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이 통째 날아올라 몇 바퀴 도는 줄 알았다. 비바람에 몇 차례나 눈을 떴다.

밤새 내리던 비가 긋고 잠시 해났다.

햇발동에 바람을 들이고 화분을 돌보고 세탁기를 돌렸다.

코로나19 확진자들이 외진 펜션으로 자가격리를 하러들 간다더니

달초에 여기도 사람 하나 들어 묵었더랬다.

이제야 청소를 한다.

아침뜨락에 들어 물길부터 살폈다.

지난겨울 들머리 심었던 잔디를 밟아주고,

잔돌들을 주워냈다. 이 봄에는 돌줍기를 숙제로 삼은. 풀매기야 당연하고.

다 된 자리 꽃 한 포기 심는 것보다 꽃 심을 자리를 만드는 게 중요하고,

더 무엇을 심기보다 정리하는 게 더 중요한.

올해는 있는 것들이 잘 자리 잡게 도우려 한다.

돌들 사이에서 토끼똥을 몇 보았다. 언제 다녀가셨는가.

아침뜨락 너머 언덕 아래 사는 그네를 생각하면 마음이 선한 민물이 된다.

나오기 전 회양목 안의 마른 풀들을 검었다. 키 낮은 장미가 여럿 있다.

장미 아니어도 조심하느라고 해도 찔리지 않기가 힘들다.

가시 찔린 손가락은 참 익숙해지지 않는다.

룽따를 지나 나오는 길가 마른 풀들도 검다.

저녁에는 학교 식구들이 어둠이 내리는 두멧길을 걸었다.

지난 22일 교육청과 협의 이후 학교 터를 어떻게 할까 고민이 깊은 때.

여러 생각들을 모아보는 중.

 

사람은 사람으로 산다.

우린 친구가 필요하다.

- 잘 지내남? 몸은 편코? 여긴 이제 막 벚꽃망울들이 터짐.

  해동하고 어디 안 허물어졌나 해서...

- (...) 어제는 이 문장들로 상심을 좀 이겼고,

  오늘은 다시 딛고 일어설 수 있는가 아침뜨락으로 나가 마른풀을 걷고 돌들을 주웠다.

  그래도 여간해서 일으켜지지 않는 마음으로 네 문자가 닿았다.

  너는 알까, 네가 지금 어떤 큰일을 했는지? 사람 하나 일으키고 있다!

- 상심이라니. 뭔지 모르지만 파란만장이었나 보다...

  난 네가 조용해서 겨울일정 바쁜가 했더만.

- 신기하기도 하지. 네 말을 듣는데, 지나간 시간들이 그냥 가벼워진다! 무에 그리 별일일까. 네가 필요했음.

  상심은, 무기력 같은 거?

- ... 같은 병... 나도 계속 찰랑찰랑 수면 아래 잠겨있는데.

- 너도 고만 나와서 놀 때 되었다!

- 올해도 6월의 네 시간을 찜할 수 있나?

  여러 날 일찍 와서 둘이 살랑살랑 놀기도 하고 행사도 준비하고.

  일단 나는 네가 있으면 걱정이 안 되니까. 어딜 가건 물꼬에서 뭘 하건.

- 그 말 좋다. 생각 밖으로 나가 놀기!

  6월에는 가야지!

- 너랑 놀기 위해 두어 달을 열심히 살아내야겠다. 잘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대는 오늘도 이 생에 덕을 쌓으셨다.

  이런 가벼운 사람이라니, 나는 마음이 좀 나아져서는 팔랑거릴 판일세:)

- 넌 팔랑거려야 여럿이 같이 살지~^^

(그러다 6월 전 산오름도 계획하고,

이야기는 친구가 같이 사는 이랑 다툰 이야기로 번졌다.)

- 갑자기 호기심이 일면서 완전 전의충전 ㅎ

- 버릇을 단단히 고쳐주라고 해야 하나:)

- 버릇 안 고쳐짐. 그건 진작 포기. 이해하려고 노력 중.

- 그래, 사람 고쳐서 쓰는 거 아님.

- 내 버릇을 고쳐야지! 에구.

- 나 고치는 게 젤 쉽지, 아암.

- 문제는 나도 그만큼 안 고쳐진다는 거! 그래서 더 우울.

- 이제 우리 글렀다. 안 고쳐진다. 그러니 그냥 살아야 함.

(...)

- 가만 보니 나는 친구가, 그렇다고 아무나 말고 네가 꼭 필요했네. 그런 줄 알았다만.

  좋아하는 사람과 이렇게 웃고 싶었던 거네...

  그나저나 사람 된 니가 참아야지:)

- 나 사람 안 됨. 니가 잘못 알고 있는 거가 확실함.

- 너도 날 좀 모르고 가끔 내가 뭘 잘하고 괜찮은 줄 알던데, 우리 계속 서로 오해하자:)

- 근데 나는 매우 까탈스러운데 내가 널 슬기롭고 좋고 심지어 때로 훌룽하다 여기니 그거 맞음!

- 이제 오해를 풀 때가 됐어.

- 아니, 우리 그냥 그리 알고 죽자. 진실이 꼭 최선은 아님:)

- 현실을 받아들여! 있는 대로 수용!

- 뭐 하러? ?

- 근데 너 오늘 안 바빠? 일 안해? 완전 노닥거리셔.

- 나는, 낼은 좀 글을 쓸 수 있겠다. 역시 난 네가 약이여.

- ? 그럼 오늘 과다복용인데

- 그럼 오늘은 약 고만 먹겠다. 안녕:)

- 그래, 나도 약 그만 팔아야겠다. 잘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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