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2.15.불날. 흩날리는 눈

조회 수 340 추천 수 0 2022.03.24 01:42:20


대보름이다.

코로나19 아니어도 마을에서는 오래전 대보름제를 멈췄고,

그나마 물꼬 운동장에서 맥을 이어오고 있었다.

하지만 올해는 물꼬마저 접는다.

그래도 달은 뜨고, 달을 그을으며 달맞이는 하였어라.

 

대처 식구들 이른 아침 밥상을 차려 내보낸 뒤

그간 지낸 공간 청소를 하고 떠나 대해리에 들르다.(‘들르다가 맞다.)

한동안 비운 달골을 먼저 둘러보고

가습이와 제습이 산책부터 시키다. 묶여만 있느라 애탔을.

저것들 삶도 지켜주지 못해서야, ...

내 몸을 잘 돌보아야 할 까닭은 그들 때문이기도 할 터.

 

당장 손을 좀 볼 게 있어 드릴을 가지러 갔다. 목공실에 없었다.

본관에서 쓰고 더러 부엌 미닫이 유리창 선반에 두는 일이 있었다. 보니 없었다.

사람이 비운 자리를 또 이렇게 느끼게 하네.

마치 아무 일도 없던 것처럼’,

물꼬에서 끊임없이 되내는 이 문장은 바로 이렇게 찾는 일이 없도록 하자는 것.

우리가 정리를 하는 까닭도 다시 잘 쓰기 위해서이지 않냐고!

역시나 그 사이 들른 이가 쓰고 엉뚱한 곳에 두었던 것.

 

회향.

때로 멈추기도 했으나, 날은 갔고 수행은 계속되었다.

겨울90일수행(실제 93) 푸는 날.

불가에서는 이런 날을 회향이라 하더라.

회전취향(廻轉趣向)의 줄임말로 자기가 닦은 공덕을 다른 중생에게 돌아가도록 한다는 뜻.

수행하는 동안 쌓인 공()과 덕()이 있다면 부디 다른 이들에게도 돌려지길.

촛불이 자기 몸을 태워서 주위를 밝히고,

향이 자기 몸을 태워서 주위를 향기 나게 하는 것이 바로 회향이라.

더러 같이 한 도반들이여, 고마운!

계자에서 함께한 어린 벗들 또한 고마운.

이 골짝 모진 겨울을 지날 수 있었던 힘이기도.

차를 달여 마시는 것으로 마무리하다.

 

학교 부엌 냉장고에 반찬이며 찌개며들을 쟁여놓고 다시 대처행.

올해 내는 책 집필을 이어가자는 건데,

진척은 없고...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수sort
6654 4월 빈들 여는 날, 2024. 4.26.쇠날. 날 좋은 옥영경 2024-05-28 4
6653 4월 빈들 닫는 날, 2024. 4.28.해날. 해 맑은, 그리고 흐린 밤 옥영경 2024-05-28 4
6652 2024. 4.21.해날. 삽살비 옥영경 2024-05-28 5
6651 2024. 4.22.달날. 갬 옥영경 2024-05-28 5
6650 2024. 4.23.불날. 저녁비를 향해 가는 하늘 옥영경 2024-05-28 5
6649 2024. 4.24.물날. 비 옥영경 2024-05-28 5
6648 2024. 4.25.나무날. 맑은 옥영경 2024-05-28 5
6647 4월 빈들 이튿날, 2024. 4.27.흙날. 맑음 옥영경 2024-05-28 5
6646 4월 빈들(4.26~28) 갈무리글 옥영경 2024-05-28 6
6645 2024. 4.30.불날. 비 옥영경 2024-05-28 6
6644 2024. 4.29.달날. 비 옥영경 2024-05-28 8
6643 2024. 5. 1.물날. 비 든 밤 옥영경 2024-05-28 11
6642 2024. 4.15.달날. 비 옥영경 2024-05-24 21
6641 2024. 4.16.불날. 갬 / 다큐 <바람의 세월> 옥영경 2024-05-24 22
6640 2024. 4.17.물날. 맑음 옥영경 2024-05-24 26
6639 2024. 4.18.나무날. 맑음 옥영경 2024-05-24 29
6638 2024. 4.20.흙날. 비 옥영경 2024-05-24 31
6637 2024. 4.19.쇠날. 살짝 습기가 느껴지는 맑은 날 옥영경 2024-05-24 56
6636 2022.12.22.나무날. 눈 옥영경 2023-01-06 267
6635 2024. 3. 8.쇠날. 오후 구름 걷히다 옥영경 2024-03-28 268
XE Login

OpenID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