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5. 7.흙날. 맑음 / 학교 폭력

조회 수 293 추천 수 0 2022.06.15 23:47:02


그제부터 동학유적지를 몇 돌고,

오늘은 일정 없이 돌아오는 데만 쓰인 하루.

그리고 달골 아침뜨락으로 가는 들머리 바위 축대 쇠뜨기를 뽑다.

 

드라마 <돼지의 왕>을 몰아서 보다.

2011년 개봉한 연상호 감독의 동명 애니메이션을 원작으로 지난 3월 만든.

연쇄살인 사건 현장에 남겨진 20년 전 친구의 메시지로부터

'폭력의 기억'을 꺼내게 된 이들의 이야기를 담은 추적 스릴러.

학교 폭력의 피해자가 어른이 돼, 가해자들에게 잔혹한 복수를 펼친다.

연상호 감독의 자비없음이 절정에 달했던 때의 작품이라고들.

우리들은 돼지이거나 개이거나.

7학년 교실, 아이들의 꼭대기에 몇의 개가 있고,

그들의 폭력과 횡포 아래 돼지들은 길들여진다.

돼지들의 연대로 개들을 몰아낼 수도 있으련만

개들은 돼지들의 연대를 결코 허용하지 않고,

돼지들은 파편화돼 내가 당하지 않는 폭력이라고

휘둘러지는 개들의 주먹을 외면하거나 심지어 개들에 속하고자 하거나.

그러다 개들에게 맞서는 돼지가 등장, ‘돼지의 왕이 된다.

그는 돼지가 아니라 개가 될 수도 있었으나

그는 알고 있었다, 잠깐 개가 될 수 있을지 몰라도 결국 돼지일 수밖에 없음을.

그는 개들에게 충격을 주거나 돼지들의 의식을 두드릴 방법을 찾는다.

교사 혹은 어른들은 없냐고? 있다. 방관하는, 심지어 개들을 두둔하거나

그들의 폭력을 모른 척 하는. 그저 자신들의 길을 비겁하게 갈 뿐인.

돼지의 왕은 성공할 수 있을까?

실패한다. 실패한 혁명의 길처럼.

드라마를 보는 내내 나는 어디에 서 있었던가 혹은 서 있는가를 생각게 한다.

드라마의 폭력 수위를 논하고들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건 현실이었다.

우리들 속에 폭력은 그렇게 드리우고 있었다, 드리우고 있다.

그리고 그 폭력을 재생산 된다,

내가 외면한 사이, 내가 무심한 사이, 내 욕망에만 잠겨있는 사이.

나는 적어도 개가 아니었고 또는 돼지가 아니었다고 말하고 싶지만

돼지를 벗어나 개가 되고 싶었거나 곁의 돼지들을 경멸했거나.

모두가 그렇지 않았을 지라도 나는 그랬다(고 고백한다).

그리고 나는, 지금도 별반 달라지지 않았다.

드라마는 아프고, 가차 없다.

나는 여기서 독일의 루터교회 목사였던 마르틴 니묄러의 시를 다시 읽는다.

1950년대에 쓰여져 여러 홀로코스트 추모관에 새겨졌고

추도 행사에서도 자주 낭송 되던 시.

 

처음에 그들이 사회주의자들에게 왔을 때, 나는 침묵했다.

나는 사회주의자가 아니었기에.

다음에 그들이 노동조합원들에게 왔을 때, 나는 침묵했다.

나는 노동조합원이 아니었기에.

다음에 그들이 유대인들에게 왔을 때, 나는 침묵했다.

나는 유대인이 아니었기에.

다음에 그들이 내게 왔을 때,

나를 위해 말해줄 이는 아무도 남아 있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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