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4.27.물날. 맑음

조회 수 330 추천 수 0 2022.06.09 16:02:40


바람이 많았다. 낙엽들도 바람 따라 많았다. 날리는 쓰레기도 솔찮았다.

행정 일을 좀 챙기다.

면소재지에 보낼 것, 군청에 낼 것.

그리고 부모 하나가 보내온 메일을 여러 날 머금고 있다가

오늘 답을 했다.

아이들 일로 만나 이제는 어른들의 삶에 대해 말을 보태는 날이 적잖다.

 

더덕을 몇 캤다.

검지손가락보다 조금 굵은, 아니면 가늘거나.

흙 묻은 더덕을 처음 만났던 시간을 생각했다.

껍질을 칼로 깎았더라지, 칼집 넣고 찢듯이 벗긴 게 아니라.

요즘 그러듯 이것도 요리 책대로? 그러자.

그저 자연스레 부엌에서 해왔던 일이지 굳이 배울 일은 없었던 요리였다.

껍질을 벗기고 소금물에 절여 유연하게 만들고,

편 썰어서 밀대로 밀었다.

길이도 책에서 말하는 대로 따라해 본다. 적당히 말고 cm대로 말이다.

거기 고추장 양념 발라 석쇠로 구웠다, 가 아니라

그러자면 석쇠 꺼내, 달궈서 기름칠해, 괜히 번잡한 듯해

그냥 프라이팬에 구웠다.

마지막에 남은 양념을 한 번 더 칠해 훈김 쐬듯 살짝 기름에 구워내다.

 

옆 장에 탕평채도 사진도 보인다.

정작 청포묵이 없는데?

그럼 뭐 있는 것만.

미나리도 있고, 달걀지단에, 숙주 없으니 거두절미한 콩나물,

소고기야 물꼬 밥상에 오르기 드문 일이고,

채소들 다 썰어 데치고 소금 참기름으로 밑간하고,

대파와 마늘 다지고 간장 설탕 식초로 초간장 만들어 모두 섞은 뒤

버무린 재료만 건져서 넓은 접시에 담고

김을 찢어 고명으로 올리고 그 위에 황백 달걀지단을 올렸더라지.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수sort
5994 12월 10일 쇠날 가끔 먹구름이 지나가네요 옥영경 2004-12-17 1423
5993 9월 17-19일, 다섯 품앗이샘 옥영경 2004-09-21 1423
5992 8월 31일, 이따만한 종이를 들고 오는데... 옥영경 2004-09-14 1423
5991 7월 16-18일, 새끼일꾼 일곱 장정들 옥영경 2004-07-28 1423
5990 132 계자 이튿날, 2009. 8. 3.달날. 빗방울 한둘 옥영경 2009-08-09 1422
5989 7월 16-20일, 밥알식구 문경민님 머물다 옥영경 2004-07-28 1422
5988 2011. 6.20.달날. 폭염주의보 이틀째 옥영경 2011-07-02 1421
5987 9월 15일 물날 갠 듯 하다 비 오락가락 옥영경 2004-09-21 1421
5986 117 계자 여는 날, 2007. 1.22.달날. 흐리더니 맑아지다 옥영경 2007-01-24 1420
5985 7월9-11일, 선진, 나윤, 수나, 그리고 용주샘 옥영경 2004-07-20 1420
5984 7월 7일, 존재들의 삶은 계속된다 옥영경 2004-07-15 1420
5983 109 계자 나흗날, 2006.1.23.달날. 맑음 옥영경 2006-01-31 1419
5982 108 계자 열 하룻날, 2006.1.12.나무날. 늦은 밤 우박 옥영경 2006-01-14 1419
5981 6월 9일 나무날 해거름 좀 흐린 하늘 옥영경 2005-06-12 1419
5980 7월 21일, 집에 가기 전 마지막 물날 옥영경 2004-07-28 1419
5979 7월 5일, 매듭공장 그리고 옥영경 2004-07-13 1419
5978 153 계자 나흗날, 2012. 8. 8.물날. 살짝 구름 지난 오전 옥영경 2012-08-10 1418
5977 2006.10.12.나무날. 맑음 / 구미 야은초등 6학년 154명 옥영경 2006-10-13 1418
5976 2006.10. 1.해날. 맑음 옥영경 2006-10-02 1418
5975 107 계자, 8월 15-20일, 현민이와 윤세훈과 수민 종화 종하 응준 강우 옥영경 2005-09-08 1418
XE Login

OpenID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