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2.21.달날.흐림

조회 수 402 추천 수 0 2022.03.24 01:47:49


치우고 쓸고 닦고 밥을 짓고 설거지를 하고

그렇게도 하루해가 간다.

 

먼 남도에서 품앗이샘이 글월을 보냈다.

멧골에서 늘 소식을 기다린다. 내 벗이고 동지고 일부는 학생인, 그리고 나인 그들.

펑펑 쏟아져 내리는 함박눈처럼 오는 기쁨으로

무더운 날 그늘 안에까지 파도를 만들어주는 바람으로 오는 안부.

얼마나 그를 아끼는지 그는 다 모르리.

그대가 물꼬의 품앗이여서 고맙고, 그대가 물꼬의 질을 높여준다지.

짝꿍을 만나 하루하루 벅차게 살고 있다 한다.

모진 겨울도 나고 봄도 건너고 초여름에는 봅시다려.

얼마 전 내가 수술을 받은 걸 아는 이가 건강을 지키는 데 도움이 되라고 글을 하나 보내왔다.

소금이 바이러스와 세균의 영원한 천적이다, 염분 부족이 만병의 근원이다, 그런 내용.

반대로, 찾아보면 생명을 위협하는 나트륨 과다 섭취를 경고하는 글들도 적잖다.

사실 이미 우리는 나트륨 중독에 가깝다.

나트륨 과다 섭취는 혈액의 양을 증가해 혈압을 올리고

혈압이 높으면 혈관 덩어리 콩팥도 망가지고,

위 점막을 자극해 위암 발생 위험을 높이고,

짜게 먹을수록 입맛을 당겨 열량 섭취가 늘고,

나트륨이 혈압을 조절하는 호르몬에 영향을 미치면 노화가 촉진돼 근육이 줄고,

근육이 줄면 기초대사량도 낮아져 살이 찌고...

소금 과다 섭취를 경고하는 기사 하나로 그에게 답인사를 대신하다.

역시 균형이 중요할 테다.

 

철이 간다. 겨울이 가는 걸 고구마로 안다.

찬바람을 겨우 밀치고 살아남은 마지막 고구마,

오늘은 남은 것들을 꺼내 고구마튀김을 한 소쿠리 해두다.

식어도 맛나니까 굳이 데울 것 없이 여러 끼니 잘 먹겠다.

오늘 저녁밥상엔 카레가 올랐다.

일 년에 두어 차례 먹는 음식이다. 여름계자 겨울계자.

굳이 먹자고 집에서 혹은 물꼬의 다른 밥상에 올리는 일은 드물었다.

맛도 퍽 즐기는 맛이 아닌 데다

짜장과 카레는 뭔가 성의 없는 음식 같다는 생각에서 잘 하지 않았던 듯.

해보았더라. 괜찮더라고.

 

잘 먹고 잘 자기로 결심했다.

한 번에 많이 먹는 건 부담이니 횟수를 늘리고 조금씩, 그리고 잠 시간을 늘리기.

몸에 귀를 기울이는 사람이면서도 회복할 시간을 충분히 주지 못하기 일쑤였던.

그걸 수행으로 대체해왔다.

늘 잠을 잘라 일을 더 해왔다.

수행보다 중요한 게 먹는 것과 자는 것일.

오늘은 아침잠을 더 잤네.

겨울은 좀 더 그리 보내기로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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