샘들은 고래방에서 해건지기를 하고 나오고,

아이들은 달골 아침뜨락으로 오르고 걷는 것으로 해건지기를 대신하는 아침.

게으름을 피우고 싶었던 아침이지만, 백배를 열심히 하고 난 뒤 개운함을 알기에 열심히 했다.

우리 아이들과 지금!을 지내자고 다짐했다.’(휘령샘의 날적이에서)

 

아침뜨()’.

우리만 좋은 거 말고 다른 이도 좋을 수 있는 걸 해보자,

달골 오르는 길의 눈을 쓸었다.

나를 위한 걸 넘어 다른 이를 위해서도 뭔가를 하는 일이 지니는 아름다움을 아이들도 안다.

일행의 맨 뒤에서 따라갔는데, 아이들이 줄을 지어 눈을 쓸며 올라가는 모습이 무척 따뜻했다

옥샘께서 왜 눈 쓸기를 말씀하셨는지 알 것 같았다.’(근영샘)

비탈길에서 위험하지 않도록 한 명은 쓸고, 한 명은 살펴보도록 둘씩 짝을 정했다.

반드시 다른 학년이어야 한다는 전제.

채원이와 현준이가 짝이 되었는데,

힘들면 말하라고 채원에게 말해주는 현준.

현준에게는 여동생이 있고, 채원에게는 오빠가 있어 그런 관계에 익숙하기도.

칭찬에 춤추는 수범과 큰도(큰 도윤; 유도윤)의 활약이 아주 컸다.

또래학년 현준과 큰도는, 이번 계자에서 뭐랄까, 대등해진 느낌이다.

무리를 만들고 은근히 대장 자리의 작은 횡포(?)가 없잖던 현준이도 컸고,

눈물 떨구던 큰도 역시 자란.

아이들은 그렇게 커간다.

지율 채원 작도 예린이도 참 열심히 쓸었다.

지윤이가 지인샘한테 자꾸 묻더라지, 정말 샘들이 눈을 뿌린 거냐고.

어제 아침 샘들이 밤새 마련해둔 선물을 보시라’,

애들에게 눈 내린 마당을 보여주며 그랬더니...

지윤이랑 짝이 되어 번갈아가며 눈을 치우는 예린은

달골 오르는 길을 힘들어하며 내일 산에 가기 싫다 하는데...

태양은 운동화를 안 신고 나서더니 계속 미끄러져 길 가장자리 흙길로 지인샘과 걸었다.

그래도 말은 멈출 수가 없지. 내일 오를 산에 대한 걱정도 비쳤다.

 

모두 느티나무 삼거리에서 시작해 지느러미길로 아침뜨락을 들어서다.

서낭나무 같은 감나무를 오른쪽으로 둔 정동향의 돌계단을 올라 옴자를 걷고

무한대도 지나

대나무 수로 앞에 서서 뽕나무 아래 아침뜨락을 지키는 난나와 티쭈 뒤편

바글바글 매달린 꽈리를 하나씩 따서 주머니에 넣다.

그걸 불어보리라 하고.

껍질을 벗기고 안에 있는 열매를 살살 만져 속을 빼내고 꽈락꽈락 이로 부는 꽈리피리.

옛적 어른들이 그리 불었고, 이제는 사라진.

한때 문방구에 고무꽈리가 나왔다가 그 역시 사라진지 40여 년은 된 듯.

이곳에서는 사라진 옛살이를 복원하고는 한다.

 

아고라를 들었다가 달못을 돌고 돌의자에서 마을과 학교를 내려다보고

다시 아가미길을 걷고 대나무기도처로 들었다가

모두 미궁을 돌며 걷다.

맨 밖에 있던 샘들 왈, 엄청난 퍼포먼스를 보는 듯했다고.

그렇게 쌓은 기운이 이 아이들에게로, 다시 이 기운이 다음 아이들에게로 갈.

미궁을 지키는 뚱까 이까에게 인사를 건네고 밥못을 돌아 내려오며

꽃그늘길을 지나다.

지윤이가, 힘들게 올라갔던 나에게 저게 물고기 눈이라고 해줌. 넓게 볼 줄 아는.’(홍주샘)

 

다시 느티나무삼거리에서 갈무리를 하고

우유사탕 한 알 입에 오물거리며 서둘러 마을로 내려온다.

준형이랑 홍주샘은 팔짱을 끼고 도란거리며 걷고 있다.

준형이가 내리막 걸을 때 발톱이 아프다했는데

확인해보니 상처는 없었음. 신이 좀 작나...?’(홍주샘)

홍주샘과 껌딱지 준형은 오늘도 무한 넌센스 퀴즈를 내고 맞히는 중,

근영샘은 작도와 걷는다.

작도는 키가 크면 안 좋은 이유에 대해서 설명 중.

키가 작으면 의자에 올라가든, 도구를 사용해서 문제를 해결할 수 있지만,

키가 크면 천장에 머리가 부딪히고 옷도 입기 힘들고...

그래서 키가 작은 게 좋다는 결론이라나.

또래보다 체구가 작은 도윤이어 한 고민이지 않았을지?

작은 키를 속상해라 않고 나름의 장점을 찾는 밝은 도윤.’(근영샘)

체구 좋은 하다샘이 세미와 예린이를 목마 태워주기도.

달골행은 내일 오를 산오름을 위한 연습이기도 했다.

 

시와 노래가 있는 한솥엣밥’.

지인샘과 둘이서 열심히 달려 먼저 부엌에 닿았네.

모두 힘들게 올라갔다 왔으니 좀 특별한 아침을 먹을까나.

후렌치 토스트와 토스트에 감자으깸샐러드,

야채샐러드에 유자청드레싱, 사과잼 딸기잼.

아차, 딸기잼 양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아 모자랐네.

대신 복숭아잼과 꿀을 꺼내놓다. , 초코시럽도.

따뜻한 우유와 찬 우유도 곁들인.

빵은 무한 리필.

큰 도윤이가 배식대에 또 왔다.

줄을 섰다가, 샘들 배식이 끝나지 않을 걸 보고 차례를 양보하다.

큰도가 어제 경찰과 도둑을 할 때 근영샘을 보며 개똥도 쓸모가 있다라는 말을 생각했다네

개똥(물론 근영샘을 말하지) 경찰과 도둑을 잘해서 재밌고 좋았다는 이야기라나.

 

손풀기’.

이 아이들과 도전해보고 싶었다.

이 아이들은 할 수 있겠구나 싶었다.

오늘 연습하고 내일 한 번 더 접근하면 어떨까, 어제 그랬다.

아이비가 담긴 유리꽃병을 다시 놓았다, 어제처럼.

우린 두렵지 않다. ? 그저 눈에 보이는 대로 그릴 거니까.

아이들은 결국 해냈다!

생각보다 그림 잘 그리는 아이들이 많다. 다들 집중해서 저마다의 관점과 방식으로 병을 관찰하여 그림.’(민교형님)

아이들은 우리가 아는 것보다 훨씬 잘한다. 그림 역시 그렇다.

여기에 오면 더욱 그렇다.

아이들에게 필요한 건 그어놓은 선을 혹은 세워둔 울타리를 해체하는 것.

그러면 대체로 아이들은 다 해낸다. 우리(어른들)가 아는 것보다 훨씬 많은 걸.

끝난 뒤 채원, 정윤, 정인, 작은 도윤이가 바닥을 쓸었다.

정인이는 마지막까지 남아 비질을 했더라.

 

보글보글’.

열린교실(이번의 공동창작교실; 0169)도 그렇지만

보글보글도 관계를 확장한다.

당연하지 않겠는가, 새로운 관계를 형성하는.

참, 보글보글 안내를 하기 직전 꽈리를 가져와 보여주었다.

꽈리피리를 어찌 부는지, 어떤 소리가 나는지도 들려주었다.

태양이가 학교 뒤란에서 주워왔던 꽈리를,

미리 씨를 빼서 꽈리피리를 만들었더랬다.

한 번들 해보시라.

 

김치부침개: 은서, 채원, 이소(이소윤), 지율, 큰도, 희지샘, 근영샘

큰도는 달걀 풀고 밀가루를 반죽했다.

은서와 채원이가 양파를, 지율이가 김치를 썰고 반죽 섞는 것도 맡았다.

지율이는 김치를 정말 잘 썬다.

은서는 한두 번 한 솜씨가 아니었네, 칼도 잘 잡고.

옥샘한테 줄 부침개를 하트모양으로 만들자고 제안하다.

은서는 채원이 양파 써는 것도 도왔다.

채원이가 은서를 잘 보조해주었네.

은서가 밀가루를 얼굴에 묻치는 장난 시작, 채원이도

고양이 여러 마리가 다녔네. 은서 고양이 채원이 고양이...

이소로 말할 거 같으면, 열일 했다. 김치도 썰고 반죽도 섞고,

묵직하게 각종 설거지거리를 정리하고, 행주로 상을 닦고,

중간 중간 가마솥방에 가야하는 심부름을 도맡아 했다.

다른 방 요리가 궁금도 하겠건만, 다른 아이들처럼 곁눈질 하지 않고 온전히.

샘을 도울 때는 매우 적극적으로 의사 표시를 하고.

소윤 은서 채원이가 다 된 부침개를 다른 집들에 배달을 갔네.

재료가 남았음. 그래서 남은 재료로 김치, 양파, 계란을 풀어서 볶아줬더니

아이들이 이게 메인이라고 하면서 엄청 좋아했음.

아이들과 함께 만드는 시간이 영혼이 나가긴 했지만즐거웠다는 희지샘.

아이들이 밥 먹는 모습만 봐도 배부르다란 말을 이해할 수 있었다.’(근영샘)

 

수제비: 정후, 준형, 안소(안소윤), 지윤, 세미, 휘령샘

지윤이 거의 활동보조자 역할. 감자 파 양파 모두 채를 쓸고.

안소와 지윤이가 가마솥방에서 장을 보는 일에 열심이었다.

정후는 끈적이는 반죽을 어쩔 줄 몰라 하며 불편해 하면서도 끝까지 쥐고,

준형은 손은 반죽을 하면서 입은 정후랑 불편했던 감정의 찌꺼기를 가지고 정후한테 반죽을 했달까.

안소는 야물게 감자칼로 감자를 벗기고,

세미의 칼질을 지켜보며 언니다운 주의를 주었네.

꼭 세미 같은 동생 소미가 있는 작소이거든.

세미는 만두피를 칼국수로 자르는 칼질.

 

떡볶이: 정인, 예린, 도윤, 수범, 윤수, 지인샘, 홍주샘

참 따듯하고 똑부러지게 자기 생각을 말할 줄 아는 친구정인이는’(지인샘)

파와 어묵을 썰고,

잘 듣고 들은 대로 주의하며 칼질을 한다.

재료를 상의하고 가져오는 과정에도 다른 아이들의 의견에 공감하고 반응하고.

예린이는 어묵을 자기 원하는 모양으로 칼질하다.

제 생각을 잘 말하고, 주장이 세다 해서 다른 이와 부딪히는 것도 아니고,

자신과 생각이 다르다고 떼를 쓰지도 않는다.

평소와는 다르게(?) 소리를 치거나 다툼이 있지도 않았’(지인샘)던 수범,

떡볶이 국물이 다 졸여질 때까지 저었더란다.

홍주샘이 간을 보았더니 예린이가 따라하더니 무한 반복, 나중에는 국그릇에 퍼다가 마심.

윤수는 요리관련 지식을 늘어놓았다네, 끓는점 어는점 전문용어 동원해서.

그 역시 간보기에 빠질 수가 없지.

 

김치볶음밥: 정윤, 태양, 동우, 서윤, 현준, 민교형님, 윤호샘

정윤이가 집에서 못해 봤다고 재밌다 함.

서윤이는 많이 참여하고 싶었는데 차례를 지켜야 해서 답답해하다.

태양과 동우가 부딪히고 그예 윤호샘이 책방을 데려가 얘기가 필요하기도.

나 포함 셋이 손을 잡고 양쪽에 이야기를 듣는데,

의외로 동우가 흥분하지 않고 차분하게 말해서 놀라웠다.’(윤호샘)

우리 안에는 우리가 얼마나 많은지.

그 생각 없이 그저 유쾌한 동우도 제 시근이 다 있지.

현준이는 자기가 대파 썰기에 재능이 있는 것 같다고 뿌듯해 했네.

볶음밥에서는 배가 고프다고들.

얘들이 걱정 마, 가마솥방 배식대에는 밥과 반찬들이 이미 나와 있었다.

혹여 보글보글방 만으로 끼니가 모자랄 땐 그리 먹기로 한.

국이야 수제비로 대신하고.

 

하다샘이 전체 설거지를 맡았다.

요리라고 그릇깨나 나온다.

채원과 지윤이가 하다샘한테 가 인사를 건넸네: 설거지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런 맛에 또 샘들은 움직이기도 할.

 

건너가는 시간에도 아이들은 마당으로 달려 나간다.

작도, 큰도, 수범, 윤수, 동우가 근영샘과 소나무도 타고 경찰과도둑도 하였다.

큰도는 소나무 타기 기록 5, 수범과 윤수와 동우는 모두 9,

압도적인 실력을 가진 도윤이를 빼고는 비슷한 실력들.

아이들은 큰도를 우러른다.

작은 도윤이는 나무에 결국 올라가지 못했는데,

큰 도윤이와 수범이가 나무 아래로 내려와서 직접 발 디딜 곳을 알려주었다.

실패했을 때도 계속 격려하고, 170계자 때는 올라갈 수 있을 것이라고.

이래서 물꼬는 또 170계자를 해야 되는구나...

책방에서 준형이와 정후는 또 한바탕.

어제 체스 때문에 둘이 싸운 이야기를 하다가 또 싸움이 되었더라나.

체스나 하자.”

희지샘이 그러니 또 금세 체스를 두는 준형.

아이들과 어른들이 잘 어우러지는 계자라.

여기가 막히면 저기 길이 되고, 저기가 얽히면 누군가 풀어주고.

 

아이들은 저들끼리 또 놀이를 만들었네.

어쩔 티비, 저쩔 냉장고, 하며 노래에 율을 맞추고 돌아다니는데,

어쩔 저쩔에 전자기기를 붙이는 놀이였다. (옹헤야 후렴구)

윤호샘과 하다샘도 덩달아 어쩔 물꼬 소나무 금고하니 학교가 떠나가라 아이들이 웃었다.

조그마한 세미를 보며 그랬다던가, 하다샘이 나중에 자식이 넷이면 좋겠다고,

세미 같은 아이가 넷이라고 생각하면 너무 좋다고.

채원이가 옆에서 말했네.

저런 애가 넷이면요?”

가리키는 방향에 동우가 있었다는.

동우는 졸지에 그리 팔려버렸더라.

그 동우, 자기반에 커플이 많다며, “세상이 어찌되려 그러는지...” 한탄하는가 하면,

자기 아버지는 젋어 좋다지. “?” “늦게 돌아가시잖아요.”

준형이는 개구리타령에 또 흠뻑 빠져 한참을 부르고 다니네.

 

연극놀이’.

강좌가 열리면 수강신청을 하는 열린교실처럼

세 패로 나눠 신청을 받다.

여우 모둠: 윤수, 준형, 동우, 채원, 정인, 정윤, 근영샘, 하다샘 민교형님.

토끼의 재판을 소재로 삼았다.

청산유수 윤수라,

동우는 재치있게 대사 바꿔가며 열심이고,

준형이도 대사를 금방 익혀 실감나게 연기 중.

준형이는 동우와 윤수를 보며 자기도 대사를 재밌게 바꿔보겠다더니 신나했네.

대사 헷갈린다 걱정 많았던 채원이, 실전에서 잘 해냈고,

정윤이도 제 역할 즐기고,

정인이도 토끼로서 역할 잘 해내다.

윤수- 나그네, 준형- , 동우- 호랑이, 채원- 해설, 정인- 토끼, 정윤- 소나무.

이야기를 정하는 것도 배역을 나누는 것도 순조로웠고,

대본 만들기와 리허설까지도 잘 흘렀네.

아이들이 각자의 역할에 몰입하여서 직접 어떤 분장을 할지 요구하고, 연습하였다고.

 

정인이가 토끼 머리를 하겠다 하여 머리를 땋아주다가 중간에 나오게 되었다.

지금까지 나에게는 세 번째 연극놀이인데 가장 완성도 높은 연극일 것 같았다.

결과물을 못 봐서 아쉽다.’(근영샘)

공연 준비 중 저녁버스를 타고 나가야했던 근영샘.

채원이와 정인이가 울다. 아마 정윤이도.

태양은 근영쌤이 영영 가는 게 아닌데 왜 우냐고 아이들을 달래고.

작도, 모둠방 창문으로 근영샘이 간 방향을 꽤 오래 바라보고 있다가 홍주샘을 보고는 와락 안겨서 얼굴을 부볐는데

거기 살짝 물끼가 있었다던가.

저녁에 예린이가 자기가 오늘 좀 우울하다 했는데,

그 역시 근영샘 때문인가 묻는 걸 잊었네...

 

호랑이 모둠: 세미 서윤 작도, 이소(이소윤), 정후 태양 예린 희지샘, 휘령샘.

죽할멈과 호랑이를 각색.

연기가 부담스러웠던 이소는 해설을 맡아 직접 쓰다.

알밤 세미는 조용하게 듣고 있다가 리허설에 바로 연기를 해냈네.

알밤이었던 예린은 세미에서 배역을 양보하고 똥을 맡아

발성 좋은 대사 전달로 호평을 받다.

서윤은 줄거리를 전하고 연극의 장면과 흐름을 잘 잡아준 뒤 자라 역을 맡았지만

마음이 상한 일이 있어 무대에 오르지 못해 우리를 안타깝게 했다.

이번 계자에서 서윤은 계속 제 마음 틀어질 때 다른 이들의 설득 대신

저 혼자 마음 돌리기를 연습하는 중.

가위바위보에서 이겨 호랑이 배역을 따낸 작도는

한 대씩 맞는 연기에도 기쁘게 투혼을 발휘.

정후는 하고픈 배역에서 번번이 떨어졌지만 맷돌과 송곳 12역을 맡아 만족했네.

‘(태양이)옥샘이 만든 상을 뒤집어 팥죽으로 활용하는 모습/ 대사를 자연스럽게 치는 모습/’(휘령샘)

자신이 연극 좀 한다는 자신감에 분장까지 할머니로 보여 우리를 충분히 웃게 한 태양은

다만 저가 너무 신나 대사 전달은 어려웠으나

우리는 그의 몸짓으로 내용을 이해했다.

휘령샘이 안계셨으면 정말 힘들 뻔했다. 휘령샘 덕분에 정신없는 와중에 진행됐어요.’(희지샘)

정후 예린 서윤의 쏟아지는 말과 흥으로 힘이 들었지만

공연의 만족도로 모든 힘듦이 흩어졌다는 희지샘.

 

너구리모둠: 지윤 수범 현준 지율 은서 안소(안소윤) 큰도 윤호샘

별주부전토끼와 거북이를 섞어서 극을 짰다.

현준이 형님다운 면모로 적극적으로 의사 역할을 맡고 다른 이들의 역할에 조언을 했다.

하여 마치 두 샘 말고도 샘 하나 더 붙인 느낌.

그가 자를 소품으로 든 게 아주 인상적이었는데,

척도를 뜻하는 자로 진단을 내린 점이 대단히 놀라웠다.

거북이 수범, 연극을 보여주기 전 멀미하는 것처럼 아프다 했는데 공연의 만족도로 아픈 것도 사라졌다는.

안소, 해설자를 자처했는데 무대에 서는 게 부끄럽다며도 또박또박 해설을.

(그러고 보니 두 소윤이 다 해설을 하였네.)

사람 1, 2의 은서와 지윤, 대사를 정하지 않았으나 상황을 듣고 대사를 만들고,

토끼 큰도 역시 그랬다.

신하 지율, 사람들 앞에 나서는 게 부끄러우면서도 용왕 옆에 나가 부채질을 우아하게 하고,

그 부채도 자신이 만든.

특히 큰 도윤의 애드립과 작은 소윤의 자연스러운 나레이션이 인상 깊었다.’(윤호샘)

 

펼쳐보이기’, 공연이라.

천 명의 관객 앞에 무대가 열렸다.(일당 천, 날 불러놓고 말이다.)

고래방에서 조명도 켜고 음향도 준비하는 분위기도 좋지만

이렇게 모둠방에서 하니 무대가 가까워 대사도 잘 들리고 따듯해서도 좋더라.

소품은 적절했고, 연기가 우수했으며, 혼자 보기 너무 아쉬웠네.

저들 역시 다른 연극을 보면서, 또 공연을 하면서 뿌듯해했다.

연극은, 참 좋은 공부매체임을 또 한 번 절감하는 자리였더라.

 

서윤이가 속상한 사건의 전말은, 좀 억울한 바가 있었다.

너구리 모둠에서 리허설하는 상황, 다른 모둠 아이들이 자꾸 드나들어 흐름이 끊어졌는데,

그 최고점에 이르렀을 때 마침 서윤이가 우연히 문을 열자마자 너구리 모든 아이들이 집중 포화,

다행히 서윤이는 또 저녁을 잘 먹었다.

한데모임에서 말을 했을 법도 한데, 저도 잊었나 마음에 맺힌 게 없었는지 그냥 지났네.

그래, 모든 게 문제적 상황인 건 아니다.

그걸 다 싸안고 우리 사는 게 아니잖은가.

어떤 땐 정작 본인은 괜찮은데 곁에서들 더 문제시 하는 경향이 있기도.

때로 마음이 좀 수더분해질 필요가 있는 듯.

 

공연이 끝나고 내가 부엌으로 달릴 때,

홍주샘과 지인샘도 들어와 밥상 차리기 달음질이었네.

정말 달--.

우리 어디 팀으로 일 나가도 되겠다고들 자주 웃는다.

밥을 해가며 일정을 꾸릴 수가 있더라.

바쁜데, 여유로웠다. 이 역설이라니.

엊그제는 묵을 쑤었고, 오늘 저녁밥상에 올렸다.

도토리를 줍고, 껍질을 벗기고, 가루를 내리고, 묵을 쑤고 굳히는 과정,

모든 게 그렇지야 않지만 그게 물꼬 밥상이네 싶은 자부심 같은 게 올라오는!

오늘은 난롯가에서 뜨개질도 한 줄 떴네.

그래야 앉았을 수 있을 듯해서.

덕분에 한 호흡 쉬고 다음 일정으로.

또 먹으면 안돼요?”

현준이가 시작하더니 정인이도 지율이도 싹싹 남은 밥을 먹었다.

누룽지만 먹나 했더니 정말 밥을 다.

때마다 이리 치워주니 다음 끼니 준비가 다 수월한.

 

저녁 밥상을 물리고 잠시 여유로울 때,

여자방에 수범과 서윤이 자고 있었는데,

두 소윤이며 세미 채원 은서 지윤 들이 그들을 위해 소곤소곤 말하고 살금살금 다녔다.

배려가 있는 자유 그대로.

어느 때 또 방을 들여다보니

지윤 채원 정인 정윤 지율 준형이 하다샘과 손병호게임 중.

 

'한데모임'의 넘치는 노래가 있었고,

아이들은 낯선 노래를 알려달라고도 하여 가르쳐도 주다.

아이들은 정말 노래를 좋아한다.

오늘쯤은 같이 살기 위해 서로에게 알릴 것도 없어라.

그동안 조율들을 잘 했더란 말이지.

오늘 하루가 어떠했는가만을 나누었네.

 

바로 이어 대동놀이’. 손으로 하는, 구들에 엉덩이 붙이고.

토끼와 거북이손놀이였네. 물꼬의 대표적인 손놀이 하나.

앞에서 이야기를 들려주노라면 그 소리를 듣기 위해 죽을 듯 아파도 이를 악무는 아이들.

하지만 벌개진 손등으로 울어버린 정후,

그때 하다샘이 여기서는 울면 호랑이가 잡아간다.” 하니 정말 울음을 삼켰네.

이곳에선 호랑이와 여우와 토끼와 사람이 다 등장하는 나라.

 

'모둠 하루재기'.

마지막 절을 누가할까 하니 준형이 손을 번쩍 들었다.

수고하셨습니다. 좋은 밤 되세요.”

마무리를 정말 자알 하였다지.

 

반짝한데모임이 있었다.

절박하게 자신에게 뭔가 모두의 도움이 필요할 때,

혹은 모두에게 알릴 일이 생길 때 누구나 요청할 수 있는 시간.

오늘은 내가 한 요청이었다.

낮이라면 종이 댕댕댕댕 칠.

아이들이 잠자리에 막 눕고 있던 시간이어 소문만 내다.

내일 아침 일정 때문이었다.

역대로 계자에서 그래본 적이 없었노라, 이번 계자의 특별함 하나를 더하고자 한다,

해건지기를 한 번 그대들이 꾸려보시오 한.

여자 아이들을 뜨거운 지지를 받으며 현준이 중심으로 그리 하기로.

아침에 의논들을 하며 진행하라 하다.

하여 나는 해건지기를 놓고 산에 갈 김밥과 아침밥을 편히 준비하게 되었나니.

누울 자리 보고 뻗어랬다고

앞선 해건지기 시간의 진지함들을 보았기에 그리 넘기는 게 또 가능했던.

벌써 궁금하고 설레기도.

다른 샘한테도 넘긴 일이 없는 해건지기 진행을 내일 아이들이 한다...

(한 이불 안에 발 넣고 옹기종기 모여서들 앉았는데,

정말 산골 외가에 모인 아이들 같더라, 윤호샘이 말했네.)

 

'샘들 하루재기'.

오늘도 자정에 시작한다, 낼 산오름 가방을 꾸려놓느라고.

희중샘이며 선배 샘들로부터 이어져 내려오는 매뉴얼에 따라.

화장지에서부터 구급약통, 보온병, 아이들 여벌 옷, 장갑, 속옷, ...

(윤호샘이 가마솥방 미닫이문 손잡이가 망가져 위험하다 했고,

하다샘은 그걸 또 목공실에서 손잡이 하나를 찾아와 드릴로 피스를 박다.

손발이 잘 맞는 모두라.)

1시에 하루 날적이를 보내온 근영샘.

최선을 다해 자신을 쓰고 장렬하게 전사한 장수 같은 느낌이었다.

 

오늘은 밤에 수면양말을 하나 더 껴신었다.

하다샘이 계자를 위해 들어올 때 수면양말을 한 뭉치 사왔더랬다.

계자에서 샘들이 하나씩 신으라고.

일찍이 희중샘이 겨울계자에서 그리 해주던 풍경이다.

후배들이 보고 그리 또 한다.

계자를 시작할 때 휘령샘 편에 연규샘은 룽따(물꼬에 여기저기 거는)를 보내왔더랬다.

긴 시간 계자를 그가 주축으로 꾸려주었던 시간이 있었다.

계자는 앞에 다녀간 샘들을 또한 만나는 시간.

지금보다 더 열악했던 시절, 고생이 많았던 샘들을 그린다.

우리가 지금 그대들의 뜻을 이어가고 있다오.

 

홍주샘 왈, ‘힘들었지만... 진짜 휘리릭 지나간하루더라고.

또 홍주샘 왈, ‘처음에 샘들이 준형이를 잘 못 보는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고,

모두가 한 아이 한 아이 담고 있더라고.

169계자는 이제 이틀을 남겨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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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80 2022. 1.29.흙날. 흐리다 맑음 / 대중 경제서 두 권 옥영경 2022-02-24 368
5879 2022. 1.28.쇠날. 맑음 옥영경 2022-02-24 1442
5878 2022. 1.27.나무날. 맑음 / 전복 옥영경 2022-02-24 367
5877 2022. 1.26.물날. 맑음 / 교육재정을 들여다보다; 풍요는 낭비가 아니다! 옥영경 2022-01-31 579
5876 2022. 1.25.불날. 가랑비 옥영경 2022-01-31 465
5875 2022. 1.24.달날. 흐림 옥영경 2022-01-31 450
5874 2022. 1.23.해날. 흐림 옥영경 2022-01-31 448
5873 2022. 1.22.흙날. 흐리다 한 방울 비 지난 저녁 / 페미니즘을 말하는 책 두 권 옥영경 2022-01-30 466
5872 2022. 1.21.쇠날. 맑음 옥영경 2022-01-30 431
5871 2022. 1.20.나무날. 대한(大寒), 흐린 하늘 / 아, 두부 하나에 상자 하나 옥영경 2022-01-28 427
5870 2022. 1.19.물날. 흐리다 잠깐 눈발 / 잭 머니건과 의기투합한 걸로 옥영경 2022-01-28 423
5869 2022. 1.18.불날. 흐리다 해 / 학습의 밑절미 옥영경 2022-01-27 500
5868 2022. 1.17.달날. 밤 눈발 옥영경 2022-01-27 417
5867 2022. 1.16.해날. 흐리다 맑음 / 드르륵 문 여는 소리 옥영경 2022-01-26 489
5866 2022. 1.15.흙날. 맑음 옥영경 2022-01-26 401
5865 2021학년도 겨울, 169계자(1.9~14) 갈무리글 옥영경 2022-01-16 622
5864 169계자 닫는 날, 2022. 1.14.쇠날. 맑음 / 잊지 않았다 [1] 옥영경 2022-01-15 589
5863 169계자 닷샛날, 2022. 1.13.나무날. 눈 내린 아침, 그리고 볕 좋은 오후 / ‘재밌게 어려웠다’, 손님들의 나라 [1] 옥영경 2022-01-15 599
» 169계자 나흗날, 2022. 1.12.물날. 맑음 / 꽈리를 불고 연극을 하고 [1] 옥영경 2022-01-15 613
5861 169계자 사흗날, 2022. 1.11.불날. 눈발 흩날리는 아침 / 우리도 저런 시절이 있었다 [1] 옥영경 2022-01-15 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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