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마솥방에는 세월호 달력이 걸려있다.
2019년 달력이나 아직도 걷지 않았다.
거기 서해에 빠져 돌아오지 못한 아이들에 대한 기록이 있기 때문이고,
잊지 말고 기억하면서 우리 삶을 세워나가자는 뜻일.
달력에는 세월호로 희생된 아이들과 교사들과 김관홍 잠수사의 생일이 표시되어있다.
7월 22일.
밖에 나갔다 돌아오면 할아버지 할머니 드시라고 붕어빵을 사 들고 오는 눈이 맑고 예쁜 박정슬
10월 6일.
아버지의 전부, 학교에서 받은 장학금으로 아버지 친구분들께 삼겹살을 대접한 효녀 김소연
12월 5일.
메이크업 아티스트가 되어 엄마의 주름살을 펴주는 것이 꿈인 이혜경
어떻게 이들은 이런 마음으로 키워졌는가.
누가 이들을 길렀는가.
무엇보다 자신이 그렇게 컸을 것이다.
고마웠다, 그 마음이.
달력에는 아이들의 꿈도 적혀있는데
그 아이들이 살아있다고 꿈이 이루어질 수 있는 세상이었나!
수술했던 것 이제 알았다고, 괜찮냐고 품앗이샘 하나가 안부를 물어오다.
‘엎친 데 덮쳐 수술하고 회복하기 전 또 앓기도 해서 봄이 더뎠네.
이제 일어나야지! 담주부터 일상이 돌아갈 수 있겠거니 함! 아프지 말자~‘
그리고 보르헤스의 문장을 보냈다.
‘우리 인생에는 약간과 좋은 일과 많은 나쁜 일이 생긴다.
좋은 일은 그 차체로 놔둬라.
나쁜 일은 바꿔라, 더 나은 것으로. 이를 테면 시 같은 것으로.’
고맙다. 사랑한다, 내 동료이자 동지이고 벗인 그대들.
부디 강건들 하시라.
봄바람이 불고,
밭두둑에서 풀을 매는 학교아저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