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4.23.흙날. 맑음 / 찾았다!

조회 수 435 추천 수 0 2022.06.04 14:07:15


(이 날 기록을 당일에 했는데, 사라졌다.

4월은 여기저기 옮겨 다니느라 늘 쓰는 랩탑 말고도 다른 컴퓨터도 썼는데,

메일과 PC와 랩탑을 오가며 파일을 덮어씌우는 과정에서 누락이 된 듯.

아고, 좀 아까워라 했다. 어쨌든 시간을 투여한 거니까.

더구나 쓴 뒤는 대체로 잊는 경향이 커서, 그찮아도 잘 잊지만,

달포도 지나 다시 쓰자니 참...)

 

오늘 주인공은 버들치다.

벌써 여러 차례 물꼬에선 요새에 등장했던 그들이다.

열흘 전쯤 밥못의 물이 찰랑거려 바닥 수로로 빼다가

그만 버들치 세 마리 딸려 나와 퍼덕거렸다.

수문을 잠근 뒤 도랑에서 보았으니 어쩌면 쓸려 내려가 버린 것들도 있었을.

다음에 이럴 일이 있을 땐 수문관에 망을 씌워야지 했다.

그러나 아직 망을 챙기지 못한 채,

 

지난 17일 또 물을 뺄 일이 있었다.

수문용 밸브를 열었다.

조금만 열었다, 지난번처럼 버들치들이 딸려올지 모르니까.

(그게 압이 더 셌을 터이니 더 잘 빨려나왔을 수도)

! 작은 한 마리가 흘러나와 펄쩍 뛰는 걸 보았는데, 분명 보았는데,

밸브를 얼른 잠그고 찾아도 없었다. 아무리 찾아도 역시 없었다.

끝내 찾지 못했다. 바닥 물에 어떻게든 붙어있다 눈에 띄는 때를 기다려보자 했지만,

살아있을 수 있을까...

물론 다음에 물을 뺄 일이 있을 땐 수문용 관에 망을 대리라 결심, 또 결심!

 

연일 마음이 쓰였다.

풀을 매다가 밥을 먹다가 먼 하늘을 보다가 모퉁이를 돌다가 책을 읽다가도 문득문득.

그 사이 도랑의 물은 말라갔다. 버들치는 보이지 않았다.

오늘도 들여다보았다.

손바닥만 한 곳에 물이 겨우 잠겼는데, 돌 하나가 누르고 있었다.

그곳이 도랑에 남은 마지막 물이었다.

혹시나! ... 거기 어린 버들치가, 바로 그 버들치가...

살려주겠다고 찾았는데 그는 나를 믿지 못했다.

자꾸 손에서 빠져나갔다.

내가 섬기는 어떤 낱말도 그에게 닿지 못하고 있었다.

천년이 지나도 그가 사람의 언어로 말하는 날이 올 수는 없을 것 같다.

별 수 없이 오직 마음으로 마음으로 말한다.

겨우 잠잠해진 그를 밥못에 넣어주었다.

고맙다, 그의 삶을 지킬 수 있어.

아니, 그전에 그가 살아주어 고맙다

그리고 그는, 살면서 내가 잃어버렸던 모든 것이 되었다. 나는 그것들을 다 찾았다!

 

겨울들머리에 잡아둔 가족 상담을 끝냈다. 부디 도움 한줌이길.

부추김치를 담갔다.

빈들모임 일수행으로 달골 대문께 돌멩이들을 그러모아 버렸다.

대문께 울타리를 세운 뒤 남은 일이었다.

틈틈이 심었던 꽃모종들에 물을 주고.

밥상에는 두릅이 무침과 부침과 초절임으로 올랐다. 이 봄의 마지막 두릅찬이 될 듯.

그리고 광주에서는, 물꼬 아이였고 새끼일꾼이었으며 이제 품앗이이자 논두렁인,

그리고 별일이 없으면 학부모도 될 진주샘(과 규명샘)의 혼례가 있었다.

휘령샘 하다샘 희중샘이 사절로 갔고, 가람샘과 가온샘 형제가 축가를 불렀다.

물꼬랑 20년이 넘게 오가는 광주 성빈여사 인연들이 모이기도 했다.

희중샘이 '자유학교 물꼬' 이름으로 화환도 세워주었다.

늘 그리 몸과 마음을 쓰는 희중샘이라.

 

오늘은 책 원고의 남아있는 한 꼭지를 쓰려니 한 밤이지만,

일만 하고 그 고단이 눈꺼풀을 무겁게 누르는...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수sort
1274 2008.11. 6.나무날. 경제처럼 무거운 하늘 옥영경 2008-11-24 1273
1273 5월 7일 흙날 안개비로 꽉차 오다 맑았네요 옥영경 2005-05-14 1274
1272 108 계자 열흘째, 2006.1.11.물날. 맑음 옥영경 2006-01-14 1274
1271 2007. 2.28.물날. 맑음 옥영경 2007-03-10 1274
1270 2009. 1.31.흙날. 맑음 옥영경 2009-02-06 1274
1269 2011. 4.18.달날. 비 옥영경 2011-04-28 1274
1268 3월 22일 불날 맑음 옥영경 2005-03-26 1275
1267 2005.12.29.나무날.맑음 / 젊은 할아버지가 내신 밥상 옥영경 2006-01-02 1275
1266 2006.4.14.쇠날. 맑음 옥영경 2006-04-15 1275
1265 2006.12.21.나무날. 맑음 옥영경 2006-12-26 1275
1264 2008. 4.19.흙날. 맑음 옥영경 2008-05-11 1275
1263 2008.10. 1. 물날. 맑음 옥영경 2008-10-10 1275
1262 2009.11.28.흙날. 날 푹하다 / 김장 이틀째 옥영경 2009-12-06 1275
1261 2012. 2. 5.해날. 흐리다 맑다 / '발해 1300호' 14주기 추모제 옥영경 2012-02-17 1275
1260 2월 11일 쇠날 맑음 옥영경 2005-02-16 1276
1259 6월 11일 흙날 아무 일 없던 듯한 하늘 옥영경 2005-06-17 1276
1258 8월 20-22일, 이동철샘 풍물 나눔장 옥영경 2005-09-09 1276
1257 8월 30일 불날 빗방울 휘익 지나다 옥영경 2005-09-12 1276
1256 2005.11.24.나무날.맑음 / 샹들리에 옥영경 2005-11-25 1276
1255 2007. 8.29.물날. 비 옥영경 2007-09-21 1276
XE Login

OpenID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