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12.7.물날.오후 한때 눈 / 농사부 바깥 모임

조회 수 1158 추천 수 0 2005.12.09 10:48:00

2005.12.7.물날.오후 한때 눈 / 농사부 바깥 모임

"눈이다!"
아이들이 창가에 매달렸습니다.
나무며 산자락에 쌓였던 것들이 바람에 날린 게 아닌가 싶더니
웬걸요, 눈발이었지요.
제법 높게, 그럴싸하게, 것도 하니 늘어서,
이제 벽체를 제법 갖춘 이글루가 지붕까지 일 수 있으려나요.

가을학기를 갈무리하며 이 주를 보낼 참입니다,
못다했던 작업들도 있고.
서서히 학술제 준비를 위해 올 한 해 연구해왔던 자료들을 정리하는 '스스로공부'였고
성실한 수련자이고 따뜻한 선생님인 홍종찬샘 이진우샘이 안내하는
새로운 단계의 국선도 수업이 있었고,
풍물과 침묵 속에 먹을 다룬 '호숫가나무'시간이 있었습니다.

"댑다 많이 왔어요!"
어제 멀리서 보내온 고추장과 된장 소식을 가마솥방에서 달려온 채규가 전했지요.
시골 어르신이 설탕이 아니라 조청을 직접 고아 만든 고추장에
물꼬를 위해 밭 한 마지기에 온통 콩을 심고 거둬 만든 된장이랍니다.
감이며 사과며 귤이며도 곳곳에서 닿았습니다.
이리 풍성한 과일이 쌓인 겨울이라니요.
며칠 전의 상범샘네로 온 아이 소식도 한몫 했겠습니다.
(기쁨은 기쁨이고 걱정은 또 걱정이지요.
희정샘의 가마솥방 일을 어떻게 좀 덜 수 있을까,
바랬던 일이고 예견했으며 일찌감치 일 구조에 대해 고민도 적잖았으나
막상 닥치니 한편은 이 겨울 추위가 그만 까마득했지요.
이제 막 생겨난 식구 하나로 우리들은 벌써 들떴더랍니다.
아이들도 어찌나 깡총거리던지요.)

농사부 모임이 밖에서 있었습니다, 올 농사 갈무리 모임쯤 되겠지요.
어이 어이 김천 시내까지 갔더랍니다.
젊은 할아버지, 열택샘, 김점곤아빠,
그리고 올 한 해 식구처럼 움직임 컸던 주훈이 삼촌도 대전에서 건너왔지요.
갖가지 음식에 술과 노래까지,
흔히들 노는 방식일 테지만
예서야 한 해 두어 차례나 되려나요.
지난 봄농사를 마치고 나간 황간나들이(그땐 김경훈님이 계셨네요) 뒤로
땀범벅이던 얼굴들이 겨울 짙어서야 걷혀졌네요.
운전기사로 불려나가 돌아오니 새벽 3시가 다 가까웠더랍니다.
욕보셨습니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이름 날짜sort 조회 수
814 108 계자 나흘째, 2006.1.5.나무날.얼어붙은 하늘 옥영경 2006-01-06 1456
813 108 계자 사흘째, 2006.1.4.물날.흐림 옥영경 2006-01-05 1386
812 108 계자 이틀째, 2006.1.3.불날.맑음 옥영경 2006-01-04 1211
811 108 계자 첫날, 2006.1.2.달날.맑음 옥영경 2006-01-03 1283
810 2006.1.1.해날 / 물구나무서서 보냈던 49일 - 둘 옥영경 2006-01-03 1226
809 2006.1.1.해날.맑음 / 계자 샘들미리모임 옥영경 2006-01-02 1192
808 2005.12.30.쇠날.맑음 / 우리들의 어머니 옥영경 2006-01-02 1264
807 2005.12.31.흙날.맑음 / 잊고 있었던 두 가지 옥영경 2006-01-02 1174
806 2005.12.29.나무날.맑음 / 젊은 할아버지가 내신 밥상 옥영경 2006-01-02 1270
805 2005.12.28.물날.맑음 / 할아버지의 봄맞이처럼 옥영경 2005-12-29 1206
804 지금, 당장, 평화롭기, 정작 나도 자주 잊어버리지만! (2005.10) 옥영경 2005-12-28 1292
803 혹 다른 삶을 꿈꾸시나요? (2005.10) 옥영경 2005-12-28 1323
802 2005.12.27.불날.날이 풀렸다네요 / 해갈이 잘하라고 옥영경 2005-12-28 1260
801 2005. 12.26.달날 / 교사는 무엇으로 사는가 옥영경 2005-12-26 1389
800 2005.12.26.달날.맑음 / 자리를 털고 옥영경 2005-12-26 1199
799 2005.12.24-6. / 눈과 바람이 채운 학교에서 옥영경 2005-12-26 1147
798 2005.12.23.쇠날.하염없이 눈 / 매듭잔치 옥영경 2005-12-26 1267
797 2005.12.22.나무날.밤새 눈 내린 뒤 맑은 아침 / "너나 잘하세요." 옥영경 2005-12-26 1264
796 2005.12.21.물날.눈보라 / 좋은 기운을 나눠주셨던 두 분 옥영경 2005-12-22 1356
795 2005.12.20.불날.눈 빛나다 / 내가 장갑 어디다 뒀나 보러 왔다 그래 옥영경 2005-12-22 1373
XE Login

OpenID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