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학년 교실에서 일어난 도난 사건에 대해 조언을 구하는 전화를 받는다.

한 아이가 값비싼 물건을 잃어버렸고,

담임에게 말했으나 별다른 대처를 하지 않아 화가 난 부모의 전화였다.

부모는 다시 담임에게 연락을 했고,

담임은 학급 아이들에게 훔쳐 간 이는 3일 안으로 자백하라 했다는데...

아이-어머니-아버지, 그리고 내게로 이어진 말이었다.

여러 단계를 거쳐서 실제 사건이 어떤지를 몰라서도 무슨 말씀을 드리기가 어렵군요.”

 

잃어버린 아이는 속상하고, 그의 부모도 그러할 테다.

다른 데서 잃어버린 게 아니라면 누군가 가져간 것이고

가져간 아이는 그이대로 어떤 서사를 지니고 있을 것이다.

그런 일이 또 있었을 수도 있다면, 가져간 아이의 도벽에 대해서도 걱정이다.

교사의 난감함과 고민이 먼저 있었을 것이다.

누군가를 의심하며 교실의 평화를 깨고 싶지 않았을 것이고,

아이들을 잠정적 범인으로 몰 수도 있는 상황이고,

잃어버린 걸 찾아주어야 한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다른 걸 얼마든지 잃을 수도 있다.

억울하게 범인으로 지목되는 경우도 있을 수 있고, 그래서 상처를 남길 수도 있고,

아이들의 관계가 틀어질 수도 있고.

도난 사건이 아니더라도 어떤 사건은

우리에게 궁극적으로 삶에 대한 자세와 태도 혹은 가치관을 요구하게 되더라.

 

교실 안 도난 사건은 드물지 않게 일어난다.

누군가 비싼 걸 자랑해서 문제가 되기도 한다.

견물생심이란 말이 왜 나왔겠는가.

어쩌면 감기처럼 어린 날 우리는 대개 훔치는 경험들을 하기도 한다.

학년을 시작하며 미리 이런 일에 대해 어찌할지 서로 논의해보는 것도 방법일 수 있었겠지.

학교에 비싼 물건을 가져오지 않도록 공지하는 것도 필요하고,

제 것 제가 잘 간수하자고 하는 것도 도움이 될 듯.

 

이런 경우 담임은, 물건을 찾지 못할 수 있다는 생각을 먼저 할 필요가 있을 듯.

아이들의 일들이 흔히 그렇듯 이 문제는 단순히 물건을 찾는 일만이 아니다.

가장 먼저 도난이 확실한가 확인부터 해야겠다.

아이들은 때로 자신의 잘못으로 어딘가 딴 데 잃어버린 걸 누가 훔쳐갔다고 하기도 한다.

어릴 때 상당한 금액이 든 내 돼지저금통을 훔쳐갔다고

이웃집 형이 그의 엄마한테 흠씬 맞은 적이 있다.

그 형아는 그거 자기가 훔쳐가고 말겠다고 자주 나를 놀렸고

그래서 나는 그걸 잘 감춘다고 깊이 깊이 두고 어디에 두었나 잊었던 것.

다행히 그 형아는 다른 일로도 자주 맞고는 해서

아무렇지도 않게 거봐, (거기)있잖아!”하고 다시 나와 같이 잘 놀았더랬다.

형아에게 상처가 되진 않았던 듯하지만 미안함과 함께 

자신의 기억을 자신할 수 없음에 대해 두고두고 생각케 했다.

 

제 물건을 잃어버리면 누구라도 속상하다. 아끼는 것이거나 잘 쓰고 있는 것이면 더욱.

잃어버린 아이의 속상함도 살펴야겠다.

얼마나 속상하냐, 어떻게 했으면 좋겠냐 그에게 물어볼 수도.

나라면? 그 다음 대체로 아이들과 함께 의논한다.

왜냐하면, 우리 모두 교실 구성원이니까.

내가 지혜가 모자랄 때 아이들의 집단 의견(지성이라고까지 표현하지 못하더라도)에 기댄다.

물건을 끝내 못 찾을 수도 있다고 잃어버린 아이에게 말해두기도 한다.

정말 못 찾을 땐 이번 일로 너는 무엇을 알게 되었는지,

우리에게 남긴 게 무언지 꼭 정리해보는 시간을 갖는다.

그것이 다음에 이런 건을 잘 해결하는 지침이 되어주기도.

 

혹 가져간 아이가 있다면, 그가 물건을 되돌려줄 수 있는 여지를 주어야 한다.

교사의 속상함과 난감함을(내가 우리 아이들을 의심해야 하는, 이를 말을 해야 하는 상황) 듣고

가져간 아이가 마음이 변할 수도 있을 것.

도로 가져다 둘 공간을 만들어주거나 하는 식으로.

그 자신은 그의 행위를 알 것이다.

그러니 누군가를 굳이 밝힐 필요는 없을 것.

물건을 찾을 수 있다면 최상.

 

화가 난 학부모에 대한 대처는?

충분히 그럴 수 있다는 걸 이해해야.

그리고 나는 담임으로 내 심정을 말하고(속상함, 당황, 도와주고 싶음),

어떻게 하려 한다고 알려주어야지 않을지.

학부모에게는?

정한 기한 안에 물건이 끝내 돌아오지 않았을 때도

학부모에게 그간의 상황을 알려주는 게 필요하겠다.

 

물건은 이미 떠났다!

그것이 남긴 현장에서 우리의 대응이 남는다.

물건을 잃어버린 아이, 교실 아이들, 혹 가져간 게 맞다면 가져간 아이, 교사, 잃어버린 아이의 부모, 다른 부모들, ...

이것을 통해 우리가 무엇을 배웠는가가 가장 중요하지 않을지.

 

 

옮긴 샤스타데이지 모종들에 물을 주다.

물이 빠지는 관을 씌운 거름망을 충분히 흔들어는 주었으나 물이 잘 안 빠지고 있어 

수문용밸브를 열다,

조금만 열었다, 지난번처럼 버들치들이 딸려나올지 모르니까.

, 그런데도 작은 한 마리가 흘러나와 펄쩍 뛰는 걸 보았는데, 분명 보았는데,

아무리 찾아도 없다.

다시 가서 찾아도 없었다.

끝내 못 찾다. 바닥 물에 어떻게든 붙어있다 눈에 띄는 때를 기다려보기로!

물론 다음에 물을 뺄 일이 있을 땐 수문용 관에 망을 댈 것이다.

그나저나 찾아야 할 텐데...

그건 잃어버린 물건이 아니라 목숨 줄 가진 것이니까.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수
5949 2022. 4.19.불날. 맑음 / 물꼬에 처음 왔던 그대에게 옥영경 2022-05-16 31
5948 2022. 4.18.달날. 흐린 오후 옥영경 2022-05-16 25
» 2022. 4.17.해날. 맑음 / 교실에서 일어난 도난 사건 옥영경 2022-05-07 371
5946 2022. 4.16.흙날. 맑음 / 달골 대문 쪽 울타리 옥영경 2022-05-07 82
5945 2022. 4.15.쇠날. 맑음 옥영경 2022-05-07 79
5944 2022. 4.14.나무날. 비 근 아침, 흐린 종일 옥영경 2022-05-07 81
5943 2022. 4.13.물날. 흐리다 정오부터 비 옥영경 2022-05-07 64
5942 2022. 4.12.불날. 맑음 옥영경 2022-05-07 62
5941 2022. 4.11.달날. 맑음 옥영경 2022-05-07 64
5940 2022. 4.10.해날. 맑음 옥영경 2022-05-07 63
5939 2022. 4. 9.흙날. 맑음 옥영경 2022-05-05 76
5938 2022. 4. 8.쇠날. 맑음 / 설악산 아래·8 – 십동지묘, 그리고 토왕성 폭포 옥영경 2022-05-05 69
5937 2022. 4. 7.나무날. 흐리다 맑음 / 설악산 아래·7 옥영경 2022-05-05 102
5936 2022. 4. 6.물날. 맑음 / 설악산 아래·6 옥영경 2022-05-03 110
5935 2022. 4. 5.불날. 맑음 / 설악산 아래·5 옥영경 2022-05-03 76
5934 2022. 4. 4.달날. 맑음 / 설악산 아래·4 옥영경 2022-05-03 79
5933 2022. 4. 3.해날. 맑음 / 설악산 아래·3 옥영경 2022-05-03 76
5932 2022. 4. 2.흙날. 맑음 / 설악산 아래·2 옥영경 2022-05-03 76
5931 2022. 4. 1.쇠날. 맑음 / 설악산 아래·1 옥영경 2022-04-28 126
5930 2022. 3.31.나무날. 흐리다 밤비 살짝 옥영경 2022-04-28 119
XE Login

OpenID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