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시세때를 다 챙겨 먹고 있다, 놀면서.

하기야 노니까 그리 먹을 수도 있을.

교육 일정이 진행될 때가 아니면 두 도 많은데.

설악산에 깃들어 살 오른다.

 

오목골에 갔다.

주로 무덤으로 둘러싸인.

간밤 마을 청년들이 모인 자리에서 들은 정보였다.

국립공원 내에 철거하지 않은 빈집이 있다네.

심지어 도로에서 멀지도 않고, 묵고 있는 마을에서도 불과 2km 안짝.

설악산 베이스캠프로 삼아도 좋으련.

탐방에 나서다.

마지막까지 살았던 이의 자식이 오가고 있어서

아주 빈집은 아니고 문도 채워져 있는.

볕이 잘 드는 그 댁 마당에서 책도 읽고 머물다.

오면 지낼 만하겠다.

거기 무서운데...”

누가 그리 말하자 다른 이가 받았다.

사람 안 죽은 데가 어딨어!”

그렇다, 어디라고 사람이 죽어나가지 않았겠는가.

우리 모두 누군가의 무덤 자리 위에 산다.

귀신이 찾아오면 물어주겠다, 무슨 일로 오셨냐고.

찾아온 까닭이 있을 테지.

 

돌아왔더니 국수 한 젓가락 하자는 전갈.

이틀 내리 차려주는 저녁밥상을 먹었고, 이제 낮밥까지!

이제 저녁을 먹자는 말을 미리 알려주신다.

하여 오늘도 저녁밥상을 받았다는.

생각해보니 이럴 거면 구순 어르신이 차릴 게 아니라

내가 아예 나서서 부엌으로 갈 수도 있잖겠는지.

늘 하는 밥인 걸.

앞으로도 설악행이 몇 차례 더 있을 것이니

그땐 아주 부엌을 차지하고 밥상을 차려고 대접을 하지 싶다.

 

, 마을 들머리 가게에서 또 다른 마을 청년들 보다.

오래전 혼자 돼 아이 셋을 키우는 아비 하나,

가게 문이 닫히기 전 아이가 사 오랬다는 과자를 챙기더라.

아이들 장성해서 출가하고 나면 훨훨 산을 다닐 거라는 그였다.

저마다의 서사가 있다. 모두 수고로운 생이라.

그대도 애쓰셨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수sort
994 2020.12.14.달날. 새벽 기온 영하 10도 옥영경 2021-01-10 408
993 실타래학교 닫는 날, 2024. 2. 6.불날. 비, 그리고 밤눈 옥영경 2024-02-13 407
992 2023.12.29.쇠날. 미세먼지로 뿌연 옥영경 2024-01-07 407
991 2023. 9.27.물날. 부슬비 옥영경 2023-10-07 407
990 2023. 8. 1.불날. 맑음 옥영경 2023-08-06 407
989 2023. 4.17.달날. 맑음 옥영경 2023-05-16 407
988 2023. 1. 4.물날. 맑음 / 썰매 옥영경 2023-01-08 407
987 2022. 8.28.해날. 맑음 / ‘2022 멧골 책방·2’ 닫는 날 옥영경 2022-09-08 407
986 2022. 1.29.흙날. 흐리다 맑음 / 대중 경제서 두 권 옥영경 2022-02-24 407
985 2021. 6. 4.쇠날. 맑음 / 바람 많은 대청봉 1,708m 옥영경 2021-07-03 407
984 2020. 9. 4.쇠날. 맑게 열었다가 흐려가는 하늘 옥영경 2020-09-21 407
983 2021.12. 7.불날. 맑음 옥영경 2021-12-31 406
982 그리고 2021.11. 1.달날. 흐리다 정오께 맑음 / 천천히 서둘러라; Festina Lente 옥영경 2021-12-15 406
981 2021. 5.23.해날. 한 번씩 지나가는 먹구름 / 참외장아찌 옥영경 2021-06-22 406
980 2019.11.22.쇠날. 맑음 옥영경 2020-01-10 406
979 2024. 2. 7.물날. 어렴풋한 해 옥영경 2024-02-13 405
978 2023.12. 7.나무날. 흐림 옥영경 2023-12-20 405
977 2023.12. 1.쇠날. 맑음 옥영경 2023-12-13 405
976 2022. 2.21.달날.흐림 옥영경 2022-03-24 405
975 2022. 1. 7.쇠날. 맑음 옥영경 2022-01-12 405
XE Login

OpenID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