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포항 등대 아래서 대청봉과 화채봉을 보며 차를 마시다.

낮밥을 먹고서야 토왕성 폭포로 갔다.

말을 바르게 하자면 토왕성 폭포가 보이는 전망대까지.

오전에 가야 제대로 볼 것을...

길이 320m 토왕성폭포. 남한에서 가장 긴.

상단 150m, 중단 80m, 하단 90m로 각 단 사이에서 꺾어지며 흘러 3단 폭포를 이룬다.

토왕성폭포의 남쪽 화채봉에서 발원한 물.

폭포로 흐른 물은 토왕골을 따라 흘러 비룡폭포와 육담폭포를 지나 쌍천으로 흐른다.

설악산이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1970년부터 일반인(빙벽등반은 해왔다)에게는 비공개,

비룡폭포에서 토왕성폭포 전망대까지의 탐방로를 연장해

201512545년 만에 공개되다.

물은 흐르고 있었으나 볕에 가려 손으로 차양을 만들어서야 물줄기를 볼 수 있었네.

 

내려와 설악동 노루목의 십동지묘에 가다.

낡은 한 산장 뒤에 흐르는 내를 끼고 언덕을 올라야 한다.

1969214,

한국산악회 소속 1기 에베레스트원정대가 히말라야 원정을 위해

건폭골 반내피(지금은 죽음의 계곡이라 불리는)에서 등반훈련을 하다

계곡 막영지(이 말은 쓸 때마다 걸린다. 숙영지?)에서 눈사태에 10명 전원이 사망.

희운각 대피소가 이 사고 이후 생겼다.

내설악 가야동계곡의 최상류,

공룡릉과 천불동계곡, 가야동계곡이 맞닿은 무너미고개 바로 옆.

대피소가 있으면 이런 사고를 막을 수 있겠다고.

희운 최태묵(서예가였고 사업가. 산악인들의 든든한 후원자였다) 선생이 사재를 들여 세운.

희운각은 양폭산장과 소청봉의 중간쯤에 자리 잡아

천불동계곡을 오르는 이들이 대청봉과 공룡능선을 가기 위해 반드시 거치고,

오색 한계령에서 출발해도 공룡능선이나 천불동계곡 가려면 지나치는 곳.

2017년에도 십동지묘를 다녀온 이들 소식을 들었는데,

앗! 이제는 비들이 다 사라지고 없었다.

사연을 아는 이조차 알아볼 수 없겠는.

 

학교로 돌아오다. 택배로 보낸 생선과 고로쇠가 먼저 와 있었다.

아들에게서 무사귀환에 대한 환영인사와 함께 문자가 들어왔다.

- ***작가 글을 읽는데, 아무리 봐도 엄마가 쓴 글 같애.

그리고 밑줄 그은 부분을 사진 찍어 보내왔다.


도처에 더럽고 나쁜 일이 보이는 사회에서는 그래, 세상은 원래 그런 거야라고 동의하고 사는 것이 제일 쉽다

그러나 세상은 원래 그런 것이라는 말은 심오한 깨달음의 표현이라기보다는 꿈을 꺾는 데 악용된다.’


그러나 많은 좋은 것이 반자본주의적이다. 우리는 돈이 안 되는 것을 중요하지 않다고 하지만 돈이 안 되는 것들의 

도움으로 산다. 무화과 냄새, 라일락 꽃향기, 재잘재잘 새소리, 바다의 즐거운 에너지, 하늘에서 떨어지는 꽃잎

그리고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사랑의 수많은 모습들.


나도 내 말인가 싶었네.

- 가치관이 비슷하니까, 근데, , *** 작가 글 잘 쓰는데, 영광일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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