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1.17.달날. 밤 눈발

조회 수 441 추천 수 0 2022.01.27 01:29:07


자정에야 계자 기록을 마무리 지었다!

계자 풍경이 겹쳐져서, 아이들 얼굴이 떠올라 자주 멈추기도 했다.

아주 가끔 지리하다고 느껴질 때도 있었다. 고단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럴 땐 책상 앞을 떠나 뜨개질 한 줄, 책 한 장을 넘겼다 다시 썼다.

 

품앗이 한 샘의 문자가 닿았다.

누리집의 물꼬에선 요새올라온 계자 기록이 제대로 올린 게 맞는가 확인해보라는.

초고가 수정되지 않은 채 그대로 있는 것 같다는.

그는 오래 그런 역할을 해왔다.

교무행정 간사의 부재 동안 밖에서 샘들이 일을 돕거나

특히 누리집을 중심으로 공지되는 일정이며 기록에 오류가 없는지 살펴주는.

그 하나가 희중샘이었고, 또 다른 이가 바로 연규샘.

(지난해 봄 단식수행에 동행하고 간 뒤로 여러 계절이 흘렀네.)

그럴 때면 혼자 이 일을 하고 있지 않다는, 혼자 한다는 무게가 덜어지고는 했다.

물꼬가 구성원들이 안에서 같이 상주하던 형태에서

필요할 때 모여 움직이고 게릴라처럼 제 삶터로 흩어지는 구조로 바뀐 지 수년이 흘렀다.

상주하는 간사 없이 물꼬가 굴러갔다.

우리는 비정부기구 시민단체에 가까웠으므로 교무라기보다 간사라 불렀다,

(간사 (幹事) : 단체의 사무를 맡아 처리하는 직임. 또는 그 사람.)

연규샘이 밖에서조차 부재했던 2018년부터 여러 해는 그 자리의 아쉬움이 특히 컸다.

2017년 물꼬 안식년, 2018년 내 연구년으로 바르셀로나에서 보낸 1,

두 해 계자가 멎었고, 2016학년도 겨울계자가 마지막이었으니

그의 계자 결합도 5년의 공백이 있는 건가.

그 사이 계자도 또 어떤 변화들을 겪었네. 우리들 각자의 삶 역시 그랬을 테고.

겨울엔 계자에 함께 하고 싶은데 체력이 제일 염려 되네요...’

그에게서 왔던 메일에 답장을 못한 채 겨울이 와버렸고, 계자가 지나가버렸다.

얼마 전 그는 네팔을 다녀오며

물꼬에서 필요한 룽따를 휘령샘 편에 보내오는 걸로 계자를 보태주었네.

두루 고마운.

그대를 기대고 여러 해를 살았다. 고마운. 고마울. 또 함께 할.

저녁 8시께부터 계자 사후 통화가 시작되었다. 첫날. 사흘 동안 이어질.

한 아이는 여러 해의 인연이다.

세월만큼 각별하고, 세월보다 더 각별나다.

다가오는 데 시간이 걸리고, 가까워져서는 마음결이 오래 가는,

잘하는 게 없다고 자신이 생각하지만 다양한 감각을 반짝반짝 보여주는 아이.

안으로 더 많이 안아내서 그에게 밖으로 꺼내라고 조금씩 자극을 주고 있다.

아이를 관찰하고 그 아이에게 어떤 도움을 줄 수 있을까, 때로 그 자신이 요청하는 것을 돕는,

물꼬의 그런 시간이 고맙다.

자라는 아이를 도우는 기쁨이 세상 어떤 영광과 기쁨에 비길까.

오래 그 아이의 성장에 동행하고 싶고,

무엇보다 그를 지키고 싶고,

부모와도 우정을 더 많이 나누기를 바란다.

아이들을 대하는 우리의 자세와 태도는 결국 우리 자신을 향해 있다!

나도 좋고 너도 좋고, 나도 성장하고 너도 성장하는 게

세상을 이롭게 하는 길이기도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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