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밤에도 눈이 다녀갔다. 살짝 날리는 정도였다.

쌓이는가 싶더니 아침 해에 이내 녹았다.

 

이제야 계자 개인 짐을 풀었다.

나 역시 계자가 진행되면 한 일원으로서 원활하게 움직일 수 있도록

일상을 계자 구조로 전환하는.

계자 기록을 간밤 야삼경에야 끝을 냈고,

아침수행 뒤 누리집 댓글이며 누리집을 확인하고,

이제야 옷가지를 빨고,

책상은 2월 말에 마감할 책 원고의 집필 구조로 바꾸다.

달골 길 가풀막에 눈 쓸 일은 없어 시간을 벌었네.

 

오후, 계자의 물꼬장터에서 남겨진 옷들이 담긴 바구니 옷들을 옷방 장에 정리하고,

교무실의 약품 상자와 등산용품들을 가지런히 하다.

밖에 나와 있던 아이들 작품을 모둠방으로 들이고,

계자 때 모둠방을 나갔다 들어와 계통 없이 쌓여있던 물건들도 자리를 잡아주다.

부엌에서는 계자에서 남은 재료들을 분류하고,

며칠 학교아저씨가 드실 반찬이며 찌개류를 쟁여놓고,

제습이와 가습이를 각각 데리고 마을을 돌았네.

 

저녁 8시께부터 계자 사후 통화가 이틀째 이어졌다.

뛰어난 인지능력을 가진 한 아이는 몇 해 ADHD 치료를 받아왔다.

의사를 꿈꾸는 아이다.

벌써 주변에서는 지금도 늦었다며 서둘러 학습을 강화해야 한다고들 부추기고 있다.

제 꿈을 향할 힘이 있고, 도와줄 부모도 있고, 그러면 제가 알아서 하게 될 터이니

허약한 기초가 되지 않게 그 아이의 풍요로운 지적 바탕을 만들어주심이 어떨까

의견을 전하다.

그런 것들이 다 인지로 모아지게 될 거라는.

그 아이가 쉬 좁은 공부의 길로만 몰아지지 않기를 바란다.

그 아이의 생이 더 풍성하기를 바란다.

오히려 꼭 지켜야 할 일상의 원칙 같은 걸 만들어보심은 어떤가 권하다.

옥샘은 (아이 키우며) 어떤 원칙을 가지셨어요?”

하루 한 차례 똥 누기, 푹 잘 자기, 글을 쓰기(일상기록), ... 댓 가지였다.

말려도 저가 해야겠다 싶으면 공부도 하더라,

공부로만 너무 밀지 마시라 하였다.

더 많이 놀고 더 많이 자유를 누린 아이가 공부도 잘 하리라 믿는다.

무식한 의사, 라는 표현을 가끔 한다.

제 분야에서야 여느 사람들보다 나을지라도

파편화된 그 지식만 가진, 인문학적 소양이라고는 도대체 찾을 수 없는 그런 의사.

그 아이가 좋은 의사가 되는 데도

정작 공부 밖의 것들이 큰 밑절미가 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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