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12.9.쇠날.맑음 / 나는 야생 숲을 선택했다

조회 수 1351 추천 수 0 2005.12.13 15:13:00

2005.12.9.쇠날.맑음 / 나는 야생 숲을 선택했다

아이들에게 아침마다 조금씩 읽어주던 책 한권을 드디어 끝냈습니다.
'옥샘이 사랑하시는 책이다'
한 아이가 느낌글에서 그리 쓰고 있었지요.
살아 숨쉬는 것들이 갖는 경이가 사라진 세상을 떠나
산으로 가리라 다짐하게 한 책 가운데 하나랍니다.
월든 호숫가의 헨리 데이빗 소로우(실제 이 책 주인공을 누군가 그리 불렀지요)였고
누구나의 가슴 속에 한켠 살고 있는 야성인이기도 하겠습니다.

"가장 중요한 이유는, 내가 남에게 의지하는 것을 싫어하기 때문이지. 특히 전기, 교통, 증기, 석유, 기계, 그런 것들은 모두 없어질 수 있어... 저기 있는 매가 보이지? 흰목참새소리가 들리지? 스컹크 냄새가 나지? 자 봐, 매는 하늘을, 흰목참새는 낮은 덩굴을, 스컹크는 땅을, 너는 신문을, 나는 야생 숲을 선택하고 있어."

샘은 야생 숲을 골랐고, 그곳으로 갔으며, 그리고 살아냈지요.

"나는 굳이 집나무로 돌아갈 필요가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나는 완전히 자유로웠고, 아무 곳에서나 지낼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었다. 집나무는 그저 지내기 즐거운 곳일 뿐이다."

로빈슨크루소 생각도 했더랍니다.
맥가이버도 겹쳐진 듯 하지요.
살아가는데 필요한 것들을 배우는 교육,
그렇게 가만 되낼 때 떠오르는 이름자들이기도 하겠습니다.

"가까이 또 한 마리가 나오면서 '뽈록'소리를 냈다. 소리 없는 땅의 동물들이 지면으로 올라오면서 작은 공기 방울이 터지는 것이었다. 웃음이 나왔다. 지렁이에 대해서 이런 것을 알게 되니 즐거웠다. 이유는 알 수 없지만, 하여튼 이런 것이 숲 속에서 알아낼 수 있는 것 중에서 가장 근사한 것처럼 느껴졌다 - 땅 속의 어둠에 갖혀 있는 하찮은 지렁이도 세상을 조금 움직일 수 있다는 사실 말이다."

그는 '사유'했습니다. 자연의 것들이 그를 '생각'케 했지요.

"프라이트풀을 보면서, 무엇이 새를 새가 되게 하고, 소년을 소년이 되게 하는가 하고 생각에 잠겼다."

둘이 연애를 해도
내 머릿속의 너와 네 머리 안의 너, 그렇게 네 사람이 하는 그런 복잡한 연애가 아니라
너와 내가 온 몸으로 마주하는 진정한 '관계'를 샘은 경험하고 있었습니다.

"나는 날씨와 하나가 되어 살았다. 날씨의 품안에서 살 때, 날씨의 움직임을 볼 수 있다는 것은 놀랍다. 내 눈에 띄지 않고는 어느 구름도 지나가지 못했다. 내 느낌을 벗어나서는 어느 바람도 불어가지 못했다. 나는 눈보라의 기분도 알았다. 어디서 왔는지, 모양과 색깔이 어떤지를 알았다... 눈보라가 칠 때는, 내 집나무로 돌아가고 싶은 강한 욕망을 느낀다. 족제비 바론이 자기 굴로 돌아가거나, 사슴이 자기 관목 숲으로 돌아가는 것처럼 말이다. 숲에서는 모두가 자신의 '집'을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모두가 그 곳에 돌아가기 위해 날씨와 싸웠다."

아, 우리는 산으로 달려가지 않고는 견딜 수가 없었지요.
아이들과 날마다 산으로 들어가는 꿈을 꾸며 가을학기를 온통 보냈더랍니다.

"'고요한 겨울 밤' 같은 것은 없다. 살을 에는 듯한 추위 속에서도 많은 동물들이 돌아다니고, 나무들은 소리를 내고, 나뭇가지들은 부러져 떨어지고, 바람은 골짜기에 들어가서 죽을 때까지 윙윙댔다."

우리도 산이 들려주는 겨울 이야기에 귀를 기울일 날을 기대했지요.
머잖은 해 우리들은 한 학기 중심생각을 '산에서 살아남기'쯤으로 잡을 량이랍니다.
우리는, 산을 채우는 존재들을 이해하기 시작할 때쯤
그것이 가져다주는 놀라운 세계에 입을 다물지 못하겠지요.

"나는 통나무 위에 먹이가 어디 있는지 환하게 아는 도마뱀의 기쁨을 알았다. 그의 외로움도 알았다."

도시를 떠났던 소년은 '행복'했습니다.

"너무나 아름답고 평화로워서 나는 크게 웃었다."

책을 읽는 내내 우리도 그러하였으며
책을 덮고도 오래 우리들은 감흥을 접지 못했다지요.
우리는 그 마음을 그림으로 글로 담아냈습니다.
언젠가 산 깊숙이 우리들은 들어갈 것이며
샘은 우리의 용기를 여전히 북돋울 테지요.
"우리는 야생 숲을 선택했어!"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수sort
894 2008. 8.31.해날. 흐릿해지는 오후 옥영경 2008-09-15 1354
893 2008.11.25.불날. 흐림 옥영경 2008-12-09 1354
892 7월 15일, 부채질을 하다가 옥영경 2004-07-27 1355
891 9월 5-7일, 형길샘 머물다 옥영경 2004-09-16 1355
890 4월 17일 해날 꽃 지네, 꽃이 지네 옥영경 2005-04-23 1355
889 105 계자 이틀째, 8월 2일 불날 계속 비 옥영경 2005-08-06 1355
888 12월 17일 쇠날 흐림 옥영경 2004-12-22 1356
887 2007.11. 1.나무날. 맑음 옥영경 2007-11-13 1356
886 2008.11. 1.흙날. 스산한 하루 옥영경 2008-11-14 1356
885 7월 31일 해날 한창 더위 옥영경 2005-08-01 1357
884 7월 23일, 두 달 갈무리 옥영경 2004-07-28 1358
883 2005.11.7.달날.맑음 / 그림동화 낸다? 옥영경 2005-11-09 1358
882 121 계자, 아이들 갈무리글 옥영경 2007-09-15 1358
881 2008. 4.11.쇠날. 맑음 옥영경 2008-04-20 1358
880 2008. 5. 3. 흙날. 맑음 옥영경 2008-05-16 1358
879 2007. 2. 7.물날. 맑음 / 조릿대로 조리를 엮었지요 옥영경 2007-02-08 1359
878 138 계자 아이들 갈무리글 옥영경 2010-08-09 1359
877 10월 20일 물날 흐림 옥영경 2004-10-28 1360
876 12월 28일 불날 맑음 보름달 휘영청 옥영경 2005-01-03 1360
875 103 계자, 5월 28일 흙날 벌써부터 찌는 옥영경 2005-06-02 1360
XE Login

OpenID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