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11.30.물날.봄날 같은 볕 / 아궁이 앞에서

조회 수 1164 추천 수 0 2005.12.01 22:40:00

2005.11.30.물날.봄날 같은 볕 / 아궁이 앞에서

물꼬의 나뭇꾼들은 산을 내려와 여느 물날처럼 고래방을 찾은 국선도 샘들과
수련을 하였습니다.
한가로웠지요.
김점곤 아빠랑 류옥하다가 큰 마당에서 하는 하늘땅놀이를
다른 식구들은 책방 현관 앞에서 볕을 쪼이며 구경합니다.
"날이 이리 따뜻해도 되나?"

아궁이 앞에 앉습니다.
전기를 때며 기름을 쓰며 연탄을 갈며는 잊기 쉬운 고마움이
불을 때고 앉으면 흘러가버리는 일이 드물지요.
나무는 오래 타며,
재놓은 장작더미에서 하나를 꺼내 얹을 때마다
삼촌이나 열택샘, 그리고 이 나무를 베서 끌고 와 자르고 패기까지 거친 많은 손을
고스란히 되짚게 됩니다.
그래서 아궁이는 깊은 사유의 시간 아니라도 이래저래 덕이 크지요.
다시, 품앗이들의 손발이 고맙고 고맙습니다.

요새 농사일이 한가하니 가마솥방도 한가롭습니다.
지나다 들여다보면 우리 희정샘은
뜨개질도 하고 황토로 옷감 물도 들이고
책도 읽고 음악도 듣고 있습니다.
대단한 사람이지요,
대학 2년 때 품앗이로 와서 맺은 인연이 지금에 이르렀습니다.
일찌감치 4대 가마솥지기가 되어 수년을 자리바꿈 없이 지키고 있는 그는
이 공동체의 훌륭한 안주인의 하나가 될 것입니다.
때로 날이 서서 그가 가진 작은 허물들을 더러 들추기도 하는데,
그가 하는 일이 허물을 덮기에 충분하고도 남다마다요.
밥을 떠 넣으며 오늘도 그가 고마웠더이다.

아이들이 비운 학교는
젊은 할아버지 상범샘 열택샘 희정샘 김점곤아빠 방문자윤정식님 류옥하다,
그리고 달골 현장소장님과 인부들이 온통 채우고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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