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5.11.물날. 조금 흐림

조회 수 319 추천 수 0 2022.06.16 23:53:38


오전에는 어제에 이어 예취기 돌리는 소리가 학교를 채웠다;

본관 앞 감나무와 꽃밭과 포도나무 둘레.

오후에는 감자밭의 풀을 맸다.

풀매기, 이런 일은 적과 아군이 명확해서 좋다.

버릴 것과 살릴 것이 선명하다.

(아, 때로 들꽃을 남겨 키울 꽃으로 보는가 맬 풀로 보는가 어려워도 하지만)

살아가는 많은 순간 버리고 살릴 것이 뒤섞여있는 혼선이 우리를 혼돈케 한다.

그래서 선택의 순간이 어려운 거고.

 

오래 교류하고 있는 티벳 스님이 계시다.

오늘 전화가 들어왔다, 다람살라에 달라이라마 뵈러 같이 가자는.

거참, 받은 날이 연어의 날과 겹치네.

그러면 또 인연의 시간이 아닌 걸로.

 

한식조리사 실기시험을 준비하는 두 사람을 만났다.

한 사람은 세 차례 떨어졌고, 다른 이는 한 차례 실패.

그들의 경험을 들었다, 내가 쳐볼까 하는 요즘이라.

세 번 떨어진 이가 짜증스럽게 말했다.

누가 요새 그리 해먹고 살아요!”

실기 연습이 실생활에 아무 도움도 안 된다고 했다.

...

나는 그 실기에 관심을 가지면서 외려 도움이 컸는데.

우리는(물꼬에서는) 그리 먹고 사는데.

외식도 없고, 배달도 없는 이 멧골살이가 아닌가.

그러니 요리 하나 하나에서 내가 몰랐던 것들에 눈이 동그래진다.

그간 요리를 배운 적이 없어서이기도 하겠지.

그냥 되는 대로 해왔던 거니까.

그렇게 자기 방식이 생기고 그냥 그리 해먹고 살았으니까.

내가 생각하는 최고의 요리는 부엌에(냉장고라거나) 있는 걸로, 때마다 들에 나는 걸로

뚝딱뚝딱 차려 먹는 거였다.

그러다 유튜브를 통한 실기시험 요리 강좌들을 기웃거리며

새로 알게 되는 것들이 여럿이었다.

조기 내장을 나무젓가락으로 꺼내는 법도 알았다.

오이 돌려깎기도 알았다.

오이를 좋아하는 데다 돌려 깎는 게 재미도 있어서 오이반찬이 한참 상에 올랐다.

유장처리라는 것도 알았다.

많은 밥을 해왔고 아마 앞으로도 많은 밥을 할 텐데, 배움이 되었다.

물꼬에서는 그리 해먹고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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