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에 살아도 산이 그립다.

산에 깃들어 사는 데도 또 산에 와 있다.


03시께 뒤척이다 이부자리를 걷고 책상 앞에서 옴작거리다.

05:30 오색 발.

흘림골-장수대-한계령-용대리-미시령옛길 앞에 서다.

길은 닫혀있었다.

큰 산이 열리는 515일까지 그럴 모양.

(한계령휴게소는, 그곳 역시 산으로 들어가는 문은 닫혔고,

 아직 눈을 뜨지 않고 있었다. 07시는 문을 연다는.

 이즈음이라면 천천히 들리십사.)

 

대간의 남한구간 최북단인 설악산.

미시령은 백두대간 설악구간에서도 북부로 신선봉의 바로 아래쪽.

진부령과 한계령과 함께 영동(속초, 고성)과 영서(인제)를 넘었던 주요 고개 하나이다.

미시령 정상에서 북쪽으로 신선봉-대관령-진부령이,

남쪽으로 설악 주능인 황철봉-마등령 공룡능선을 이어주는 안부.

영동 쪽에서 고개 정상으로 오르는 방향에서는 설악산 울산바위가 정면으로 보이고,

고개 정상 휴게소(현재 미시령탐방지원센터)에서는 속초와 동해가 보인다.

지난번(2회차) 설악산행에서 미시령옛길을 는개 속에 차로 넘었다.

고성군 토성면 원암리에서 용대리(인제군 북면).

그러니까 날이 좋았다면 울산바위를 정면에서 보았을.

하지만 바로 눈앞의 풍경만 겨우겨우 보며 고개를 넘었더랬네.

다음 3회차에서는 이 길을 걷기로 마음먹었고,

그렇게 오늘 걷는다.

용대리와 원암리를 잇는 11km 다는 아니고,

도적폭포 쪽으로 차를 놓고 통제선에서 미시령 고개까지. 3km가 채 되지 않는 길.

아무도 없다. 길이 막혀 있으니.

해서 길 한가운데로 너털너털 걷다. 포장도로라 피로감이 몰린다. 무릎도 몹시 아프다.

하지만 산을 홀로 다 차지한, 그래서 광활한 느낌까지 주는 즐거움이 있다.

고개 오른편 미시령 표지석 아래 섰다가 길을 건너 미시령탐방지원센터 뜨락에 앉다.

속초와 동해가 펼쳐졌다. 하지만 희뿌염했다. 미세먼지 자욱.

건물을 기대 볕을 쬐며 도시락을 먹다.

그리고 지난 설악산행에 동행했던 이들에게, 이 풍경을 안개에서 보지 못했던 그들에게

사진 몇 보내다.

 

용대리에 한국시집박물관이 있었다.

들어가다. 관람객이라고는 아무도 없었다.

시를 낭송해서 메일로 보내는 프로그램이 있길래 해보기도.

우편함이 있어 오늘 생일인 식구한테 엽서도 한 장 쓰다.

이건 언제 가나요?”

한 달에 한 차례?

무슨 1년 뒤 보내겠다, 1년 전 어떤 생각을 하셨나 어딨었나 보라는 그런 의미도 아니고.

그게 무슨 우편이냐 했더니 바로 보내신단다.


숙소로 돌아오니 마을의 여럿이 반긴다.

오늘도 국수 한 젓가락 하시자네. 또 먹은 낮밥. 아주 식구가 되었다.

농토라고는 매우 귀한 이곳,

마을 뒤로 산기슭에 몇 뙈기가 전부.

오늘은 마을 사람들이 그 밭에들 들어간다 하기

같이 가서 거름을 흩뿌리기도.

뉘 집 부엌인들, 이라고 말하고 살듯 뉘 집 밭인들!


밤에는 양양 읍내에 있었다.

지역 산악인들 문학인들 만나다. 고깃집이었다.

고기를 먹지 않는 사람을 위해 문어숙회를 준비해준 형님이 있었다.

그런 살핌은 어찌 만들어지는 걸까!

 

(설악산에 대한) 일이 혹은 글이 어디로 갈지는 아직 모르겠는 채

설악산에 깃들어 일단 지내보는(살아보는?) 얼마쯤.

내일은 외설악으로 넘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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