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3.17.나무날. 비

조회 수 324 추천 수 0 2022.04.20 14:54:34


아침뜨락에는 수선화며 튤립이며 원추리며 촉들이

뜨겁게 뜨겁게 입을 내미는 중.

마늘밭도 싹이 오르고. 오후 비.

 

비에 젖는 건 들녘만이 아니다. 산만도 아니다.

잠자리에도 비가 든 듯 무거워진 아침이었다.

천천히 깨 수행을 한다.

하기 시작하면 어찌 된다.

그러면 또 하루를 시작할 수 있다.

그 시작을 잊지 말자고 자신에게 꼭꼭 야물게 다시 말해준다.

 

간밤부터 계속 마음에 머물러 비 흠뻑 내리는 아침뜨락부터 갔다.

어제였나 그제였나 물 새는 관 하나를 임시처변 해둔 게 있었는데,

계속 마음에 걸리는 거라.

손을 제대로 보자면 다음 주 후반은 돼야지 싶은데

그 사이 또 탈이 나면 무너질 흙자리가 여간 마음 쓰이지 않았던.

비닐 두 장을 가지고 나갔다.

한 장으로 테이프를 둘러쳐 두었던 부분을 마른걸레로 닦아내고 단단히 동여매고

다시 또 말아서 동여매고.

한 주만 참아다고().

아유 쓰려, 검지 손가락이 모래흙에 슬려 있네.

 

낮밥 시간 앞뒤로 긴 통화들이 있었다.

세무서와 고용센터를 번갈아가며 전화를 했다.

진행하는 일이 하나 있고, 그들의 서류가 필요했던.

결론은 얻고자 했던 방향이 아니었다.

하지만 그게 버려진 시간은 아니었다.

그걸 통해 물꼬의 정체성이 더 뚜렷해지기도 하고,

잘 몰랐던 과세 과정과 정책의 어떤 부분을 이해하게 되었다.

세상일이 몹시 서툰 내게 말 그대로 또 공부가 된.

그간 대체로 이런 일은 곁에서들 도와서 일이 되었다.

하지만 홀로 시도했고, 뜻대로는 아니었지만 과정을 끝냈다.

담당자들은 친절했고, 우리를 충분히 도우려 했다.

모든 요소를 다 검토하고,

원하지 않은 결론에도 그 존중과 애씀이 날 그리 힘 빠지게 하지 않았다.

긴 시간 자료를 찾고 애쓴 그분들께 감사.

물꼬 일을 헤아려주려 해서 더욱 감사.

그런 눈들이 있다, 밝은 일을 알아주는.

 

면사무소와 농협경제사업소를 방문해야 하는 일들을 오늘로 모아놓았더랬다.

자그맣게 농사를 짓기도 하는 물꼬.

그건 농민이라는 뜻이기도.

쌓였던 관련 서류작성들이며 다 해결해놓고 돌아오다.

 

저녁에는 달골 관리에 대한 논의가 있었다.

올 상반기 해야 할 일, 그것을 어떤 흐름으로 해야 할지.

달골 관리에 손을 보태는 이도 물꼬의 일을 업으로 하는 게 아니라(상주가 아니라)

자신의 일 틈틈이 움직여야 하는 바

그것들과 물꼬의 일정, 그리고 달골 현장 작업들을 어찌 할 수 있을지 그림 그리기.

들일로는 지난 11월 말 마른풀을 베고 검어내던 때에 거의 멈췄더랬다.

, 아침뜨락이며 달골 대문께 벚나무며 가지치던 12월도 있었고나.

, 2월 말에 무궁화며 사과나무며 가지도 쳤더랬네.

계자며 2월 어른의 학교며 방문자맞이며 일이 없던 게 아니고

아침마다 걷기수행이 없던 것도 아니라

보이는 대로 또 이러저러 손발을 움직이기도 했겠네.

여튼 엊그제 비 온 뒤로 풀이 무섭게, 눈에 띄게 무섭게 치고 오른다는...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수sort
5934 2008. 7.26.흙날. 비 / 125 계자 미리모임 옥영경 2008-07-30 1407
5933 2008. 3.24.달날. 갬 옥영경 2008-04-06 1407
5932 2007. 4. 4.물날. 엷게 찌푸려있더니 오후에 맑다 옥영경 2007-04-16 1407
5931 2007. 2.20.불날. 맑음 옥영경 2007-02-22 1407
5930 116 계자 이튿날, 2007. 1. 8.달날. 맑음 옥영경 2007-01-12 1407
5929 4월 28일 나무날 시원찮게 맑음 옥영경 2005-05-08 1407
5928 10월 29일 쇠날 맑음 옥영경 2004-10-30 1404
5927 2009. 2.23.달날. 갬 / 멸간장 옥영경 2009-03-07 1403
5926 2009년 4월 몽당계자 갈무리글 옥영경 2009-04-19 1402
5925 2008. 9. 13-15. 흙-달날. 가끔 구름도 있던 한가위 연휴 옥영경 2008-09-26 1402
5924 2005.11.9.물날.맑음 / 쉬운 건 아니지만 옥영경 2005-11-10 1402
5923 103 계자, 5월 29일 해날 짱짱한 날 옥영경 2005-06-03 1402
5922 12월 16-7일, 새끼일꾼들 옥영경 2004-12-22 1402
5921 2008.10.25.흙날. 맑음 옥영경 2008-11-02 1401
5920 2006.2.12.해날. 맑음 / 답 메일 옥영경 2006-02-13 1401
5919 108 계자 사흘째, 2006.1.4.물날.흐림 옥영경 2006-01-05 1401
5918 2007.12. 7.쇠날. 대설에 내리는 눈 옥영경 2007-12-27 1400
5917 2007. 6.13.물날. 흐리다 비 옥영경 2007-06-26 1400
5916 2006.5.5.쇠날. 흐린 오후 / 들놀이 옥영경 2006-05-11 1400
5915 2005. 12.26.달날 / 교사는 무엇으로 사는가 옥영경 2005-12-26 1398
XE Login

OpenID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