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하 11도의 이른 아침.

마른 낙엽을 치우며도 하루가 가는 이즈음.

아직 수술 부위가 당겨 천천히 해주는 몸풀기.

 

전쟁(2차 세계대전) 후에도 돌아오지 않는 남편을 찾아 아내가 전장을 간다.

이름을 기억하는 배우가 몇 되지 않는 나도 아는 소피아 로렌이 그였다.

많은 사람들이 그렇듯 나 역시 무심하게 끝없이 펼쳐지던 그 해바라기 밭을 기억한다.

스페인 산티아고길을 걸으며 만난 너른 해바라기 밭 역시

그 영화를 맨 먼저 떠올리게 했더랬다.

이탈리아 영화 <해바라기>(1970)에 나오는 해바라기 밭이, 우크라이나였단다!

 

비현실적이다. 이 시대에도 기갑장비를 앞세우고 국경을 넘어 진군이라니!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로 진격했다.

푸틴의 명분은 우크라이나의 지속적인 위협 때문이라고.

우크라니아 정부의 괴롭힘과 집단 학살의 대상이 된 사람들을 보호하고

우크라이나를 비무장화, 비나치화하는 게 이 전쟁의 목표라고.

러시아는 유럽연합과 북대서양조약기구에 가입하려는 우크라이나를 반대해왔다.

푸틴은 나토가 (러시아의)국가로서의 역사적 미래를 위협한다고 비난.

나토의 동진을 막고자 하고,

우크라이나에 대한 과거의 장악력을 일정 정도 유지하고픈 욕망을 지닌.

 

이런 일이 일어나면 나는 답할 준비부터 한다.

도스토옙스키의 말이었던가,

인류의 가장 큰 비극은 아무 죄도 짓지 않은 아이들이 자신의 것이 아닌 죗값을 치르는 거라고.

이런 일마다 아이들에게 전쟁을, 이 전쟁을 무어라 설명해야 할지 먼저 생각한다.

이어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하는가를 알려줄 의무가 우리 어른들에게는 있다.

우리는 그들의 삶의 안내자이니까.

전쟁을 결정한 이들이야 저들 계산기를 두들기고 있겠지만,

그 피해를 고스란히 받는 이들을 생각하면... 이렇게 맥없는 사람살이라니.

삶의 의욕을 잃는다.

오늘도 나는 살고 싶지 않아졌다.

그러나 약속을 지키느라 또 산다. 숨 쉬고 있어 산다.

일어나 천천히 달골 둘레를 돌아보며 마른 낙엽들을 긁고,

아침뜨락에서는 넘어져 있던 난나를 일으켜 세워주고,

달골 대문 앞에서는 자꾸 시야를 막아서던 무궁화의 가지를 쳐주었다.

햇발동에 들어 욕실이며 휴지통들을 비우고, 보일러를 켜두고,

겨울 계자에 더 두툼히 쓰겠다고 학교에 내려가 있던 이불들을 올리고.

내일부터 사흘의어른의 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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