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서히 겨울을 걷어내야지.
그래도 안심할 때는 아니고.
이 골짝이 겨울을 아주 몰아내려면 4월 말까지는 두고 보아야 한다.
가마솥방의 연탄난로만 해도 4월 빈들모임까지 살려둔다.
낮기온이 높을 땐 창문을 열어야겠지만 밤이나 비가 드는 날은 아쉬울 열기.
본관 복도의 창문들에 붙인 보온용 뽁뽁이는 떼어내도 되겠다.
걷어서 다시 상자에 넣어 창고로.
복도며 교실이며 창틀 아래 방한용으로 세워둔 매트들도 치워야지.
털어서 고래방 복도에 다시 쌓아둔다.
진주샘과 규명샘의 혼례 안내장이 닿았다.
4월 넷째 주말이다.
눈가가 젖어든다.
초등학교를 다니던 한 아이를 만나
청소년기를 지나고 대학을 가고 유아교사가 되는 과정을 지켜보았다.
물꼬의 아이였고, 물꼬의 새끼일꾼이었으며, 품앗이일꾼이자 논두렁으로
긴 세월 물꼬에 큰 힘이었다. 고맙다.
좋은 짝을 만나 더 풍요롭게 열어갈 두 분 삶을 뜨겁게 응원하며
그 날들에 같이 설레인다.
사랑한다, 사랑한다, 사랑한다.
빈들모임과 일정이 겹쳐
희중샘 휘령샘 재훈샘 하다샘 들이 사절로 참석키로.
책 원고, 오늘도 한 줄도 쓰지 못한 채 밤이 깊다. 여러 날째다.
출판사로부터, 몸을 먼저 회복하고 3월 말 예정인 설악 일정 뒤로 말미를 받고 나니
또 늘어지는 바가 있다. 사람이... 참... 이렇다.
그나마 시 한 편 쓴 걸로 위로받는다.
써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