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12.3.흙날.저녁답부터 밤새 내리는 눈 / 연수 하나를 마치고

식구들은 장도 보고 찜질방에 가서 하루를 느긋하게 보냈지요.
어디나 눈이랍니다, 눈 구경 힘든 남도도 눈이 나린다는 소식이 저녁에 왔습니다.
대해리도 이 겨울 첫눈이 날리는 한 밤입니다.

서울에서 연수 하나가 있었지요.
워낙에 큰 유행처럼 거대하게 신봉자(?)들을 거느린 교육이론에 관한 것이었는데
시카고에 있는 그 학교에 한 주 동안 참관도 했고
필라델피아의 그 학교 장애인공동체에서 한동안 머물기도 했던 적 있어
이 나라에선 어떻게 얘기되고 있는지도 궁금했고,
덤으로 우리 아이들 갈 길에 좋은 안내도 되었음 싶었지요.
그것이 예술의 영역에서 거둔 빛나는 성과물들이야 부정할 수 없지만
이 사회의 천박한 지적허영과 맞닿아있는 건 아닌가,
이미 '고민하는 교육' 안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좋은 작업들과 무에 그리 다른가,
의심의 눈초리를 거둘 수 있으려나 기대도 했더랍니다.

강연은 입문단계에 그치고 있어 별반 할 말이 없게 만들었지만
그 저녁, 진행자가 들려준 일화 하나가 마음에 오래 머물렀지요.
그가 교생실습을 하던 때였답니다.
어렵게 공부했고, 그런 만큼 앞서간 사람들에 대한 큰 기대로 교생실습을 나갔겠지요.
기대란 것이 늘 그러하듯 실망이 있었을 게고
나름의 평가를 가지고 참관을 끝낸 뒤 담당 교수 앞에 갔더랍니다.
"그런데, 너는 (아니다 싶었을 때) 거기서 그를 위해 무엇을 했느냐?"
아차 했겠지요,
너는 실패(?)하고 있는 그 담임선생님한테 무엇을 도와주었느냐,
그 수업을 위해서 무얼 하였느냐는 물음이었을 테니.
잘잘못을 따지는 평가는 그 수업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했을 겝니다.
"그대는 명백히 잘못했습니다.
이것이 제 잘못은 없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습니다.
당신은 이 학교가 발을 헛디딜 때 무엇을 하셨습니까?
당신이 비난을 거두고 교사를 돕고자 했더라면...
그러나 그대는 떠났고, 그건 가장 손쉬운 길이었습니다."
때로 '남겨진 이'로서 버거울 때 이리 소리칠 수도 있겠구나 싶데요, 하하.
그래요, '같이' 살 길은 '함께' 찾아야 합니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수sort
5214 147 계자 사흗날, 2011. 8.16.불날. 늦은 오후 살짝 비 지나고 옥영경 2011-09-01 1242
5213 145 계자 나흗날, 2011. 8. 3.물날. 맑음 옥영경 2011-08-15 1242
5212 2009. 2.18.물날. 맑음 옥영경 2009-03-07 1242
5211 9월 10일 흙날 흐리다 갬, 어서 오셔요! 옥영경 2005-09-19 1242
5210 146 계자 여는 날, 2011. 8. 7.해날. 비 잠시, 그리고 밤 창대비 옥영경 2011-08-25 1241
5209 2009. 2.16.달날. 다시 얼고 고래바람 옥영경 2009-03-07 1241
5208 2008. 4. 1.불날. 흐린 하늘 옥영경 2008-04-18 1241
5207 2006. 6. 7.나무날. 흐린 오후 옥영경 2007-06-22 1241
5206 2007. 5.29.불날. 맑음 옥영경 2007-06-15 1241
5205 9월 12일 달날 맑음 옥영경 2005-09-24 1241
5204 2016. 9.25.해날. 맑다고 하기가... / 버섯 산행 옥영경 2016-10-08 1240
5203 2010 가을 몽당계자 갈무리글 옥영경 2010-11-06 1240
5202 2008. 6.16.달날. 맑음 옥영경 2008-07-06 1240
5201 2008. 5.19.달날. 맑음 옥영경 2008-05-31 1240
5200 117 계자 닷샛날, 2007. 1.26.나무날. 흐리다 눈 / 노박산 옥영경 2007-02-03 1240
5199 3월 15일 불날 흐리다 오후 한 때 비 옥영경 2005-03-17 1240
5198 5월 빈들모임 닫는 날, 2012. 5.27.해날. 맑음 옥영경 2012-06-02 1239
5197 2011.12. 6.불날. 싸락눈 내린 아침 옥영경 2011-12-20 1239
5196 2011. 6.15.물날. 맑음 / 보식 3일째 옥영경 2011-07-02 1239
5195 2006.12.29.쇠날. 맑음 옥영경 2007-01-01 1239
XE Login

OpenID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