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눈이 무거웠다.

아침 9시께 휘몰아치던 눈보라는 한낮에 바람만 남기고 갔다.

맑은 하루였다. 학교마당에 쌓여있던 눈들이 해질녘 다 사라졌다.

 

교문은 단단히 닫혔고, 학교는 고요했다.

마을도 조용했다.

제습이와 가습이는,

주인이 교문 앞에 차를 세우고 말이 길면

뭐라고는 하는데 무슨 말인지는 모르겠고,

눈만 꿈벅꿈벅, 고개를 갸우뚱갸우뚱하고 섰다.

어디 멀리 가나 보다, 그건 아는 눈치다.

가끔 까치며 새들이 날 때, 마른 나뭇가지 사이로 다람쥐라도 보일 때,

풀숲에서 고양이의 작은 움직임이 알아챌 때,

잽싸게 몸을 달리거나(곧 줄에 멈춰지지만) 짖는 것으로 존재를 알리다.

 

쭉쭉 나아가지 못하는 원고이다.

작은 수술을 하고 꿰맨 곳 스테이플러심도 뽑았으나

회복은 더디고 모든 움직임이 또한 느리다.

대처에서 한 꼭지를 쓰고 식구들 들볶아 합평하다.

자신의 이야기를 하라, 하고픈 걸 쓰라, 역시 그렇게 귀결되는.

그래도 합평이라고 도움이 되는.

글쓰기가 일기를 벗어나는 건 일정 정도의 객관성을 확보한다는 데 있을 테지, 어렵지만.

수정하고, 아아아아아아, 일단 손에서 털었다.

다른 꼭지를 쓰고 돌아갈 수도 있으니.

내내 만진다고 나아지는 것도 아니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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