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쓰셨습니다

조회 수 552 추천 수 0 2022.01.15 18:34:44

쌤들 네 분과 하루 더 남아 '계자 갈무리위'를 꾸리다 왔습니다.

 

운동장의 천막과 룽따를 접고, 의자를 나르고, 구석구석 손이 닿지 않은 곳들을 청소했습니다.

 

아이들이 떠나고 난 직후라 빈자리가 컸습니다.

 

순간 아이들이 뛰쳐나와 축구를 하고, 나무를 타고, 경찰과 도둑을 하며 온 학교를 뛰어다니다가

 

'~ ~'하는 밥 종소리에 우루루 줄을 서러 갈 것만 같았습니다.

 

 

세상에 나와보니 사람들의 선한 의지나 자율성으로 굴러가는 공간이 드물더군요.

 

많은 곳들이 개개인의 이권이나, 관료주의적인 구조로 시스템을 지탱하고 있었습니다. 영혼 없이 거대한 기계의 부속품으로 돌아가는 사람들 그리고 사람들...

 

그것이 물론  현명하거나 효율적인 일일 수는 있겠으나,

 

물꼬는 사람들의 '기꺼이 하고자 하는 마음'과 '따듯함'으로 돌아가는 곳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역설적이게도 가장 추운 날들 속의 가장 추운 산 속이었지만,

들불이나 장작놀이의 불길 만큼이나 마음이 따듯했던 시간들이었습니다.


 

근영샘, 홍주샘 교원대에서 오신 분들 정말 고생하셨습니다. 이런 좋은 분들이 교사가 된다는 것에서 우리 사회의 희망찬 내일을 기대해볼 수 있었습니다. 제가 심지어는 '내가 교사가 되지 않아서 다행이다'생각하기까지 했더랍니다. '이런 좋은 사람들이 교사가 되야 하는데, 내가 한 자리 차지할 수는 없지' 싶었지요. 특히나 홍주샘은 아이들을 정말 섬세하게 관찰하시고, 기억하시는 모습에 저도 이 곳에서 교사로서의 제 모습을 많이 반성하는 계기가 되었더랍니다. 두분 다 좋은 교사가 되실 것이라 확신합니다.

 

11년만에 얼굴을 본 지인샘과 친구 희지샘. 새끼일꾼을 건너뛰고 첫 품앗이였는데 마치 계자를 열 번도 더 한 것마냥 움직임이 수월했습니다. 희지샘은 발목 부상에도 투혼을 불태워서 정말 인상적이었습니다. 오래 볼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혼자 새끼일꾼을 지낸 민교형님. 아이들한테 본받을만한 형님의 모습을 보여줘서 아이들도 배우는 것이 많았으리라 생각합니다. 마음 내주시고, 애써주셔서 감동이었습니다. 공부 준비 하시는 것도 잘 풀리기를 함께 기도하겠습니다. 

 

10살때부터 만난 개구쟁이 윤호가 의젓한 형님이 되어서 뒤란 화목 보일러를 넣는 날이 왔습니다. 어떨 때는 저보다 더 형님같은 모습, 품앗이같은 모습에 저도 자극을 많이 받고 본받을 게 많았습니다. 덖분에 잘 의지하고 힘들지 않게 바깥일들을 수월하게 해냈던 것 같습니다.

 

 

늘 중심을 잡아주시는 휘령샘. 샘이 없는 계자, 아니 물꼬가 이제 상상이 가질 않습니다. 늘 고맙습니다. 감사합니다. 애쓰십니다. 유비가 무예가 아니라 덕으로 사람들을 모으고 촉한을 세웠다는데, 그 덕을 간접적으로나마 짐작해봤습니다. 언제나 많이 배우고 갑니다.

 

예린이, 은서, 큰소윤이, 채원이, 서윤이, 세미, 작은소윤이, 정윤이, 지윤이, 정인이, 지율이, 윤수, 동우, 준형이, 작은도윤이, 수범이, 태양이, 현준이, 정후, 큰도윤이.. 아이들 한 명 한 명 얼굴이 아른거리고 많이 보고 싶습니다.

 

늘 귀여운 얼굴로 쌤이 과자 못먹었다고 하니까 한 조각을 선뜻 나눠주고, 설거지 해주셔서 감사하다고, 0169 만드는 것 도와주셔서 감사하다고 말해주던 작은도윤이(작도). 심지어는 산오름에서 쌤들 가방까지 들어준 듬직한 모습에 가슴 뭉클했습니다

 

살짝 삐뚤어진 안경이 귀여운, 질문 가득하고 손으로 하는 놀이 대동놀이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던 정후. 울면서도 여긴 울면 호랑이가 잡으러 온다면 뚝 그치고 노래 같이 부르는 모습이 재밌으면서도 기특했습니다.

 

이제는 큰형님이라 불러줘야 할 것만 같은 현준이. 항상 이전 계자에서는 말성꾸러기에 쌤들 하루재기의 단골 소재였는데 이번에는 하루도 현준형님 칭찬이 빠진 적이 없었습니다. 한 아이가 배려심을 배우고, 듬직해지고, 의젓해지는 모습을 보는 모습이 너무나도 행복했습니다.

 

늘 등산이 쉽지 않았던 것 같은데, 이번에는 씩씩하게 잘 올라간 태양이. 그많큼 많이 커 온 것이겠지요. 늘 웃는 모습과 신나는 얼굴로 노래 불러주며 춤추던 모습이 꿈에 나올 것만 같습니다. 1모둠 0169에서 태양같이 밝은 얼굴로 웃던 사람을 만들어주던 모습이 기억에 납니다. 쌤이랑 커플 잠옷이던데, 쌤도 다음 계자에는 꼭 그 잠옷 가져올게!

 

마찬가지로 이전 계자의 말썽꾸러기 수범이. 이제는 자기 의견도 잘 정리해서 말하고, 샘들의 말이나 친구들의 말도 듣고 싸우기보다 말하고 화해하려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한 살을 먹었지만 웃는 모습은 더 귀여워졌더랍니다.

 

이불을 개거나, 눈을 쓸거나 하면 앞장서서 쌤들을 도와주던 도윤이. ‘저는 쌤으로 꼭 올거에요! 나무 타는 법을 아이들에게 전수해줘야겠어요!’하던 모습이 감동이었습니다. 나무 올라가는 일이 늘 위험을 수반하고, 누군가 믿을만한 사람이 지켜봐야 하는데, 물론 쌤들도 옆에 있었지만 도윤이가 동생들과 함께 해주고 손 잡아줘서 더 믿고 타게 할 수 있었습니다.

 

이튿날을 같이 잤던 준형이. 쌤이랑 산도 같이 타면서 한 번도 돌아가자 그만 하자는 말 없이 의젓하게 오르는 모습이 듬직했습니다. 나중에 집에 초대해주기로 했는데 약속 잊지 말기! 쌤이랑 마지막에 못했던 손병호게임도 같이 하자 준형아.

 

늘 적극적으로 활동들에 참여하던 동우. 바깥 해우소를 나서는 길이면 항상 동우가 저 멀리서 뛰어다니고 있던 모습이 기억에 남습니다. 동우가 쌤들 말을 잘 듣더라는 이야기도 쌤들 사이에서 나왔었더랍니다.

 

똑똑한 모습에 장래가 기대되던 윤수. 연극 놀이도 쌤들은 가만 있었는데 뚝딱 인물을 정하고, 극을 짜고, ‘대본의 핵심은 육하원칙이야! 언제, 어디서, ...’하던 카리스마 있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물꼬에서 수학 공부를 하는 진풍경도 있었는데 주인공은 마찬가지로 윤수였더랬지요.

 

하다 쌤 손은 핫팩손이라면서 조그만 손으로 쌤 손을 꼭 잡던 지율이산오름이나 구들더께며 때마다 쌤 품에서 졸던 모습이 딸 같이 이뻤습니다. 방글 방글 웃는 모습이 하루 종일 머리 속을 떠나가질 않습니다.

 

생일을 맞았던 지윤이! 남자 쌤들이 지윤이가 재밌게 놀아줘서 훨씬 즐거운 계자였다며 말 전해달라 했습니다. 늘 언니의 모습으로 동생들 의젓하게 챙겨 주다가도, 쌤들이랑 천진난만하게 놀던 모습이 기억에 남습니다. 누구보다 재밌게 놀면서, 샘들이 눈도 많이 뿌리고 손등도 많이 때리며 논 것 같아 미안한 마음도 들더랍니다. 다음에는 더 많은 놀이들 함께 하자 지윤아!

 

연극놀이 함께 했던 정윤이. 처음에는 차분한 첫인상이었는데, 어느새 정말 신나게 마피아 게임이며 술래잡기며 하던 모습에 웃었던 기억이 납니다. 책방에서 쌤 팔배개를 하고 누워서 햇빛 받던 시간이 한참 생각날 것만 같습니다.

 

늘 양보하고 막내동생인 세미부터 가장 큰 어른이었던 저까지 챙겨주던 마음 넓은 정인이. 밝은 웃음만큼이나 마음이 곱고 이쁘고 따듯했습니다. 늘 쌤들이 청소하거나 정리 할 때면 함께 빗자루를 들고, 쌤들이 못 먹은 과자나 사탕을 챙겨주던 모습도 기억에 남습니다. 샘 손 잡아주고, 샘 앞에 앉아서 등 기대던 따듯함도 잊지 못한 것 같아 정인아!

 

큰형님같이 듬직했던 큰소윤이. 1모둠에 새끼일꾼이 한 명 더 있는 듯했습니다. 설거지 시간마다 아이들 챙겨서 설거지 정리 청소를 믿고 맡길 수 있어서 샘들도 참 고마웠습니다. 첫날 두멧길에서 사다리를 오르는데 동생들을 챙겨주던 모습도 많은 샘들 입에 오르내렸습니다. 그런 차분하고 의젓한 모습은 되려 샘들이 배울 게 많았습니다.

 

물꼬 아이돌 세미! 처음에는 작은 병아리를 닮은 귀여운 친구가 있다고 들었는데 만난 순간 왜 샘들이며 언니들이며 귀여워들 하는지 알 수 있었답니다. 물꼬 카메라로 늘 사진을 찍는데, 이번에는 샘들이 세미 화보집이 나올 만큼 세미의 작고 귀여운 사진들이 가득하다고 하더랍니다. 엄마가 많이 보고싶었을텐데 끝까지 함께 해주고, 언니들 쌤들을 엄마 삼아 씩씩하게 지내줘서 고마웠습니다.

 

늘 바느질 삼매경이던 서윤이. 여자아이들이 안에서, 남자아이들이 밖에서 노는 일이 잦았는데 서윤이는 안팎 가릴 것 없이 온 학교를 자기 무대 삼아 놀았더랍니다. 그런 활동적인 모습과 체력이 참 귀엽고, 또 부러웠답니다.

 

3학년 또래로는 도저히 보이지 않던 채원이. 어른스러운 모습들과, 친구, 언니, 동생들을 챙기던 모습들이 기억에 남습니다. 항상 1모둠 설거지 시간이면 설거지를 도맡아 해서 쌤들에게 이쁨 받았더랍니다. 우리 모둠에 함께 해줘서 너무 고마웠어 채원아.

 

1모둠에서 조그맣던 벌을 만들던 작은 소윤이. 작은 손으로 더 작은 꿀벌을 만들고, 심지어 잃어버려 두 번이나 만드는 수고를 군말 않고 하던! 장면에서 감동이 있었습니다. 골판지로 팔찌 머리띠를 만들어 나눠주던 모습도 기억에 남습니다. 마찬가지로 설거지 때마다 나서서 앞치마를 두르고 신발을 가져와 설거지를 해주던 고마움도 잊히지 않습니다.

 

쌤들 힘들지 않냐며 감사하다고 늘 말해주던 은서. 채원이, 작은 소윤이와 함께 늘 앞치마를 차고 들어와 설거지를 도맡아 해줘서 1모둠 샘으로서 고마웠습니다. 마음을 내어 주고, 힘든 친구들, 샘들의 손을 거들어주는 어른스러운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예린이 글루건에 데였던 곳은 괜찮은지 모르겠네. ‘자유학교 물꼬에 다니고 싶다던 말도 샘들에게 큰 감동을 주었답니다. 샘도 예린이같은 친구들이 있는 학교라면 평생이라도 샘 하면서 함께 다니고 싶다고 생각했습니다.

 

 

모두들 정말 애쓰셨습니다. 많이 사랑합니다.

 

하루가 고단하고 무거운 순간에 물꼬에서의 기억 하나씩 꺼내 먹으며 잠을 청해보려 합니다.

 

각자의 삶을 우직하게 힘차게 살다 다시 만납시다.

애쓰셨습니다, 사랑합니다.

 


물꼬

2022.01.16 00:24:39
*.62.215.194

부모님들 맞이까지 무척 애를 쓰셨습니다.

고맙습니다.

두멧길은 정말 큰 묘수였습니다.

아이들을 열광케 했지요.

굳이 찾지 않아도 샘의 좋은 움직임이 쏟아져내립니다.

이곳에서 자란 사람으로으로서 역할이 대단히 큰 계자였군요.

거듭 고맙습니다.


"애쓰셨습니다,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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