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행하고,

아침뜨락의 나무들에 물을 주고, 풀을 뽑고,

이른 점심을 먹고 빈들모임에 들어온 이들이 떠나고.

오후에는 감나무 앞 벽돌마당 사이 풀을 뽑았다.

밥못의 부유물을 치고, 물이 빠져나가는 싱크관에 새 망을 만들어 씌웠다.

저녁답에는 달골 대문께 울타리를 손보았다.

H빔 사이 울이 내려앉지 않도록 방부목을 벽돌 크기로 잘라

H빔과 방부목 사이 가로대 아래쪽에 덧대고 실리콘 쏘고

울타리 전체 높이를 맞춰 고정했다.

동쪽은 그리 정리 끝.

아직 서쪽 울 기둥 셋 아래는 흙을 메우지 못한 채 그대로 두고 있는.

일 틈을 봐야겠지.

학교아저씨는 감자밭을 맸다.

 

이번 빈들은 아이에 대한 상담이었지만 결국 부모 자신들에 대한 달아보기.

사는 일이 존재와 존재가 합을 맞추는 일이고,

관계가 어렵지 않은 사람이란 거개 없다.

우리가 힘들다고 하는 것의 적지 않은 부분이 바로 관계.

태어나면서부터 맺는 부모자식관계, 형제관계, 교우관계, 동료관계, 이웃관계, 연인, ...

한 정신과 전문의의 말을 빌었다; 공격성을 키우시라!

폭력성 말고 세상과 맞설 힘.

그래서 위축되지 않을 힘.

어떻게?

나를 위로하기 혹은 이해하기, 그리고 몸 만들기.

몸을 단단하게 하면 정신도 건강해진다.

그러면 힘이 생기지.

단순한 조언이었다; 햇볕 속으로 나가시라고, 그리고 걸으시라고.

그러다 보면 뭔가를 할 수 있게 될 게다.

상처가 두렵다고? 그러면 자신을 알아주고 안아주기.

그래도 의기소침해진다? 그러면 또 볕으로 나가지. 걷지. 운동하지.

몸을 만들면 가라앉는 주기가 짧아질 것.

누군가 같이 한다면 훨씬 쉬울 테지.

시간을 정해놓고 같이 하는 방법을 찾아보시라.

도시에서라면 여러 공간들이 있을 것.

그러면 관계도 풀리는. ? 내가 다른 존재를 마주 할 힘이 있으니까.

상처도 상처가 아닐 수 있을.

내가 약할 때 상처도 더 깊이 패이니까.

내가 건강할 때는 얼마든지 상처가 상처가 아니니까.

부디 건강한 몸으로 마음도 나아지시기.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수sort
6074 2021. 8.17.불날. 오후 두어 차례 살짝 흩뿌린 비 옥영경 2021-08-29 369
6073 2022. 6.24.쇠날. 오려다 만 비 옥영경 2022-07-13 369
6072 2022. 8.18.나무날. 맑음 / ‘우리끼리 계자’ 닫는 날 옥영경 2022-08-26 369
6071 2022. 8.20.흙날. 맑음 옥영경 2022-09-03 369
6070 2022. 9.30.쇠날. 맑음 옥영경 2022-10-13 369
6069 2020. 5. 1.쇠날. 맑음 옥영경 2020-08-06 370
6068 9월 예술명상 나흘째, 2020. 9.25.쇠날. 맑았다가 흐려가는 오후 옥영경 2020-11-12 370
6067 2020.11.20.쇠날. 살짝 살짝 해 / 밝은 불을 확신하지 말 것 옥영경 2020-12-23 370
6066 2020.12.10.나무날. 맑음 / “맘만 가끔 물꼬에 가요...” 옥영경 2021-01-10 370
6065 2020.12.29.불날. 눈 날리는 저녁 옥영경 2021-01-17 370
6064 2021.12.15.물날. 흐림 옥영경 2022-01-08 370
6063 2022. 6. 4.흙날. 흐려가는 하늘 / ‘작은 약속을 위한 오직 한 걸음’ 옥영경 2022-07-06 370
6062 2022. 8. 1.달날. 비 / 학교 갈 준비가 되었는가? 옥영경 2022-08-08 370
6061 2020. 5. 3.해날. 주춤주춤 비 옥영경 2020-08-06 371
6060 2020.10.31.흙날. 맑음 옥영경 2020-11-30 371
6059 겨울 청계 닫는 날, 2020.12.27.해날. 흐리다 살짜쿵 비 지난 옥영경 2021-01-15 371
6058 2021. 3. 1.달날. 비 종일 옥영경 2021-03-26 371
6057 2021. 3.13.흙날. 갬 옥영경 2021-04-22 371
6056 2021. 4.11.해날. 맑음 옥영경 2021-05-07 371
6055 2021.10.28.나무날. 맑음 / 앞으로 확 자빠져! 옥영경 2021-12-15 371
XE Login

OpenID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