 모둠방에서 잤다.

그 전에는 바닥 난방이 없이 난로만 있는 교무실에서 자왔다.

늦게까지 기록도 하고 일정을 준비도 하니 불을 켜놔야 해서.

잠을 잘 자야 더 순조롭지, 나이 들어감을 인정키로 했다.

사람이 잠을 자야지. 놓을 것 놓고 잠을 조금 더 자리라 했는데,

첫밤 잠시간은 늘지 않았다. 방이 너무 더웠던 거다.

내 몸이 추우면 아이들 건사도 어렵다고 너무 많이 껴입고 있었던.

더운데, 옷 하나 벗어야는데, 잠결에 미련하게 또 꼼짝않고 잠에 들었다 갑갑해서 또 깨고,

그런데 고단함에 옴지락거릴 수가 없어 잠에 씌었다가 또 깨고.

아이들이 오기 전날 샘들이 학교 공간에서 자며 아이들과 지낼 방 온도를 가늠한다.

아이들을 위한 마루타라고 농을 하는.

따습게 자기 충분하겠다!

 

멧골 겨울 아침은 역시 국밥이지.

콩나물국밥을 준비하고 샘들을 깨웠다.

아이들 들어오기 전 잠을 조금이라도 더 채우고 시작하라 오늘은 수행을 밀기로,

내일 수행에 업히기로.

신발장에서부터 이번 계자 아이들이 각자 제 것을 써야 할 곳,

혹은 물건에 이름을 써주어야 했고, 속틀도 만들어 붙여야 했고.

그런 과정이 다 호흡을 맞추는 일이고, 아이들을 미리 만나보는 시간인.

샘들도 처음 만나거나 오랜만에 만나 할 이야기도 많았을 텐데

정작 이야기로 늦어진 게 아니라 일이 그만큼 많아서...

공간의 불편을 샘들의 손으로 메우는 곳이니.

그냥 웃고 떠드는 게 아니라 일을 통해 그리하니 생산적인 밤이었던 걸로.

 

물꼬의 밥상은 돈을 주고 사람을 써본 적이 없다, 샘들도 그렇지만.

기꺼이 마음과 손발을 낸 이들이 밥을 하는.

샘들이 아이들 밥해 멕이며 돌보는 학교 흔하지 않다.

물꼬는 아이들 밥 먹이는 것도 교사의 큰 역할 하나로 보는.

물꼬의 자부심 하나이다.

이번 169계자는 특별히 밥바라지를 따로 맡은 이들이 없다.

다른 계자보다는 일거리가 더 많을 수 있겠다.

다행히 어제부터 호흡을 맞춰본 샘들의 움직임이 유달리 좋다.

동료이기도 하지만 후배이고 내 학생이고 아들딸들이라고도 할 그들.

저녁 때건지기때 보니

하다샘과 지인샘이 설거지를 하고,

희지샘 윤호샘이 가래떡을 썰고 양파와 파를 다듬고,

민교샘이 부엌 잔심부름을 하고,

이번 계자 샘들의 분위기를 또한 예감케 하는 풍경이었다.

계자 샘들을 보면 적잖이 그 계자 분위기를 읽을 수 있는.

아이들은 그들을 보고 배우니.

 

정오, 아이들이 들어섰다.

아무리 준비해도 늘 못다 한 뭔가를 발견하는 멧골 낡은 형편.

이 모진 추위에 아이들이 와 있는데 또 어디가 터지거나 문제가 생길까,

태산 같은 걱정이 앞서다가

아이들을 보면 그들을 믿게 된다. 그게 물꼬에서의 아이들의 힘이라.

그들을 믿고 계자(역사)가 계속되는.

아이들은 생각보다 씩씩하고 지혜롭고 너그럽고 따뜻하니까.

아이 스물과 어른 열(새끼일꾼 하나 포함)이 함께한다.

물꼬에서 펴낸 책을 읽었거나

내가 나갔던 강의에서 만났다가 아이가 크자 보내기도 했고,

제도학교 지원수업을 가서 만난 우리 학급 아이들이 오기도 했으며,

대학생 때 자원봉사를 했던 이들의 아이들이 자라 오고,

품앗이 샘으로 왔던 인연으로 내가 주례를 서고 아이를 낳고 그 아이가 자라 오기도.

왔던 아이들의 사촌이, 이웃이, 친구들도 왔다.

넓혀지는 관계가 고맙다.

왔던 아이들이 열셋, 서울 5, 경기 6, 인천 2, 대전 3, 충북 3, 충남 1,

1학년 1, 2학년 3, 3학년 9, 4학년 1, 5학년 6.

여아 11, 남아 9.

아이들:어른들=2:1

들어오는 아이들 뒷모습을 부모님들이 교문 앞에서 끝까지 지켜보고 계셨다.

물꼬가 뭐라고 이 먼 길을 와서 아이들을 내주었다, 학교 살림까지 보태주면서.

오로지 이 아이들을 하늘처럼 섬기겠다.

 

안내모임’.

물꼬의 긴 역사를 들려주고, 샘들의 면면을 소개하고,

여기서 지내는 법을 안내하다.

자유롭게 지내면 되지, 자유학교니까.

다만 배려가 있는 자유, 사이좋은 자유, 친절한 자유.

그리고 마치 아무 일도 없던 것처럼우리 끊임없이 우리들을 돌아보면서 나날을 살 것이다.

그저 한 순간 책임 없이 다녀가는 공간이 아니라

내내 살듯이 일상을 가꾸며 지낼.

샘들은 아이들을 한 명 한 명 깊이 보면서 그 아이들을 도울 게 없나 살필 것이다.

 

때건지기’-낮밥.

아이들이 와서 먹는 첫 끼니다.

가마솥방에서 모두 먹기에는 좁으니 모둠방에도 밥상을 깐다.

현준 서윤 큰 도윤, 윤수 하다샘이 밥을 다 먹고

가마솥방까지 접시치우기 가위바위보 내기를 했다.

무엇이나 놀이가 되는 이곳. 공부인들!

 

밥상을 물리고 여자방은 벌써 한 덩어리가 되었다.

세미 작은소윤 큰소윤 채원 은서 지율 서윤 정인 정윤 지윤이

마피아게임, 수건 돌리기, 눈감고 술래잡기를 하다.

계자를 먼저 와봤던 지율 정인 큰지윤을 주축으로 그리 모이고들 있었던 모양.

아이들은 눈감술(눈감고 술래잡기, 라고 아이들이 알려주었다)을 할 때

술래가 된 어린 세미를 위해 모두 몸을 낮춰서 다니자고 제안했다.

, 아이들이란 그런 존재이다. 작고 여린 이를 살피는!

이번 계자가 저런 느낌으로 갈 것 같은 예감.

하지만 그건 그저 어른들 생각이고 기대.

아이들이란 언제나 우리를 탁 한 대 치며

어디로 향할지 모를 공 같은 존재들이라.

같이 놀던 새끼일꾼 민교샘은 날적이에 그리 썼다.

쫌 어색할 줄 알았는데 아이들과 함께 웃으며 노는 게 전혀 어색하지 않았다.’

아이들은 우리에게 우리도 아이였던 적이 있었음을 환기시켜주고,

그리고 우리의 벽을 허물어준다.

솔직히 고백하자면 난 그동안 아이들을 살가워하는 편이 아니었다.

그런데 이번 캠프를 계기로 달라질 것 같다. 너무 순진하고 솔직하고 정이 많다.

정말 기대도 안했는데 날 이렇게까지 좋아해 줄줄 몰랐다.

아이들이 보여주는 관심과 사람은

친구나 후배 선배 등과의 관계에서 받을 수 있는 것과는 확연히 다른 것 같다.’(새끼일꾼 민교형님)

부모들이 아이를 키우며 자신들이 아이들을 끔찍이 사랑하는 줄 알지만,

아이들이 우리 어른들의 그늘로 살아가는 줄 알지만(그것도 맞지만),

아이들이 우리를 사랑해주는 힘으로 우리가 아이를 키우는 시절을 건넌다.

그들의 사랑으로 어른들이 사는!

새끼일꾼의 큰 역할 하나가 아이들과 몸으로 놀며 힘을 좀 빼주기.

어른들이 아이들의 활동력을 따를 수 없으므로.

이번에는 막 대입을 치른 민교형님 혼자 새끼일꾼으로 붙었다.

아직 방학을 하지 않은 학교들도 있었고,

계자 일주일을 다녀가면 고단의 일주일이 또 이어지니 적잖이 부담이기도.

갈수록 공부가 중해지는 그들이라.

돕지 못해 죄송하다는 문자들이 닿았다.

아니다, 자신이 생각하기에 더 가치 있는 일을 하고 있으면 됨.

자신이 잘 살아주는 게 물꼬를 돕는 것임!

 

큰모임’.

둥글게 모여앉아 얼굴을 보고,

계자 동안 쓸 활동자료집 글집표지에 자기 이야기를 담았다.

그 가운데 하나, 물꼬의 발전상을 그린 한 친구, 최신 문잠금장치도 그렸는데,

, 그 잠금장치에 우리 169계자 사람들만 드나들 수 있는 비번을 정하자 제안하였네.

학교아저씨한테도 알려주었다.

애들이 문 앞에서 암호를 대시오.” 하면 0169라 말해야 들어오실 수 있다고.

비번은 현준이가 생각한 번호였는데, 어찌 그 번호가 되었는지는 169계자 사람들만 아는 걸로:)

서윤이가 글집 색깔이 마음에 안 든다고 토라져 등을 돌리고 있었다.

자기의견이 강한 아이다. 자기 색깔이 분명하다는 말이기도. 큰 장점이다.

시간을 지나면 제 풀이 꺾인다기보다 자신에게 설득되어 돌아오는 아이다.

다만 시간이 필요한.

지난 계자에서도 서윤이가 한 훈련 하나는 삐치는 마음을 어떻게 표현하고 어찌 수습할지였다.

하던 활동으로 돌아오는 시간은 차츰 짧아졌고,

이번 계자에서 더욱 자신의 주장을 부드럽게 알리는 법을 익히리라.

우리는 다행하게도 시간이 많다. 엿새를 같이 먹고 자고 놀고, 그야말로 같이 살.

끼리끼리 둘러앉아 그림을 그리면서 수다로 또 서로를 알았네.

준형이가 자기가 좋아하는 캐릭터들을 그리면서

계속 넌센스퀴즈를 내는 걸 즐겨 곁에서들 맞추느라 재밌기도 하였다.

다시 둥글게 앉아 다른 이들에게 표지를 보여주며 제 소개들을 했다.

친구들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같은 것을 알게 돼서 좋았어요.”

정말 서로를 좀 더 알 수 있는 시간이 되었더라.

 

큰모임에서 속틀도 논의한다.

아이고 어른이고 모두 이번 계자 구성원.

우린 우리가 보낼 시간을 같이 짠다.

아이들에게 이곳에서 하고픈 것들을 물었다.

산에 가자, 고구마도 구워먹고, 달고나도 만들자, 은행도 구워야지,

눈사람 만들자, 눈싸움도 하자, 축구도 해야지, 피구도 꼭 해야겠네,

베개싸움은 어떤가, 오징어게임도 하자, 자기 하고싶은 대로 하는 시간도 있어야지,

요리를 뺄순 없지, 연극도 해야겠다, 놀자, 놀자 또 놀자, 만들기도 하고 그림도 그리자,

책도 읽자, 방에서 뒹굴자, 춤도 추자네...

우린 그걸 다 할 수 있다.

샘들이 밤에 세부적으로 시간 배치.

한 번도 같은 계자란 없었다. 역시 이번도.

두어 차례 하는 보글보글이 이번 계자에선 한 번으로,

강좌가 열리면 아이들이 수강신청을 하는 열린교실이 사라지고, 대신 공동창작이 들어갔다.

풍물놀이는, 샘들 편에서 했으면 하는 바람도 있었으나

시간을 줄 수 있는 때가 없었네.

 

두멧길’.

여느 해라면 학교를 둘러친 멧골 고샅길을 걷고 물꼬의 바깥수영장도 가는.

그러나 팬데믹 상황에서 우리는 어떻게?

학교를 최대한 돌아보기로 하였다.

이곳에서 자란 하다샘이 앞장서서 어릴 때 온 학교를 무대로 뛰어다닌 현장을 나누다.

모든 물건이 그렇듯 우린 뒷면도 있다.

뒤란까지 움직임이 많아지면 안전 사각지대가 많아지진 않을까 하는 우려가 그간 있었다.

정리하지 못한, 손이 가지 못한 후미진 곳을 혹 볼까 싶어 감춘 부분도 있었을.

손이 모자라 정리하지 못한 부분이 있을지라도,

여기 살면서 되내이는 마치 아무 일도 없던 것처럼은 아이들만, 혹은 계자 때만 하는 말이 아니다.

이곳의 행동지침 같은 것.

그러니, 객관적으로 너무 부족한 일손이긴 하나, 우리는 끊임없이 방 닦듯 뒤란도 돌아보나니.

작은 포도밭과 텃밭으로 아이들이 걸어갔다.

여러 분의 똥오줌이 거름이 되어 기른 것들이 우리 식탁에 올라옵니다.”

교사(校舍) 뒤란에서 보일러실도 들여다보다.

따뜻하게 잘 수 있음은 밤에 아궁이 앞에서 젊은 할아버지가 불을 때주시기 때문이다.

아이들이 고맙다 인사를 드렸다.

(학교가 폐교되고 오랫동안 죽어있던 것을 물꼬가 들어오면서 살렸던)

우물 가로 가서 수범 동우 윤수 큰도윤을 비롯 사내 아이들이 두레박으로 물도 길어보고,

동쪽개울에서 얼음에 미끄럼도 탔다.

그 발아래가 지난여름에 만든 수영장이라.

사택도 둘러보다; 간장, 된장, 고추장집.

소나무와 돌탑과 솟대가 있는, 아이들끼리 마음이 서로 부대낄 때 돌아보는

소도도 가보았다.

그리고 옥상으로 갔지.

하다샘이 사다리를 먼저 타고 올라가서 아이들을 잡아주었지만

거의 다 혼자 힘으로 올라가려.

그 작은 세미도 혼자서 오르고 내렸다.

큰도윤과 큰소윤이 사다리 위 양쪽에서 올라오는 아이들을 잡아주었네.

안내모임이 끝난 뒤 5학년들을 불러 물었더랬다.

형들이 전체흐름을 도와줄 수 있겠냐고.

그리 하마 하더니 정말 그리 하고 있다.

정후는 오르다가 무서워 도로 내려왔고,

지율이도 밑에 머물렀다. 준형이도 위를 못 가봤네.

또 다른 날을 기약한다.

 

소나무의 전설도 시작되었나니.

하다샘이 어린 날 타고 놀았다며 나무 오르는 법을 전하고,

동우 수범 윤수 큰도윤이 나무를 올랐다.

하다샘이 큰도윤에게 어릴 적 이름 붙였던 12번 자리를 알려줬더니

자기도 번호를 붙이고 밟는 차례를 정하고서 동생들도 데리고 올라간.

저 쌤 해야겠어요, 나중에.”

?”

나무 오르는 비법을 후배들에게 전해주고 싶기 때문이라고.

그도 새끼일꾼, 품앗이일꾼이 될 꿈이 생긴.

동우 윤수는 첫 번째 오름에만 하다샘 도움을 받아 1번 자리를 밟은 뒤

도움 없이 가겠다 했고, 갔다.

아이들의 세계가 확장 되었다.

여느 계자와 달리

이번계자는 학교와 바깥의 최대 경계지점까지 공간을 확대해 움직이게 되었네. 학교가 커졌다!

이렇게 또 169계자는 그 나름대로 특별해지고 있었으니.

 

글집 건으로 삐쳐있던 서윤이는 두멧길을 놓쳤다.

지내는 동안 그것이 자신의 아쉬움임을 빨리 알고 금방 태세를 전환할 것이다.

영리한 아이니까.

기분이 나아지면 (그가 와서) 말을 해주기로 했다.

곧 서윤이 와서 밥상머리공연을 신청했다. 왔던 아이라고 아는.

누구나 아름다움을 알고 표현할 수 있지.

때건지기 때 밥상머리무대에서 밥상머리공연을 한다.

낼 저녁에 하겠다지.

우리는 연주자로부터 공연 초대를 받은.

아이들은 이 공연을 위해 다들 반년을 연습해서 나타나고는 한다.

 

일정도 일정이지만 엿새를 같이 사는 이곳이니까

속틀에 적힌 것 말고도 사이 사이 일어나는 역사가 더 많다.

서윤이는 바느질이 좋다. 처음 온 정후에게 가르쳐준다.

정후가 솜을 넣어서 인형을 만들었다.

준형이랑 희지샘이 알까기를 한다.

알을 까는 아니라 손바닥으로 밀며 기술이라 우기는 준형에게

기술 쓰려면 기술 이름을 말하라니 손바닥밀기라고 답했다나. 유쾌한 준형이.

작은 도윤이가 와서 준형이랑 대결을 벌였네.

책방을 들여다보니

체스왕 윤수는 홍주샘한테 체스 규칙을 상세하게 가르쳐주고 있었고,

지윤 태양 윤수 채원 들이 모여 무서운 이야기를 하고 있기도.

 

작은 도윤이 홍주샘 껌딱지가 되었다.

홍주샘 올 때까지만 놀아요, 하며 근영샘을 잡고

낚싯줄로 단추를 엮어 놀잇감을 만들었다.

예전에 물꼬에서 배운 거라며 다른 아이들에게도 가르쳐주었다.

서윤 세미 도윤 희지샘이 끝말잇기를 하는데

도윤이가 자꾸만 제 차례 아니어도 정답을 알려주려 애쓰는.

홍주샘은 작은 도윤이를 달고 준형이도 챙기다.

준형이 처음 왔고 조금 더딘 부분이 있는 데도 아이들은 놀라운 적응의 존재들이라.

제 혼자 잘하고, 밥도 꼬박꼬박 두 그릇을 챙겨먹고 있다.

준형이가 어떤 것에 대해 안다고 하지만 모르기도 하고, 몰라도 안다고 하기도 하고,

상대가 하는 말을 따라할 수도 있는 부분이 있어 친절하게 잘 말해주기로.

준형이가 모둠 하루재기에서 여기 오니까 기분이 좋은 것 같애요.”, 했다, 만족한 표정으로.

그러면 되었다.

 

태양이는 자연이랑 가깝다.

오늘도 예쁜 주황색 주머니 같은 걸 주워와 물었다.

꽈리야. 그 안을 보렴.”

거기 매끈하게 둥근 다홍색 열매가 있다.

열매를 살살 만지다 꼭지를 조심스레 빼고 공기를 넣어 불면 소리가 난다.

수세미에서 수세미 상품이 나왔듯,

꽈리놀잇감이 그로부터 나왔던.

아이들이 모르는 걸 보니 요새는 없는 모양이다.

꽈리 열매로 장식은 하지만 그걸 불 생각은 않았는데

잊고 있던 걸 알려준 태양.

그가 자유학교 물꼬 노래를 부르다가 묻기도 하더라지.

왜 뒤엉키면 자유예요?”

태양아, 그대가 생각해봐서 알려주렴.

 

샘들이 아주 귀부인이 되었다.

반지에 팔찌에 목걸이에 머리띠에 왕관에... 번쩍번쩍 한다. 아이들이 만들어준.

나중에는 찍찍이까지 붙여 사용기능성을 높이기도.

채원 예린 소윤 정윤이 함께 골판지와 글루건을 가지고 만든 것들.

차츰 다른 아이들도 붙고.

아쿠, 예린이가 글루건에 살짝 데였네.

예비의료인인 하다샘이 얼른 치료해주었다.

 

옥샘, 이래도 되는 거예요? 너무하신 거 아니에요?”

밥이 이리 맛있어도 되냐, 정인이랑 은서가 저녁밥상을 그리 노래해주었네.

예린이도 밥이 맛나다 인사를 건네주고 갔다. 수고에 대한 인사로 들었다.

저녁 때건지기 후

현준이가 지율 정인, 두 소윤, 예린 서윤 정윤 지윤이 모여서 무서운 이야기가 한창.

아이들은 무서워하면서도 쫄깃쫄깃한 이야기에 귀를 닫을 수가 없다.

자 아이들이 뛰어다니는 걸 보며 정윤이가 던진 말,

여기가 자유학교는 맞나 봐요.”

저들도 아는 게지.

아이들은 자신들이 허용된 경험을 기억할 것이다. 그게 사랑인 줄도 알고.

 

한데모임’.

노래를 목청껏 부른다.

아이들은 노래를 좋아한다.

우리는 악기도 없이 목소리와 몸으로 노래를 한다.

어쩌다 마당을 지나다 그 소리를 듣노라면, , 천국이 여기구나, 정토와 극락이구나 싶은.

소리를 듣지 못해 말을 익히지 못한 이들이 나누는 손말(수어)을 익히고,

우리들이 보낸 하루를 돌아보고,

서로 논의하고 상의한다.

어른들도 한 표를 행사해서 팽팽하게 의견이 대립하기도.

우리는 이 자리에서 신라의 화백제도를 실험하는.

거수로 100% 만장일치가 아니라 모두가 동의할 길을 찾는다는 말이다.

 

대동놀이’.

크게 하나가 되어 노는 시간이나 움직이는 게 내키지 않아도 같이 놀기로.

고래방으로 이동했다.

그 추운 데를 가겠단다. 갔다. 밖보다는 나으니까.

몸부터 좀 데우기로 하여 두 패로 나뉘어 이어달리기부터.

다음 순간이 없도록 뛰는 아이들.

어른들도 못잖다. 샘들의 이런 열기는 아이들을 더욱 달아오르게 한다.

피구를 하자 종일 노래한 아이들.

그래? 하자. 비슷한 느낌의 오재미 던지기를 한다.

큰 소윤이가 오재미를 받아 작은 도윤이를 살렸더라.

아이들은 놀이 속에서 살고 죽고 부활한다.

그런 신명이 없었네.

아이들의 터지는 웃음이 샘들을 또 살리고 있었다.

옛적 어른들이 어릴 적 놀았던 놀이를 아이들에게로 이어서도 좋았네.

서윤이가 또 뭔가 마음에 안 들어 같이 안 하겠다 하다가

금세 마음을 바꾸어 자기 편 색깔띠를 달라하였다.

시간이 지나버린다는 걸 안.

 

모둠하루재기’.

특수학급의 준형이가 행복했다라고 하루를 갈무리했다.

처음 와서 적응하기도 힘들고 어려울까 봐 걱정했는데

친구들과 샘들이 잘 대해주어 고마웠다는 정윤.

예린이도 거기 제 마음을 포갰다.

샘들이 씻는 것을 돕고.

해서 누가 씻고 안 씻는지 살피고, 혹 내일이라도 씻을 수 있게 도울 수 있을.

예린이는 혼자 잘 씻다.

자리에 눕기 전 근영샘이 방을 쓸 때 정인이가 도왔다.

이 아이로 말할 것 같으면 지난계자에서 낮에 하는 대동놀이 진행자로 등극도 했던.

마음씀이 남달라서 누가 이리 키웠는가 궁금하게 하던.

물꼬에서 진행한 설악산행에 동행하면서 그예 엄마를 만났고,

물꼬의 논두렁까지 되셨네.

 

잠자리 머리맡에서 여자방 남자방 두 샘이 들어가 책을 읽어주다.

남자방은 좀 소란했다.

수범 현준 정후가 작은 부딪힘.

동우 이름이 왜 없냐고? 아주 쓰러져서 벌써 잠들었으니까.

 

1030분에야 샘들 하루재기를 할 수 있었다.

겨울밤, 깊은 멧골 난롯가에서 우리들은 아이들 얘기를 한다.

어린 아이들을 만날 기회가 내가 크고 나서는 없었는데

처음으로 많은 아이들을 만났더니 뭔가 따뜻한 하루였다.

하루종일 사진 찍으면서 정이 많이 들었던 것 같다.

아이들이 즐거워하는 모습을 많이 담고 싶었다.’(희지샘)

아이들이 또한 우리를 변화시킬 시간일.

각오를 단단히 해서 그런지 힘들다기보다 재미있었습니다. 앞으로의 4일이 기대됩니다.’(홍주샘.)

10년을 넘게 한국교원대에서 계자를 돕고 있다.

후배들이 잇고 잇고.

짐작이 간다. 정말 힘들다고 했을 텐데. 그래도 온 그라.

임용준비 전 그래도 이런 활동을 한 번이라도 해야지 않을까 싶어 왔다 했다.

선배들이 권할 만한 후배였더라.

 

물꼬 아궁이지킴꾼은 굉장한 믿음의 자리.

한밤중 일어날 상황에 대처할 수 있는 이여야 하니까.

굳이 다른 이를 깨우거나 당황하지 않을 수 있어보이는 이에게 맡는다.

윤호샘이 드디어 그 자리를 이어갈 때가 된.

마지막 날 불을 혼자 때기 위해 오늘 밤 학교아저씨와 동행하여 불 앞을 지키다.

열 살 아이는 자라 스무 살을 지난, 든든한 존재가 되었다.

물꼬는 그렇게 맥을 이어가고 있다.

 

계자는 이 안에서 이루어지지만 저 하늘에서부터 밖에서 돕는다.

밥바라지가 따로 없는 계자여서 샘들이 한다 하니

마음을 더 써주신 부모님들이 계셨다.

공지윤이네는 지난여름처럼 냄비째 온갖 가지를 넣은 떡볶이를

이번계자는 식구들이 더 많다고 더.

태양이 서윤이네도 커다란 김치통에다 반찬을 두 가지나.(한 말씩 가래떡과 떡국거리도 이 댁에서 왔나요...)

지율네서 장조림이며 기지떡을 두 상자나,

큰도윤 정인이네가 쌀을, 수범네가 과자와 산오름을 위한 초코파이를,

작은소윤네가 귤을, 준형이네가 귤과 바나나를,

예린이네는 포장도 뜯지 않은 새 수건들을, ...

"살림을 살피고 헤아려주신 모든 분들 고맙습니다!"

 

눈 소식이 없는 주간이다.

절묘한 물꼬 날씨라 이름 하는 날씨의 기적이 이 계자에도 닿을 수 있다면!

03시가 넘어가는 밤이다.

이불에 손을 넣어볼 것도 없이 방이 따습다

따뚯한 물과 따뜻한 아랫목과 바람을 막는 창이 고마운 줄 아는 시간들이라.

아이들이 걷어차고 있는 이불을 여며주고 돌아오는 교무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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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64 169계자 닫는 날, 2022. 1.14.쇠날. 맑음 / 잊지 않았다 옥영경 2022-01-15 76
5863 169계자 닷샛날, 2022. 1.13.나무날. 눈 내린 아침, 그리고 볕 좋은 오후 / ‘재밌게 어려웠다’, 손님들의 나라 옥영경 2022-01-15 77
5862 169계자 나흗날, 2022. 1.12.물날. 맑음 / 꽈리를 불고 연극을 하고 옥영경 2022-01-15 68
5861 169계자 사흗날, 2022. 1.11.불날. 눈발 흩날리는 아침 / 우리도 저런 시절이 있었다 옥영경 2022-01-15 64
5860 169계자 이튿날, 2022. 1.10.달날. 맑음 / 비밀번호 0169 옥영경 2022-01-14 83
» 169계자 여는 날, 2022. 1. 9.해날. 흐리게 시작하더니 정오께 열린 하늘 / 학교가 커졌다! 옥영경 2022-01-13 112
5858 2022. 1. 8.흙날. 맑음 / 169계자 샘들 미리모임 옥영경 2022-01-12 89
5857 2022. 1. 7.쇠날. 맑음 옥영경 2022-01-12 63
5856 2022. 1. 6.나무날. 맑음 옥영경 2022-01-12 57
5855 2022. 1. 5.물날. 밤 1시 밖은 눈발 옥영경 2022-01-12 53
5854 2022. 1. 4.불날. 맑음 옥영경 2022-01-12 51
5853 2022. 1. 3.달날. 맑음 옥영경 2022-01-12 48
5852 2022. 1. 2.해날. 눈 날린 오전, 갠 오후 옥영경 2022-01-12 50
5851 2022. 1. 1.흙날. 맑음 옥영경 2022-01-12 48
5850 2021.12.31.쇠날. 맑음 옥영경 2022-01-11 66
5849 2021.12.30.나무날. 눈과 바람 옥영경 2022-01-11 61
5848 2021.12.29.물날. 눈 내린 아침, 뿌연 하늘 옥영경 2022-01-11 62
5847 2021.12.28.불날. 흐림 옥영경 2022-01-11 61
5846 2021.12.27.달날. 맑음 옥영경 2022-01-11 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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