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5.28.흙날. 맑음

조회 수 316 추천 수 0 2022.06.24 10:35:22


아침뜨락 큰 광나무들이 탈이 났다.

한 그루는 심하게 앓는다. 가물어 그런. 물이면 치료가 될.

그 지경인 줄 몰랐지.

목마르다 더 크게 말하는 나무들이 많기도 했으니까.

물을 줄 밖에. 미안하다.

 

아침뜨락 물호스를 수선하다.

그게 얼마나 유용한지.

그래서 망가졌을 때 얼마나 아쉽던지.

밥못에서 혹은 달못에서 물을 길어 나무들에 날랐다.

맨 아래쪽은 느티나무 삼거리에 있는 수도에서 물을 담아 올라가서 주고 있었다.

미련도 하지.

예취기날에 상처가 두어 군데 난 곳을 자르고 잇고, 전기테이프로 감아주고.

이런 일이란 게 시간을 그리 요구하지는 않지만

그걸 할 마음을 내는 일이 멀다. 그러고 보니 많은 일이 그런 듯.

모든 곳에 다 닿을 길이는 아니지만

물주는 일은 훨씬 덜게 되었다.

 

빈들에 합류하기로 한 가족이 말을 미루게 되었네.

가족상담이 목적이었던 그들인데

다른 날을 받게 되었다.

6월에는 물꼬 형편이 여의치 않으니 7월로.

오면 반갑고, 오지 못한다 해도 좋아라 하는 마음이 생기기도.

이번은,

이삼월 앓았던 몸이 회복이 더뎠는데, 설악산 공룡능선까지 타고 왔더니

고단이 컸던 바.

대처식구들이랑 물꼬에 상주하는 식구들만 한 빈들모임이었다.

하여 나들이도 가 본 저녁.

밥도 바깥밥을 먹었다.

드문 일이었다. 나쁘지 않았다.

그래도 외식이나 배달음식 없이 사는 삶이 훨 좋다.

그나마 지구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이다.

 

어릴 적 그토록 커보였던 운동장이 어른이 되어서 가보니 그리 작을 수가 없더라,

어른들한테서 자주 듣는 말이다.

그런데 물리적 크기뿐만 아이라 감정의 농도도 왜곡된다. 당연하겠지.

어떤 형제를 인터뷰했던 예술가가 그 형제가 어릴 적 9년이나 살았던 집을

형제의 증언에 따라 평면도 세 개로 그렸는데,

얼마나 다른지 놀라울 정도였다고.

방 배치도 크기도 심지어 층수까지도 달랐다고.

우리의 기억이란 게 그렇다. 믿을 수 없다.

기억 안에도 시간이 흐른다. 그러므로 기억을 장담할 수 없을지니.

고작 몇 차례 들어간 집이 아니라 살았던집이라

어쩌면 일상의 경험을 벗어난 바로 그 몇 차례였다면 평면도가 달랐을 수도.

강렬한 특별한 순간이 아니라서.

아니면 전체를 보는 눈이 부족했던 어린 날이라 그랬을 수도 있겠고.

그런데 그 글의 말미에 있는 문장이 한참 눈을 머물게 했다.


...우리가 만들어내는 이야기와 믿는 이야기에 없어서는 안 될 요소라고 여겼던 집이

생각만큼 강력한 요소는 아니라는 것이다. 어쩌면 결국 집은 장소일 뿐인지도 모른다.


어쩌면 결국 집은 그저장소일 뿐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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