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월삼짓날, 10년 전의 약속을 지키다.

조회 수 1040 추천 수 0 2004.04.22 11:00:00
짧은 시간이었지만 대해리의 봄,을 잘 느끼고 왔습니다.
즐거운 잔치였습니다.
10년의 세월이 묻어나면서, 공간과의 절묘한 조화.
꽉 찬 기운이 느껴지더군요.
자유학교 물꼬, 지속적으로 거듭나기를 기원합니다.

옥 선생님, 몇 년만의 만남이었지만,
늘 비슷한 마음으로 만나지는 거 같았습니다.
하다, 정말 다 컸더군요. 그 딴딴함..
희정샘의 검게 그을린 얼굴, 거칠어진 손, 존경스러웠습니다.
늦은시간 데려다주신 상범샘, 그리고 길을 함께 해준 멋진 후배들,
감사합니다. 나중에 또 뵙지요..

삼월삼짓날,을 하루 앞두고 이러저러한 마음으로 적었던 글 올려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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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전의 약속을 지키다.

정확하게 어떻게 이야기가 되었었는지 기억나지는 않습니다.
다만 때는 1994년 이었구, "2004년에 자유학교를 세우겠다." 는 이야기가 있었습니다.
당시는 다만 그런 이야기였습니다.
설악산이었지요. 초록색 나무가 그려진 하얀 티셔츠를 함께 입고 있었습니다.
그날 밤 설악산 한자락 젊은 사람들이 모여있던 그 어느방,
충만하였습니다. 열정과 감동, 말로표현하기 힘든 감흥이었습니다.
제 인생에서 감동으로 들끓었던 손에 꼽는 몇 순간중에 하나입니다.

류행숙선생님이 생각나네요.
처음 서울 오시고, 지하철에서 구걸하는 사람이 있었다. 주머니에 있는 돈을 꺼내 주곤 했었는데,
몇 년이 지나두 여전히 구걸하는 사람은 있더라구요.. 사회구조적인 문제에 관한 언급을 하셨지요.
그 이야기를 하신지 10년이 지났건만, 여전하네요.
많은 것이 여전합니다.

"행복해지는것을 두려워하지 마십시오"
민주노동당에서 들고 나오기 전에,
멕시코인가에서 좌파 후보자가 그랬었다고, 우리의 목지영 언니가 그랬습니다.
어느 자유학교의 뒷풀이 자리였습니다.
그리고 그 자리였던 거 같습니다.
"멋진 연극에서 엑스트라가 되고 싶었습니다. 지금 그런 느낌이 듭니다." 라고 누군가가 그랬습니다.
우리는 그 순간 감히 행복하였구,
훌륭한 연극에서 각자의 역할을 잘 해내고 있었습니다.

가을, 이야기도 잠시 하고싶네요.
그 어느해 가을 정말 황홀경, 이라고 했습니다.
찌릿거리던 은행냄새, 그 이후로 은행이 좋아졌습니다.

키노쿠니(일본의 자유학교)에서도 왔었습니다.
그리고 한국사회에서 소위, 대안학교라고 자리잡았던 여러 학교들을 초청하였습니다.
물꼬, 정말 대단한 곳입니다.
생각하면, 그리하여 이야기가 되어지면, 어느덧 진행되고 있는 곳입니다.
막연하였으나 엉성하였으나, 그 실행 자체로 훌륭하였습니다.

물꼬가 이렇게 시공간을 넘나들며, 때로는 깊숙히 때로는 방대하게 그 연륜을 쌓아갈때,
저,라는 사람은 그저 살아갔습니다.
깊이있게 관여하지도 못했고, 그렇다고 아주 잊고 지내지도 못했습니다.
물꼬, 라는 곳이 그렇습니다. 잊혀져주질 않습니다.
당당한 엑스트라가 되어야겠습니다. 모두가 연출을 하고 모두가 주연을 할 수 없으니까요.

대학교 1학년이었던 저는 이제 서른이 되었구,
한 아이의 엄마가 되었습니다.
서른 즈음 되면, 한 아이의 엄마가 되면 적어도 가치관, 그런거로 고민은 안 할 줄 알았습니다.
근데 부끄러우리만치 비슷한 수준으로 고민하고, 비슷하게 살아가고 있습니다.
다만 조금 더 섬세해지고, 조금 더 겸허해진거 같습니다. 아니 그래야 한다는 생각을 잊지 않으려고 합니다.
지속적으로 저를 키워주신 우리 부모님처럼,
저의 배우자, 저의 예쁜 딸처럼, 그리고 늘 든든하게 있어 준 저의 좋은 친구들처럼,
그렇게 저를 있게 해준 존재라는 생각이 듭니다.
물꼬, 가 말입니다.

많이 축하드리고,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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