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4.15.쇠날. 맑음

조회 수 405 추천 수 0 2022.05.07 09:09:23


해건지기로 여는 아침.

오늘은 했다가 아니라 오늘도했다.

오전에는 학교 실습지 밭을 돌보고,

오후에는 달골에 들었다.

아침뜨락 아가미길의 광나무 아래 잔돌들을 주웠다.

광나무는 거개 죽었다. 재작년 겨울은 잘 건너 제법 푸르렀는데,

지난겨울을 넘기기는 여간 어렵지 않았을 테다. 

어쩌면 겨울보다 이른 봄의 냉해가 더 무서웠을.

학교 가장자리 나무들 사이에 있는 사철 몇을 캐다 옮길까 생각 중이다.

작업을 해도 장마께 할.

달못에서는 뜰채 망을 바꾸었다.

양파망을 잘 쓴다. 낚싯줄로 야물게 감침 해두다.

어제 옮겨 심은 샤스타데이지 모종과 개나리에 물주기.

샤스타테이지를 더 패서 기숙사 뒤란 언덕에도 세 군락쯤 심다.

올라 선 김에 축대 위 마른풀들을 검고 내려오다, 맨 윗단만.

다른 단은 또 다른 날 일삼기로.

 

마을의 이웃네 비닐하우스를 들여다보기로 한 저녁.

들에서는 대개 그런 공간이 농사철 내내 살림공간이기도.

저녁답이어도 한창 일이 이어지고 있을 것이라

김치부침개 하나 부쳐 감귤과 챙겨가다.

얼른 막걸리를 내오는 어른들.

거기 부엌살림에다 냉장고까지 갖춘.

늘 가는 것보다 오는 게 많은.

갓 따온 표고버섯에다 닭들이 낳은 청란이며 씨앗들이며

손대지 않고 밀쳐둔 한과들까지 안고 오다.

5월에는 고구마순을 어마어마하게 놓으실 거라지.

복숭아 농사짓던 한 댁이 부부가 다 세상을 버렸다.

여름이면 과실을 넘치게 얻어먹으며

그 댁 밭에서 못해도 한해 두어 차례 자두를 솎거나 복숭아를 솎았다.

계자 아이들이 원 없이 먹던 복숭아가 그 댁 것이었던.

이제 자두도 복숭아 나무도 다 베어졌다.

마침 마을에서 다른 일거리를 찾았을세.

또 이렇게 가까운 이웃이 생겼네.

저마다들 바빠 마을 안에 같이 살아도 다 어울리기가 쉽잖은 거라.

특히 학교는 생활흐름이 또 다른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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