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설악산 아래.
한 마을에 스며들기 여러 차례,
마을이라야 중심 길을 따라 늘어선 얼마쯤의 집들이 다여서
이미 모르는 댁이 거의 없는.
아침 산책길, 마을의 한 댁 노모가 들어오라 손짓했네.
“커피 안마시잖아.”
대신 다른 음료를 건네시고.
그런 것까지 기억들을 하시는 거라.
그렇게 이웃이 되어가는 오색살이.
하루를 더 머물게 되었다.
일이 될라고 어제 대해리로 귀환했어야 할 여정이었더랬다.
동행하고 있는 이가 물날에 돌아와야 했고,
덕분에 물꼬 주말 일정을 진행하는 데 여유가 생겼네 했던.
그런데 그의 일정에 하루 말미가 생겼고,
그래서 이곳에서 하루를 더 쓰게 된. 그러니 이곳에서의 여유가 생겼다는 말.
마침 물꼬 역시 빈들모임 사람들이 쇠날부터가 아니라 흙날에 들어오겠다 연락이 온.
이리저리 일이 되려고 다 그리되었던 거다.
오색 인연들과 낮밥으로 국수도 삶아먹고.
오다가 양양우체국에 들어 우체통 하나 받아 오목골 들머리에 매달아도 놓고.
얘기 했던가, 거기 설악산행 베이스캠프용으로 쓸 빈집 하나 발견하고
지난 일정에서도, 어제도 거기 깃들어 지냈다.
그러니까 그곳에 이름표 하나 붙여둔.
오다가 음성휴게소에서 캠핑용 배낭을 꺼내
밥상을 차려먹었다. 21시가 넘어가고 있었고,
대해리 들면 자정 가깝기에.
자정이 넘어서야 달골에 닿았다.
앗! 지하수 모터가 돌아가고 있었다.
며칠 집을 비웠다고 또 작은 사건 하나가 맞은.
엊그제 달골 들었던 식구들이
밥못에 드는 수도를 튼 채 두었던 거라.
이틀 내내 돌아갔을 모터이네.
물은 바닥의 흙탕물을 내고 있었다.
수습하고, 목축이고 나니 새벽 세 시.
다행하여라, 이번은 흙날부터 빈들모임이니.
학교에서는, 쪽파를 거두어 잔뜩 쌓아놓고 있었다.
파무침, 파초장, 파김치, 파전이며들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