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5.10.불날. 맑음

조회 수 280 추천 수 0 2022.06.16 23:52:52


예취기의 날이 돌아왔다. 5월이다.

이제부터 대대적으로 풀을 밀어야 한다,

손으로 뽑고 호미로 매고 낫으로 베기도 하면서.

가마솥방 앞, 고래방 둘레, 숨꼬방 앞,

된장집 뒤란, 고추장집 곁, 간장집 둘레에 예취기가 돌아간다.

 

코로나19로 더욱 그러하지만 최근 기후위기를 숨 가쁘게 느낀다.

이 긴 가뭄도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코로나19 아래 보낸 이태의 시간도 있잖았는가.

오늘은 이 문장을 곱씹는다.

 

최근에 환경에 대한 관심으로 자신의 일상적인 식습관이나 소비습관 등을 바꾸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그들은 자신이 과거에 하던 일을 더 이상 하지 않으려고 한다. 내 눈에 그들은 주의력과 절제야말로 우리 삶의 

아름다움의 일부라는 것을 알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앞으로 올 시대를 위해서라면 어떤 불편함을 감수하고서라도 

자신이 만든 삶의 원칙을 지키는 것에 해방의 가능성이 있고, 그것이 일상에 활기와 아름다움과 품위를 부여하고 

심지어 새로운 의미까지 줄 수 있다는 사실이 더 많이 이야기되었으면 한다. 삶의 해방은 다른 방식으로는 결코 

쉽게 오지 않는다. 삶의 해방은 내가 하기로 한 일을 해내면서 온다.

다행히 우리에게는 무엇을 할 힘과 무엇을 하지 않을 힘이 다 있다(그런데 역설적으로 무엇을 하는 순간은 무엇을

하지 않는 순간이고, 무엇을 하지 않는 순간은 무엇을 하는 순간이다). 무엇을 하는 힘과 무엇을 하지 않는 힘

이 둘을 합하면 능력이다. 그리고 무엇을 하는 힘과 무엇을 하지 않는 힘의 관계를 바꾸는 것을 변신이라고 부른다

무엇을 하는 힘과 무엇을 하지 않는 힘 사이의 균형을 평화라고 부른다. 이 균형을 잡으면서 우리는 자기 삶의 

주체가 된다. 이렇게 마침내, 자신이 누구인지 알아가게 된다.

자신을 알아가게 과정에는 혜성의 꼬리 같은 것이 필수적으로 붙는다. 선택과 행동이다. 페터 한트케는 타인의 

뿌리를 뽑는 것은 범죄 중에서도 가장 잔악한 범죄이나 자신의 뿌리를 뽑는 일은 가장 위대한 성취라고 했다. 하긴

상황이 이 지경까지 왔는데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과 그들이 살아갈 지구를 위해서라도 다르게 살기를 선택하지 못할 

이유가 뭐가 있겠는가? 우리가 지금 선택한 사랑의 행위들은 우리가 죽은 뒤에도, 아주 오래된 사랑이 있었다는 

증거로 영원히 살아남을 텐데.

- <앞으로 올 사랑>(2020, 정혜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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