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5. 4.물날. 맑음

조회 수 338 추천 수 0 2022.06.14 23:51:06


읍내 장날이라고 학교아저씨가 나들이를 나간다.

모종이며 씨앗도 몇 사오셨네.


누구도 폭력과 위협, 여타 비하적인 대우 아래 살고 싶어 하지 않는다.

부당한 처벌이나 가혹한 사회적 제재의 위협을 받지 않으면서

자유롭게 자신의 삶을 선택하고 이를 실행할 수단을 가질 때

우리는 자유롭다고 한다.

이런 자유는 국가와 사회 속에서 어떻게 지켜지는가?

17세기 토머스 홉스는 만인에 대한 만인의 투쟁이 벌어지는 전쟁 상태를 벗어나려면

거대한 바다 괴물인 리바이어던 같은 국가에 의지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모두를 두려워하느니 강력한 리바이어던 하나를 두려워하는 게 낫다는.

하지만 그런 국가는 곧 독재로 이어지고는 했다.

그렇다고 부재의 리바이어던이라거나 종이 리바이어던이

우리의 자유를 보장해주지도 않는다.

그렇다면?

국가와 사회가 끊임없이 경쟁과 협력을 통해 서로의 역량을 키워줄 때만 자유는 온전했다.

그 길은 쉽게 들어갈 수 없어 좁다. 그래서 좁은 회랑이다.

문이 아니라 회랑인 까닭은 자유를 성취하는 일이 하나의 과정이기 때문.

한편 회랑은 언제든 비탈로 미끄러져 내려갈 수 있는 지대이다.

국가와 사회는 신뢰하되 검증하라는 전략으로,

국가를 신뢰하여 국가가 더 많은 권력을 얻도록 허용하지만

동시에 국가에 대한 통제를 늘리는 전략이 성공할 때

국가도 사회도 강력해진다.

그러니까 국가라는 리바이어던에 사회가 계속해서 족쇄를 채울 수 있을 때.

결집된 사회가 정치에 참여하고, 필요하면 항의하고, 가능하면 투표로 정권을 내려놓게 할 때.

역사 속에서 그것들이 어떻게 구현되고 또는 실패하고 혹은 절멸했는가를 추적하는 여정이

<좁은 회랑>(2020, 시공사)이다.대런 애쓰모글루와 제임스 A.로빈슨이 앞서 공저한 <국가는 왜 실패하는가>의 확장판쯤.

전작에서 그들은 포용적인 정치경제 제도가 왜 중요한지를 보여주었더랬다.

이어 이 책에서 국가의 실패를 넘어 자유와 번영으로 가려면

국가와 사회가 어떻게 균형을 이뤄야 하는지를 보여준다.

족쇄 찬 리바이어던과 새로운 정책들을 뒷받침하기 위해

사회가 타협하면서 광범위한 연합(사회의 결집)을 구축할 때 국가는 좁은회랑에 든다.

그것은 예정된 길이 아니라 끊임없이 선택하고 노력할 때 얻어지는.

공부하고 연구하는 학자들이 쓴 글이 주는 즐거움과 위로와 배움이 크다.

요새 즐겁게 읽어가는 책 한 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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